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쪽짜리로 남을 뻔했던 장위뉴타운…그땐 비쌌고 지금은 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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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다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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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6월 ‘푸르지오라디우스파크’를 일반에 분양하는 서울 성북구 장위6구역. 저 멀리 공사가 한창인 ‘장위자이레디언트(장위4구역)’도 보인다. (윤관식 기자)
서울 최대 규모 뉴타운으로 꼽혔다 정비구역 절반이 해제돼 ‘반쪽짜리 뉴타운’이라는 오명을 얻었던 장위뉴타운이 활기를 되찾았다. 재개발을 추진한 구역 상당수가 사업을 마쳤고 장위6구역은 6월 일반분양 채비가 한창이다. 구역 해제됐던 곳들도 개발을 다시 추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모양새를 갖춰가는 모습이다.

정비업계에 따르면 장위6구역 재개발 조합은 오는 6월 말 ‘푸르지오라디우스파크’를 일반에 분양할 예정이다. 당초 5월 분양 예정이었다가 일정이 한 달가량 미뤄졌다.

장위뉴타운에서 새 아파트가 공급되는 것은 2022년 말 ‘장위자이레디언트(장위4구역)’가 분양한 지 1년 반 만이다. 푸르지오라디우스파크는 최고 33층짜리 아파트 15개동, 전용 39~105㎡ 1637가구 규모로 조성된다. 이 가운데 718가구가 일반 몫이다.

단지가 들어서는 장위6구역은 앞서 분양된 장위4구역 장위자이레디언트(2840가구)보다는 규모가 작다. 대신 장위4구역이 6호선 돌곶이역 역세권이라면 장위6구역은 1·6호선 환승역인 석계역과 가까운 게 장점이다. 석계역에서 한 정거장만 이동하면 수도권광역급행전철(GTX)-C노선이 지나는 광운대역이다. 광운대 역세권 복합개발 사업의 후광 효과도 간접적으로 받을 수 있을 전망이다. 북서울꿈의숲 앞으로는 경전철 동북선도 뚫린다.

푸르지오라디우스파크 일반분양가는 3.3㎡당 3200만~3300만원대에 책정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 평형’ 전용 84㎡를 기준으로 보면 11억원을 넘길 가격이다. 장위6구역 조합은 3.3㎡당 3500만원까지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2022년 말 장위자이레디언트 분양가가 3.3㎡당 2830만원 선이었고, 전용 84㎡ 최고가가 10억원을 조금 넘었던 점을 감안하면 1년 반 새 분양가가 1억원가량 오른 셈이다.

이 때문에 장위6구역을 두고 고분양가 논란이 일기도 했지만 장위자이레디언트4단지 전용 84㎡ 입주권이 지난 3월 11억3475만원에 거래되면서 논란은 이내 잠잠해졌다. 4구역 역시 최초 분양 당시에는 전용 84㎡가 최고 10억2350만원에 공급되며 고분양가 논란이 일었지만 이후 원자잿값, 공사비 상승 여파로 서울 분양가가 전체적으로 크게 오르자, 보란 듯이 ‘국평 10억원’ 하방선을 유지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전문가들은 장위뉴타운 청약 성적이 양호할 것으로 전망한다. 지난 3월 기준 서울 아파트 평균 분양가가 3.3㎡당 3801만원(주택도시보증공사 통계)에 달하는 점을 감안하면 장위동은 비교적 ‘가성비’ 있는 지역으로 봐야 한다는 분석이다. 윤지해 부동산R114 리서치팀장은 “서울 평균 분양가를 고려할 때 강북권역에서 3.3㎡당 3000만원대 신축 분양가는 수요자가 ‘받아들여야 하는’ 수준이 됐다”고 말했다.

‘반쪽짜리 뉴타운’의 변신

해제됐던 구역도 서둘러 재추진

장위뉴타운은 원래 장위동 일대 186만7000㎡ 땅을 15개 구역으로 나눠 아파트 2만3846가구를 짓는 계획으로 출발했다.

2005년 뉴타운으로 지정될 당시만 해도 ‘서울시 최대’ 규모 뉴타운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2008년 말 금융위기가 닥치며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자 뉴타운을 밀고 가자는 주민과 사업성이 없다며 그만두자는 주민 사이 갈등이 계속됐다.

