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숙련 노동자에게 보내는 회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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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05.10. 오전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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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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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8월25일 대구 출입국·외국인사무소 차(왼쪽 승용차)가 김민수(가명)씨가 운전하는 버스에 탑승한 미등록 이주민 단속을 위해 접근하고 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제공

“수백만 이주노동자와 40만 미등록 이주노동자 때문에 서민은 피눈물을 흘린다. 식당, 건설현장, 영세 공장에 들어온 외국인 때문에 임금이 낮아진 하층 노동자는 월 200만원 받고 결혼도 못한다. 기자가 기업주와 이주노동자 편을 드는 게 맞나. 설거지도, 노가다도 못해서 죽어가는 서민도 생각해달라.”

<한겨레21>이 제1512호에서 국가인권위원회와 이주인권 기획을 시작하면서 쓴 기사 ‘출근길과 잔칫날 지옥도가 열렸다 인간으로 남았다’를 읽은 한 시민이 전자우편을 보내왔습니다.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이주민 유입으로 국내 저숙련 노동자의 일자리가 위협받는 것은 사실이기 때문입니다. 민주노총 내부에서 건설노조와 이주노조가 이러한 문제를 놓고 갈등을 겪는다는 것도 공공연한 비밀입니다.

국내 이주민이 노동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실증적으로 분석한 사실상 유일한 연구로 평가받는 <외국인 및 이민자 유입이 노동시장에 미치는 영향>(2020)을 쓴 한국개발연구원(KDI) 이종관 연구위원은 지역에 이민자가 한 명 늘면 고졸 미만(학력) 내국인 일자리가 0.26개 감소한다고 분석합니다. 건설업과 같은 저숙련 노동 일자리는 이주민 유입의 영향을 크게 받는 것이 사실입니다. 다만 실증 연구를 보면 시간이 지나면서 지역경제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와 일자리를 창출하는 효과가 생겨난다고 전망합니다.

그렇다 해도 지역 단위에서의 일자리 창출 효과가 이미 일자리를 잃은 저숙련 노동자에게 어떤 보상을 줄 수 있을지는 명확하지 않습니다. 이 때문에 이 연구위원은 이주노동자를 받더라도, 정부가 저숙련 노동을 하는 내국인을 대상으로 직업교육 훈련을 해 내국인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도와야 한다고 제안합니다.


하지만 그것보다 먼저 알아야 할 게 있습니다. 이미 한국 정부는 ‘저출산 고령화’로 인한 인구감소 속도를 늦추기 위해 이민자 유입을 확대하는 쪽으로 정책 방향을 정했다는 사실입니다. 보수 성향으로 분류되는 윤석열 정부에서 말이죠. 그런데 역대 최대라는 16만5천 명 규모의 이주노동자를 들여오면서 한편에서는 미등록 이주민을 줄이겠다며 단속에 열을 올려 이들을 내쫓고 있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비판해야 할 대상은 더 나은 임금과 노동을 찾아 이곳으로 온 ‘이주민’일까요 아니면 장기적이고 현실적인 고민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이민정책을 펴는 정부일까요.

기업과 자본은 또 어떻습니까. 미국 세일럼주립대학 역사학부 교수 아비바 촘스키(노엄 촘스키의 딸)는 그의 책 <그들이 우리의 일자리를 빼앗고 있다! 이민에 대한 미국 사회의 편견과 신화>에서 “자본은 농업, 정육업, 서비스업 등 기업이 생산지를 이동할 수 없는 산업 분야에서 저임금과 최악의 노동조건을 감수할 사람을 필요로 하고, 정부 정책은 이런 자본의 요구에 부응해왔다”고 일갈합니다.

다시 과거를 살펴보겠습니다. 1997년 말 국제통화기금(IMF) 위기로 대규모 실업 사태와 노사갈등, 빈부격차 심화 등 사회갈등이 커지자 김대중 정부는 대통령 비서실 산하에 ‘삶의질향상기획단’을 설치합니다. 이 조직은 2003년 노무현 정부에서 ‘빈부격차 완화와 차별시정 티에프(TF)’를 거쳐 2004년 ‘빈부격차·차별시정위원회’로 발전합니다. 이런 고민들이 모여 2006년엔 재한외국인 처우 기본법을 제정했습니다.

이 법 제1조를 인용하며 이 글을 닫습니다. “이 법은 재한외국인이 대한민국 사회에 적응하여 개인의 능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하고, 대한민국 국민과 재한외국인이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사회 환경을 만들어 대한민국의 발전과 사회통합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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