https://zul.im/0OOTjG 우선 관심 갖고 긴 글 읽고 조언 주신 분들 정말 감사드립니다. 댓글들 읽고 정신이 번쩍 들었어요. 시댁에 들어간 날 집 상태부터 너무 암담해서 밤에 엄청 울었는데 남편이 7월이면 나간다, 너무 미안하다 해서 7월에 아파트 입주만 기다린 건데 (남편도 퇴근 후 집에 오면 같이 집 치우고, 시아버지 목욕시키고 편하게 지낸 건 아닙니다) 댓글 보고 여기서 제가 결단을 내지 않으면 그 이후도 달라질 게 없겠구나 싶어졌습니다. (정말 무섭고 아찔했네요...) 저희 부모님이 미국에서 자리 잡은지 꽤 되셨는데도 상당히 보수적이고 어른들께 예의 지키는 걸 중요하게 생각하셔서 이 정도는 참고 간병 하는 게 맞는 건가 싶었고 제가 생각한 거나 계획한 것과 달라지면 버퍼링이 걸리는 성격이라 빠른 상황 판단이 어려웠던 것 같아요. 엄마가 한국 들어가는 것에 걱정이 많으셨어서 그냥 다 좋아, 잘 지내, 라고만 했는데 (집안 꼴을 보여드릴 수가 없어서 밖에 나갔을 때만 영상통화 했었어요...) 댓글들 보고 이건 그냥 제 선에서 넘어갈 문제가 아닌 것 같아 부모님께 사실대로 지금 상황을 다 설명 드렸어요. 남편과 먼저 얘기하려고 할 때 아빠가 남편에게 전화를 하셨고 그렇게 화내는 아빠 목소리 처음 들었네요. 사실 아빠는 그래도 네가 참아라, 하실 줄 알았는데 자식 만리타국으로 보낸 사돈들 마음 헤아려 너를 내 딸과 똑같이 자식으로 생각해 그만큼 아끼고 귀하게 보살폈고 너도 사람이면 그렇게 느꼈을 텐데 너는 한국 돌아가자마자 어떻게 ㅇㅇ(저)를 식모에 간병인으로 부릴 수 있냐며 배신감에 잠을 잘 수가 없다고 호통쳐 주셨어요. 같이 아빠 말씀 듣는데 어른 되서 그렇게 운 건 처음이었네요... 결론적으로는 엄마가 이모께 연락해 사촌 혼자 지내는 아파트에서 같이 지내게 됐습니다. 제가 모든 걸 오픈하니 일사천리로 해결 되는 일이었네요... 남편과도 충분히 대화를 나눴고 하고 싶은 말은 다 했어요. 1. 나 하나 믿고 언어의 한계도 큰 미국까지 선뜻 가준 게 고마워서 난 최선을 다해 친정 부모님과의 관계를 포함해 모든 상황에서 자기를 보호했고 자기도 그렇게 해줄 줄 믿었기에 한국으로 모든 걸 옮겨왔는데 내 남편이 아닌 시부모님 아들만 하고 싶어하는 모습에 너무 실망했다. 2. 사실 내가 없었다면 시어머니든 간병인이 했을 시아버지 병수발을 왜 내가 해야하는지 납득이 되지 않고 봉사하는 마음이 아니라 오로지 자기 부모님이기 때문에 했지만 나는 내가 버틸 수 있는 만큼은 했고 이제 더는 하고 싶지 않으니 아들인 자기가 해결하길 바란다. 3. 자기가 조금만 나의 고충에 귀 기울여주고 나에게만 희생을 강요하지 않았다면 나는 한국에 사는 동안 시부모님께 내 나름대로 성의껏 잘 하려고 했을 텐데 이 두 달로 인해 나는 모든 애정과 에너지를 잃었다, 앞으로 난 우리 부모님께 하는 것 이상의 효도는 절대 할 생각이 없으니 며느리 도리 강요하지 말길 바란다, 그때는 이혼도 불사하겠다. 많은 분들의 공통된 말씀처럼 제가 못 한다 선언하니 바로 시간제 간병인 구했고 남편도 먼저 나서서 오피스텔 구한다고 찾고 있네요. 제일 걱정했던 시부모님 반응은 당연히 냉랭하긴 했지만 (쳐다도 안 보심...) 아빠가 남편에게 내가 직접 사돈 어른께 전화할 일 없게 하라는 한 마디에 남편이 뭐라 했는지 제가 오늘 오후에 나간다는 걸 아시는데도 별 말씀은 없으시구요. 이때껏 고통스럽게 참은 게 우스울 지경입니다... 머리로는 이건 아니다, 나가는 게 맞다 수없이 생각해도 움직이지 못하던 발을 많은 분들 덕분에 용기내서 움직일 수 있게 됐어요. 10월에 출근해야 할 회사에서 많은 부분을 제 조건에 맞춰주셔서 무책임하게 돌아갈 수도 없고 아직은 남편에 대한 마음도 떠난 건 아니라 당장 미국으로 가버리는 사이다 드리지 못해 죄송하지만 바쁜 시간 내어 남겨주신 댓글들 모두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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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부모님 병간로하고 병원비 다내도, 그때만 고맙다 나중에 내가 집팔아서 동생보다 더 챙겨주겠다 라고 말하던 시어머니..
아버님 돌아가시고는 진자 기억쌩~~ 전혀 생각도 안하시고
나중에는 그래서 얼마나 병원비 돈썻는데 얼만데? 얼마냐고? 목소리키우시던 시어머니
오만 정 다 떨어지고.. 남도 이러지는 않습니다.
나이만 많은거지 어른아니구요, 본인만 잘해주면 헤헤 하는 이기주의자더라구요
절대 병간호, 너무 힘에부치는 희생 하지마세요
경험자의 말입니다.
저도 시어머니 모시고 시집살이 하며 살았었는데 효도를 강요 받고
살았던 시간들이 너무 아까워요
그런 의미로 잘 하신거예요
어디서 개상늠의 집안하고 엮이셔서 못볼꼴 보셨네요.
남편 집에 다시 돌려보내시고 엄마 숨 좀 쉴 수 있게 퇴근하면 아버지 수발들라하세요.
"똑같은 레파토리 해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