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악성 민원’ 막는다... 자동 녹음에 ‘통화 종결권’도

입력
수정2024.05.03. 오후 4:26
기사원문
본문 요약봇
성별
말하기 속도

이동 통신망을 이용하여 음성을 재생하면 별도의 데이터 통화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공무원노조 “요구사항, 상당수 대책 반영”


29일 오후 서울 시청역 인근에서 전국공무원노동조합 관계자 등이 악성 민원 희생자 추모 공무원 노동자 대회를 하고 있다. (출처=연합뉴스)
정부가 민원 공무원 보호 대책을 마련했다. 공무원 노조 단체는 현장의 요구가 대부분 반영됐다며 환영한다는 입장을 내놨지만, 만성적인 공무원 인력난을 해결하지 않고서는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평가도 있다.

지난 2일 행정안전부와 인사혁신처 등 17개 부서는 ‘악성 민원 방지 및 민원 공무원 보호 강화 대책’을 발표했다.

이번 대책은 지난 3월 악성 민원에 시달리다 숨진 김포시 소속 9급 공무원 사건을 계기로 민원 공무원 보호를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여론에 따라 마련됐다. 정부는 이에 행안부 등 17개 기관이 참여하는 범정부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지방자치단체 민원 공무원과 청년 공무원, 공무원 노조 등과 여러 차례 만나 현장의 의견을 들었다.

정부는 우선 악성 민원의 정의와 유형을 명확히 규정하고, 이에 대한 대응 방안을 각급 기관에 안내한다. 그간 악성 민원에 대한 정확한 정의가 없고 유형이 세분돼 있지 않아 악성 민원의 범주를 명확히 판단하기 어려운 문제가 있었다. 앞으로 민원인의 폭언, 명예훼손, 성희롱, 폭행, 기물파손, 협박 등을 ‘위법행위’로 분류하고, 반복되는 민원과 부당한 요구 등은 ‘공무방해 행위’로 간주한다.

민원인이 욕설과 협박, 성희롱 등 폭언을 할 경우 공무원은 우선 1차 경고를 한 뒤, 그래도 폭언이 계속되면 통화를 종료할 수 있다. 기관별로 통화 1회당 권장 시간을 설정해 부당한 요구 등으로 이 시간이 초과될 경우 이 역시 통화를 종료할 수 있다.

아울러 민원 통화는 시작부터 끝까지 모두 녹음되도록 할 방침이다. 지금은 공무원이 통화 도중 민원인에게 ‘녹음을 시작하겠다’라고 구두로 사전에 알려야 했으나 앞으로는 전화를 받는 순간 통화 녹음이 자동으로 이뤄진다.

이른바 ‘민원 폭탄’에 대응하고자 별도 심의위원회를 열어 민원 신청에 제한을 두고, 민원실 방문도 사전 예약제 등을 통해 1회 권장 시간을 설정한다. 문서로 신청된 민원 역시 욕설이나 협박, 성희롱이 포함됐을 경우 공무원의 자체 종결권을 보장한다. 부당하거나 과다하게 제기되는 정보공개 청구도 제한을 둘 방침이다.

피해 공무원 지원 방안도 마련됐다. 공무상 병가 사유에 ‘악성 민원으로 피해를 본 경우’를 추가해 6일 이내의 병가를 보장한다. 피해 공무원을 일시적으로 업무에서 제외하고 휴식시간을 부여하도록 지침에 명시할 계획이다. 민원 공무원이 승진 관련 가점을 받을 수 있게 민원 업무를 직무 특성 관련 가점 항목으로 명시하는 등 인사상 혜택도 부여한다. 민원 수당 가산금도 추가 지급된다.

이 밖에도 민원 창구에 경력자들을 우선 배치하도록 조치하고,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인력 재배치에도 나선다.

전국공무원노조(전공노)는 같은 날 성명을 발표해 “현장에서 요구했던 내용이 반영된 부분은 긍정적으로 본다”라며 “무엇보다도 행정문화에서 고통받고 있던 공무원들을 돌아보는 계기가 만들어졌다는 점이 중요하다”라고 평가했다.

다만 “정부 대책에는 인력과 예산이라는 중요한 알맹이가 빠져 있다”라며 “악성 민원을 방지하고 제대로 된 보호조치를 위해서는 정부 정책이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라고 호소했다. 구체적으로는 인력 충원과 읍면동을 비롯한 민원부서에 안전요원을 배치하는 방안이 거론됐다. 또한 고질적인 인력난과 처우 개선 등을 해소해야 이번 대책이 미봉책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 지적했다.

이 기사는 언론사에서 사회 섹션으로 분류했습니다.
기사 섹션 분류 안내

기사의 섹션 정보는 해당 언론사의 분류를 따르고 있습니다. 언론사는 개별 기사를 2개 이상 섹션으로 중복 분류할 수 있습니다.

닫기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