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 트렌드, 앞으로도 쭉?…‘개인 맞춤형’ 시대의 한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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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 먹든지 ‘저저익선’…‘제로’의 세계 [스페셜리포트]


제로 열풍의 주역인 제로 콜라 제조업체들도 ‘제로 카페인’ 열풍에 동참하고 있다. (각 사 제공)
‘제로 시장’은 앞으로 계속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단순 유행을 넘어 소비자 건강에 대한 인식 변화와 함께 식품 산업의 성장 전략으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다. 코트라(KOTRA)는 얼라이드 마켓 리서치 논문을 인용해 전 세계 제로 탄산음료 시장 규모가 2020년 1253억달러에서 2030년 2435억달러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전문가 시각도 별반 다르지 않다. 문정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과 교수(푸드비즈니스랩 소장)는 “지난해 초부터 편의점에서 제로 탄산음료 판매 수량이 일반 탄산음료 판매 수량을 확연히 넘어섰다”며 “제로 탄산음료뿐 아니라 다양한 제로 제품이 잘 팔리는 만큼 이런 경향은 곧 대세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제로 트렌드가 ‘개인 맞춤형 식품’으로 변화해가는 현상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기원 서울대 푸드테크학과장(한국푸드테크협의회장) 역시 “제로 트렌드는 식품 소비 형태가 보다 다양해지고 개인화되면서 생긴 현상”이라며 “각 소비자가 자신의 취향과 생활 양식에 맞는 제품을 찾아가는 차원인 만큼 일시적인 트렌드로 끝나진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나아가 “지금은 당과 알코올 등을 줄여나가는 게 트렌드라면 추후에는 우유를 소화하지 못하는 소비자를 위한 ‘락토 프리 아이스크림’이 나오는 등 개인 맞춤형 식품 시장이 커질 것”이라고 내다본 전미영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연구위원의 분석도 같은 맥락이다.

정부의 ‘로우 스펙 푸드’ 지원 사업은 제로 트렌드 전망을 더욱 밝힌다. 로우 스펙 푸드란 말 그대로 칼로리, 당, 나트륨, 알코올 도수 등 건강에 안 좋은 성분 함량을 낮춘 것을 말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최근 4월 25일까지 ‘나트륨·당류 저감 제품 개발 기술 지원 사업’에 참여할 중소 식품 제조업체(연평균 매출액 1000억원 이하)를 모집했다. 단맛과 짠맛 등을 줄인 햄버거, 아이스크림, 액상 커피 등 제품에 기술 지원을 실시한다는 계획이다.

전미영 연구위원은 “예전에는 상대적으로 고가에 소량 구매만 가능했던 나트륨·당류 저감 제품을 대용량으로 저렴하게 납품할 수 있게 된 셈”이라며 “로우 스펙 푸드 지원 사업은 대체 첨가물을 납품하는 중소기업에도, 또 대용량 제품을 납품받아 사용하는 외식업계에도 기회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한편으로는 정부가 ‘대체 첨가물 섭취 가이드라인’ 홍보에 소홀하다는 쓴소리도 나왔다. 문정훈 교수는 “대체당을 일정량 이상 섭취한 사람들은 배가 아프다고 하소연한다. 이제는 업체에 대한 가이드라인뿐 아니라 제대로 된 섭취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대국민 홍보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식품업계 경쟁이 치열해진 만큼 소비자도 무차별적인 ‘제로 마케팅’에 유의해야 한다는 조언도 새겨들을 만하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제로 표시가 완전한 ‘제로’가 아닐 수 있는 만큼 소비자들은 첨가제 정보, 인체 유해성 등을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익명을 요청한 한 가정의학과 교수는 “대체당이라고 해서 안심하면 안 된다. 너무 많이 섭취하면 혈당을 낮추고 소화 불량을 유발하는 등 부작용이 있다. 아직 다 밝혀지지 않은 장기 섭취 부작용도 분명 존재할 것”이라며 “설탕 대체품이라 해서 무작정 많이 먹고 마시면 곤란하다”고 말했다.

‘제로’를 둘러싼 오해와 궁금증

비알코올? 미량이나마 알코올 들어가

소비자 입장에서는 최근 다소 과열된 ‘제로 마케팅’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표기는 ‘0’이지만 실상은 해당 성분이 미량 포함된 제품이 여럿이다. 술을 전혀 못 마시거나, 환자 또는 임산부라면 ‘제로’ 제품 소비 전 잘 따져봐야 할 필요가 있다. 특히 ‘제로 알코올’의 경우 도수가 완전히 0이 아닌 제품도 꽤 있다.

우선 제로 알코올은 ‘무알코올’과 ‘논알코올(비알코올)’로 나뉜다는 점을 기억하자. 알코올 함량이 전혀 없으면 무알코올, 1% 미만이면 논알코올이다. 국내 주세법은 도수 1% 미만을 음료, 1% 이상을 주류로 구분한다. 예를 들어 하이트제로 0.00은 무알코올이지만 경쟁 제품인 카스 0.0은 알코올이 0.05% 정도 함유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차이가 생기는 이유는 공정 방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무알코올은 탄산음료와 유사하다. 제품을 만들 때 발효 과정이 없다. 맥주와 비슷한 맛과 향을 첨가해 만든다. 반면 비알코올은 실제 맥주를 만든 뒤 알코올 제거 과정을 거친다. 이때 알코올은 완전 제거하기 어려운 만큼 극소량이나마 남게 된다.

제로 슈거, 제로 칼로리 표시 제품 역시 완전한 제로라고 보기 어렵다. 식약처 식품 표시 기준에 따르면 제로 슈거는 식품 100㎖(100g)당 과당 함유가 0.5g 미만일 때, 제로 칼로리는 같은 용량 기준 열량이 4㎉ 미만일 때 표시할 수 있다. 여타 음식료 대비 당과 칼로리가 매우 적기는 하지만 완전한 의미의 제로는 아닐 수 있다는 의미다.

또 제로 슈거가 꼭 제로 칼로리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제로 슈거 제품은 기존에 사용하던 과당(果糖)을 대신하는 대체 감미료를 넣은 제품이다. 대체당이 몸에 흡수되지 않고 소변으로 배출돼 열량이 낮은 것은 맞다. 하지만 이건 ‘당’에 한해서만이다. 해당 제품에 포함된 다른 구성 성분이 주는 열량이 높다면 제로 슈거 제품이더라도 고칼로리가 될 수 있다.

최근 유행하는 ‘제로 슈거 소주’만 봐도 그렇다. 설탕이 들어 있지 않은 건 맞지만 열량은 여전히 높다. 알코올은 1g당 열량이 7㎉다. 제로 슈거 소주 한 병은 약 300㎉로 일반 다른 소주(약 400㎉)와 별 차이가 없다. 밥 한 공기 열량과 비슷하다. 탄산음료, 과자, 아이스크림 같은 다른 제로 슈거 제품도 마찬가지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57호 (2024.05.01~2024.05.07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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