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차별 받으면 빨리 늙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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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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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제공.
대인 관계에서 발생하는 사회적 차별이 생물학적 노화를 가속화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돌포 쿠에바스 미국 뉴욕대(NYU) 글로벌공중보건대학 사회행동과학과 조교수가 이끈 연구팀은 대인 간 차별을 인체의 분자 수준 변화와 연결지어 노화 관련 질병 및 사망의 잠재적 원인을 밝히고 연구결과를 9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뇌, 행동 및 면역'에 발표했다.

선행 연구에 따르면 인종, 성별, 체중, 장애 등으로 차별을 경험하는 사람들은 심장질환, 고혈압, 우울증 등 다양한 건강 문제를 겪을 위험이 높다. 차별이 건강 문제를 유발하는 정확한 생물학적 요인은 완전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차별을 겪은 후 나타나는 신체의 스트레스 반응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쿠에바스 교수 연구팀은 1995년부터 25~74세 미국 거주자를 대상으로 진행된 미국국립노화연구소의 건강과 웰빙에 대한 종단 분석 연구인 '중년기 미국인(MIDUS) 연구'에 참여한 1967명의 혈액 샘플과 설문조사를 수집했다.

연구 참가자들은 설문조사에서 일상적 차별 경험, 심각한 차별 경험, 직장에서의 차별 경험에 대해 답했다. 일상적 차별은 일상생활에서 사소한 무례함을 당한 경우, 심각한 차별은 경찰관에게 신체적으로 위협을 받는 상황 등 갑작스럽고 강렬한 차별을 당한 경우에 중점을 두었다. 직장에서의 차별에는 부당한 관행, 직업적 성장 방해 등이 포함됐다.

연구팀은 스트레스와 노화 과정의 생물학적 영향을 평가하는 데 사용할 수 있는 지표인 DNA 메틸화의 세 가지 척도를 살펴봤다. DNA 메틸화는 DNA 속 사이토신 염기에 메틸기를 붙여 해당 부분의 유전자 발현을 억제하는 것이다. DNA 메틸화가 일어난 부위와 메틸화 정도를 이용해 생물학적 나이를 추정할 수 있다.

DNA 메틸화 상태를 통해 생물학적 노화의 속도와 진행 과정을 추정하는 '후성유전학적 시계' 메커니즘은 인간의 생물학적 노화를 측정하는 최첨단 기술로 사용되고 있다. 지금까지 후성유전학적 시계는 총 3세대에 걸쳐 개발됐다. 연구팀은 혈액 검사 및 생존 기간 데이터 분석을 기반으로 사망 위험을 예측하는 2세대 시계와 장기 시스템 무결성 지표의 종단적 변화를 분석해 개발된 3세대 시계를 활용해 연구 참가자들의 혈액 샘플을 분석했다.

연구 결과 차별이 생물학적 노화 촉진과 관련이 있으며 차별을 더 많이 경험한 사람들은 차별을 덜 경험한 사람들에 비해 생물학적으로 더 빨리 노화가 진행된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일상적 차별과 심각한 차별은 일관되게 생물학적 노화와 관련이 있었다. 직장에서의 차별도 노화 촉진과 관련이 있었지만 그 영향은 일상적 차별 및 심각한 차별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었다.

쿠에바스 교수는 "노화 진행 속도의 차이는 개인이 건강을 보호 및 유지하기 위해서 취하는 행동들과도 일부 관련 있다"며 "하지만 심리사회적 스트레스 요인과 생물학적 노화를 연결하는 다양한 과정이 작용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연구 결과는 건강한 노화를 지원하고 건강 형평성을 증진하기 위해 모든 형태의 차별을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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