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주한미군 철수"…'D-6개월' 美 대선, 한반도 흔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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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기 트럼프 행정부, '북한 핵' 용인할 가능성도 제기돼

미국 대선을 6개월 앞두고 조 바이든 현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초박빙 지지율로 맞서고 있다. 팽팽한 접전 상황이 이대로 전개된다면 한국은 바이든과 트럼프 가운데 누가 당선되더라도 거기에 맞춘 한미 동맹과 대북 공조 정책을 준비해야 하는 상황을 맞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 가운데 초미의 관심은 트럼프의 귀환 여부다. 그가 미국 47대 대통령으로 당선된다면 대북 정책에 또다시 상당한 격변이 불가피하고, 한미 관계는 물론 한반도 정세에도 적지 않은 파장을 불러올 게 분명하다는 것이 우리 정부 당국과 전문가 그룹의 대체적인 견해다.

트럼프는 2018년 6월 싱가포르에서 김정은과의 정상회담을 통해 북·미 관계 개선 등에 의기투합했다. 특히 한미 합동군사연습의 전격적인 취소·축소라는 선물을 김정은에게 안겨주었다. 한국으로서는 미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대북 견제와 압박의 상징으로 자리해온 군사연습이 중단되는 쓴맛을 봐야 했다.

이듬해 2월 하노이 정상회담에서는 비핵화를 머뭇거리던 김정은에게 '노딜'이라는 카드를 내밀고 돌아섬으로써 굴욕에 가까운 경험을 선사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두 사람은 친서 교환 등을 통해 '브로맨스'를 유지했고, 김정은이 트럼프의 화려한 복귀를 고대하게 만드는 배경으로 자리 잡았다. 

(왼쪽부터)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AFP연합·EPA연합·연합뉴스


'전략적 인내'에 기울어진 바이든의 대북 정책

이런 상황 전개에 문제의식을 갖고 출발한 바이든 행정부는 임기 시작 100일 만에 내놓은 대북 정책 리뷰 결과를 통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목표로 한 실용적 접근과 외교적 해법을 기조로 제시했다. 이는 정상 간 담판을 거쳐 합의에 이르는 트럼프의 '빅딜' 방식도 아니고, 대북 압박을 통해 태도 변화를 이끌어내겠다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전략적 인내'도 아닌 중간지대 정책으로 해석됐다.

이 때문인지 2021년 1월 취임 이후 현재까지 3년여의 기간 동안 바이든 정부의 대북 정책은 특별한 전략이나 정책 방향이 드러나지 않는 무색무취한 것처럼 비춰졌다. 한국과의 대북 공조를 강화하면서 중단 내지 축소됐던 합동군사연습을 복원하는 선에서 대북 대응이 이뤄졌다고 할 수 있다. 대북 제재나 북한 인권 문제 등에 대한 대처도 행정적인 프로세스 차원에서 진행되는 듯한 모습을 드러냈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오바마 시기 8년간 이어진 '전략적 인내' 쪽에 무게가 실리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고, 북한도 이런 바이든 행정부의 접근에 반감을 드러내면서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바이든이 재선에 성공한다면 결국 이런 대북 정책 기조를 그대로 이어가는 시즌2 성격의 전개가 유력해 보인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나 중동 사태, 중국과 대만의 갈등 등 굵직한 현안이 적지 않다는 점에서 대북 이슈에 집중력을 발휘하기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이에 반해 트럼프의 재집권이 가져올 후폭풍은 만만치 않아 보인다. 그가 대통령직에 귀환할 경우 한미 합동군사연습 중단을 넘어 주한미군 철수까지 검토되는 큰 변화가 현실화할 수 있고, 이에 따른 대비책도 검토해야 한다는 진단이 나온다.

무엇보다 트럼프 자신이 이런 생각을 숨기지 않고 노골적으로 피력하고 있는 상황이다. 트럼프는 4월30일(현지시간) 발간된 타임지의 인터뷰에서 한국이 더 많은 주둔 비용을 분담하지 않을 경우 주한미군을 철수할 수 있다는 취지의 언급을 했다. 그는 "우리는 위태로운 위치에 4만 명(실제는 2만8500명)의 군인이 있는데 이것은 말이 안 된다"며 "지금 아주 부유한 나라에 대해 말하고 있는 것"이라고 한국을 겨냥했다. 임기 첫해인 2019년 방위비 분담금으로 이전 해의 6배 가까운 금액을 불렀던 비즈니스맨으로서의 기질을 언제든 다시 발휘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경제적인 문제를 넘어 아예 주한미군 무용론을 펼치며 철수를 언급하는 기류도 트럼프 진영 내에서 감지된다. 트럼프 당선 시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후보로 유력시되는 엘브리지 콜비 전 국방부 전략·전력 개발 담당 부차관보는 5월6일(현지시간) 한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의 주된 문제가 아닌 북한을 해결하기 위해 더 이상 한반도에 미군을 인질로 붙잡아둬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중국을 상대하는 헤비급 챔피언인 미국이 미들급인 남북 간 분쟁에 끼어들면 안 된다는 논리를 폈다.

방위비 분담금 인상 또 거론한 트럼프

바이든의 재선, 혹은 트럼프의 재집권이 이뤄질 경우 이들이 각각 어떤 북핵 대응책을 내놓을지도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백악관과 미 행정부 안팎에서 북핵 해결을 위한 로드맵에 이른바 '중간 단계'를 설정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잇달아 제기되면서 북핵을 사실상 용인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아가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3월4일 미라 랩-후퍼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선임보좌관은 "미국의 목표는 여전히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라면서도 "비핵화로 가는 과정에서 중간 조치를 고려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이튿날에는 정 박 국무부 대북고위관리도 "비핵화는 하룻밤에 일어나지 않으며 거기에 도달하기 위해 취해야 할 중간 단계가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지난해 12월 '2024년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트럼프는 대북 접근법 점검을 고려한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2기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 핵을 용인할 가능성을 보도하기도 했다.

한국 정부는 이 같은 움직임이 북한이 사실상의 핵보유국 지위를 거머쥐기 위해 미국에 제안할 군축회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판단 아래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북한의 핵을 용인하는 군축회담이 핵 도미노 현상을 불러올 수밖에 없고, 핵 확산 금지 규범이 무너지고 국제 정세를 더욱더 불안정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김영호 통일부 장관 3월8일 언론 브리핑)이란 얘기다.  

바이든과 트럼프는 정치철학이나 가치관, 인식에서 큰 차이가 난다. 바이든은 회고록에서 "상식적인 원칙에 입각한 미국의 신념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책무를 강조한다는 의미다. 반면 트럼프는 "그의 외교정책은 대체로 돈에 좌우된다"(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 한국석좌)는 말이 나올 정도로 철저한 경제 논리와 손익계산으로 이뤄지는 양상을 보인다. 게다가 그는 자신의 이름을 건 TV 토크쇼를 오랜 기간 진행한 특이한 경력을 갖고 있다. 언제 어느 시점에 대중의 관심을 끌 게스트를 자신의 쇼에 초청하는 게 좋을지를 판단하는 데는 이력이 나있다는 얘기다. 김정은은 여기에 딱 맞는 인물이었고, 트럼프는 북·미 정상회담에서도 자신이 무대의 주인공이어야 한다는 걸 결코 잊지 않았다.

바이든의 임기 연장이냐, 트럼프의 귀환이냐 하는 문제는 한반도와 주변 정세는 물론 남북관계와 윤석열 정부의 대북정책에 영향을 미칠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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