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경찰 총격 피해 한인 유족 "무자비한 살인…美 검찰에 기소 요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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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 "경찰, 현장 증거 인멸…현장 청소 후 공개"
LAPD, 내부 조사 중이라며 보디캠 공개 안해


LA에서 경찰 총격으로 숨진 한인 양용씨(오른쪽)와 아버지 양민씨(왼쪽) ⓒ연합뉴스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정신질환 치료를 받으려 당국에 도움을 요청했다가 출동한 경찰의 총격으로 한인 남성이 숨진 가운데 유족 측이 미 검찰에 해당 경찰관들에 대한 기소를 요청하기로 했다고 9일(현지 시각) 밝혔다.

숨진 한인은 양용씨로 사망 당시 40세였다. 양씨의 부모와 형제 등 유족 3명은 이날 미국 LA 한인회관에서 변호인단, LA한인회와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은 입장을 전했다.

양씨의 변호사 로버트 시언은 "가족들이 요구하는 것은 지방검찰청과 연방검찰청의 전면 수사"라며 "LA 카운티 지방검사장에게 해당 경찰관들을 기소할 것을 요청한다"고 했다. 그는 "정상적인 절차를 밟는다면 이 사건은 지방검찰청으로 넘어갈 것"이라며 "그러나 만약 지방검찰이 이들을 기소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연방검찰에 연방 범죄로 기소하도록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가족은 경찰의 모든 보디캠 증거와 통화 기록, 문자메시지, 이메일 등 정신질환이 있는 자녀의 무자비한 살인을 설명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모든 증거를 요청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연방법에 따라, 해당 경찰관들에게 살인죄와 사법방해죄가 적용될 수 있다고 그는 전했다.

어릴 때부터 가족과 함께 LA에서 거주해온 한국 국적인 양씨는 지난 2일 오전 11시께 LA 시내 한인타운에 있는 자택에서 경찰이 쏜 총에 맞아 사망했다. 양씨의 가족은 조울증 등 정신질환을 앓아온 양씨가 당일 오전 힘들어하는 것을 보고 LA 카운티 정신건강국(DMH)에 치료시설로 이송해 달라고 요청했다. 양씨의 집에 온 DMH 직원은 양씨가 시설 이송을 거부한다는 이유로 경찰을 불렀다.

경찰(LAPD)은 총격 사건 발생 후 언론에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경찰이 양씨의 집 현관문을 열었을 때 거실에 있던 양씨가 부엌칼을 들고 경찰들 쪽으로 전진했다고 총격의 배경을 설명했다.

하지만 유족들은 경찰이 총격 이후 양씨를 살리기 위해 구급대를 부르지 않았고, 1시간 넘게 양씨의 사망 사실을 알리지 않았으며, 현장 접근을 허용했을 때는 이미 현장을 깨끗하게 치운 뒤였다는 점을 들어 경찰이 진실을 은폐한 것으로 주장하고 있다.

LAPD는 이 사건을 내부적으로 조사 중이라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지난 3일 배포한 뒤 해당 경찰관들이 착용한 보디캠을 아직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 사건에 대한 조사 결과나 공식 입장 또한 내놓지 않고 있다.

변호인단은 "우리는 한때 경찰이 압도적이고 잔인한 힘을 사용하는 시대가 끝났다고 생각했지만,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정신질환자 1명을 상대하기 위해 9명의 경찰관이 투입됐다. 경찰은 테이저건이나 다른 무기 등 정신질환자를 제압하는 데 사용되는 수많은 방법 중 왜 어떤 것도 사용하지 않았는지 설명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들(경찰)은 범죄 현장에 있던 모든 물리적 증거를 인멸했다"며 "몇 시간 동안 범죄 현장을 소독하며 아파트를 청소했는데, 신참 경찰관이라도 이것이 사법방해 행위라는 것을 안다. 일반적인 총격 사건 현장에서는 그렇게 할 수 없고, 경찰이 연루된 총격에서도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변호인단은 양씨가 이전에도 증상이 악화됐을 때 DMH에 도움을 요청해 시설 치료 지원을 여러 차례 받았다고 밝혔다. 그때마다 모든 과정이 평화롭게 진행됐었다면서 사건 당일 DMH 직원이 왜 성급하게 경찰을 불렀는지에 대해서도 따져볼 것이라고 전했다.

변호인단은 양씨가 이전까지 폭력적인 행위를 한 이력이 전혀 없다는 점도 짚었다. 이와 관련해 LA 현지 방송사 소속 기자가 "양씨가 DMH 직원을 공격했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사실인가"라고 질문하자, 유족은 "당시 아버지가 아들과 함께 있었고,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고 답했다.

캐런 배스 LA 시장은 이날 성명을 내고 "양용 씨를 잃고 슬픔에 빠진 가족과 그를 사랑하는 사람들, 한인타운 커뮤니티와 함께 애도하고 있다"며 "이번 비극에 대한 투명성과 책임성을 확보하기 위해 전면적인 조사가 진행 중이며, 이번 사건에 대응할 때 사용된 (경찰의) 프로토콜도 다시 검토돼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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