그렇게 2014년 장위12구역을 시작으로 사업을 취소하는 곳이 줄을 이었고, 8·9·11·13·15구역까지 6곳이 뉴타운 사업을 접게 됐다. 한때 서울 최대 뉴타운으로 기대를 모았던 장위뉴타운 대지 규모는 절반인 91만8901㎡로 쪼그라들었고 ‘서울 동북권 최대’ 뉴타운이라는 타이틀만 겨우 유지했다.

재개발 사업을 먼저 마친 구역에는 잇따라 새 아파트가 공급됐다. 2구역 ‘꿈의숲코오롱하늘채(2017년 10월 입주)’, 1구역 ‘래미안장위포레카운티(2019년 6월 입주)’, 5구역 ‘래미안장위퍼스트하이(2019년 9월 입주, 1562가구)’가 일찍이 입주를 마쳤고, 7구역 ‘꿈의숲아이파크(총 1703가구)’는 2020년 말 공사를 마치고 입주했다.

가격도 천정부지로 솟았다. 래미안장위포레카운티 전용 84㎡는 지난 4월 19일 9억3000만원(28층)에 실거래됐다. 부동산 시장 호황 시절 12억5000만원에도 거래됐던 2022년과 비교하면 시세가 빠져 있지만 애초에 최초 공급 당시 일반분양가가 5억원 초반대였던 점을 감안하면 시세가 크게 올랐다. 꿈의숲아이파크 전용 84㎡는 지난 3월 10억9500만원(13층), 한 달 전인 2월에는 11억3000만원(20층)에 실거래된 바 있다. 장위뉴타운에서도 지하철역과 가장 가까워 입지가 좋은 것으로 통하는 6구역(석계역)과 4구역(돌곶이역)을 기준으로 시세가 형성된 모습이다.

장위뉴타운 아파트값이 천정부지로 오르고, 남은 재개발 구역도 속속 사업을 완성해가자 이번에는 사업이 늦거나 구역에서 해제된 곳에서 “뉴타운 사업을 밀어붙였어야 한다”는 아쉬움이 터져나오고 있다. 이들 구역은 조합설립을 앞두거나 신속통합기획, 도심주택공공사업 등을 통해 공공과 손잡는 등 저마다 개발 청사진을 확보하면서 사업에 속도를 내려는 분위기다.

현재 정비사업 예정지로 남은 곳은 3구역과 10구역, 14구역이다. 3구역은 지난해 조합설립 취소 이후 추진위원회 단계고, 14구역은 건축심의를 통과했다.

이 중 사랑제일교회와의 보상 문제로 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은 10구역은 올 하반기 분양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교회를 제외한 정비사업 진행 변경안이 통과되며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3월 재개발 건축통합심의를 신청했는데, 건축통합심의를 거치면 통상 2년가량 걸리던 심의 소요 기간이 6개월로 대폭 단축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10구역은 재개발을 통해 총 2004가구를 신축할 예정이다. 전용면적별로는 ▲40㎡ 156가구 ▲40~50㎡ 146가구 ▲50~60㎡ 705가구 ▲60~85㎡ 862가구 ▲85㎡ 이상 135가구 등으로 구성된다.

뉴타운에서 해제된 8구역과 9구역은 지난해 서울시 공공재개발 2차 후보지로 선정됐다. 11구역과 12구역은 각각 역세권 장기전세주택사업과 도심공공주택복합사업으로 방향을 틀었다. 13구역은 신속통합기획을 준비 중이고 15구역은 뉴타운 재편입을 추진 중이다. 15구역은 서울 지하철 6호선 상월곡역 인근 역세권 단지로 당초 재개발을 통해 2464가구 규모 대단지를 지으려던 곳이다. 14구역과 비슷한 시기에 재개발이 이뤄질 경우 거대한 아파트 단지로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김광석 리얼하우스 대표는 “장위뉴타운은 한동안 저평가되던 지역이지만 뉴타운이 완성되고 성북구 길음뉴타운과 연결되면 정주 여건이 우수한 곳으로 재평가받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58호 (2024.05.08~2024.05.14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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