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 5년간 370명 늘리는 안
전체회의·본회의 문턱 남아
검사정원법도 법안소위 통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지난 5월 7일 법안심사제1소위원회에서 각급 법원 판사 정원법 개정안을 여야 합의로 통과시켰다. 정부안으로 발의된 지 1년 5개월 만이다. 개정안은 2023년부터 5년에 걸쳐 50명, 80명, 70명, 80명, 90명씩 총 3584명으로 차례로 수를 늘리는 내용이 골자다. 현행 판사정원법은 ‘각급 법원 판사의 수는 3214명으로 한다’고 정하고 있다.
본래 개정안엔 2023년부터 2027년까지로 돼 있었지만 법안 처리 과정에서 해가 바뀌어 ‘판사 증원의 시기’만 2024년 7월 1일부터 50명 증원, 2025년 1월 1일부터 80명 증원 등으로 수정됐다. 일단 국회의 문턱 하나를 넘은 셈이다.
실제 재판 지연 문제는 심화하고 있다. 대법원 사법연감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선고까지 고등법원은 11.1개월, 지방법원(항소부)은 10.8개월이 소요된 것으로 집계됐다. 2018년 말 기준 고등법원 8.1개월, 지방법원은 7.8개월이 걸린 것과 비교하면 모두 처리 기간이 증가했다. 반면 법원행정처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판사 정원 3214명에 현원은 3105명이다. 결원이 109명인 것.
또한 대법원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주요 국가들과 비교해 판사 1인당 맡는 민·형사 사건 부담이 큰 상황이다. 2019년 기준 독일의 4.8배, 일본의 2.8배, 프랑스의 2.2배가량 사건을 많이 맡는다. 여기에 사건이 점점 복잡해지고 분쟁이 많아지면서 판사 업무량은 더 늘어나는 추세다. 민사 중액 이상 사건의 지난해 접수 건수는 2017년에 비해 약 16% 이상 증가했다. 지난해 민사합의 사건 처리 기간은 2017년에 비해 61.4% 늘었다. 민·형사 미제사건 수(소액 제외) 역시 2017년에 비해 약 28.6% 증가했다.
개정안이 법안소위를 통과했지만 향후 법사위 전체회의와 본회의 표결이라는 문턱은 아직 남아있는 상황이다. 이달 말 열릴 21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처리되지 않으면 법안은 폐기돼 다시 처음부터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7월 13일 법사위 제1소위 회의록에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재판 지연 심각성을 고려해 판사정원법을 따로 통과시키고 검사정원법 통과는 신중히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에선 “형사재판부가 증설되면 그만큼 검사 수도 증원되어야 하니 검사정원법과 판사 정원법을 연계해서 처리할 수 있도록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맞섰다. 이때 논의를 마지막으로 법사위 제1소위에서 개정안에 대한 논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법원행정처 관계자는 “판사 증원에 관한 법률안이 법사위 1소위를 통과한 것을 다행으로 생각한다”며 “판사 증원에 관한 법률이 21대 국회에서 반드시 처리돼 재판 지연을 해소하고 국민께 보다 나은 사법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국민과 국회의원들이 많은 관심을 가져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한편, 판사정원법 개정안과 함께 검사 206명을 차례로 증원하는 내용을 담은 검사정원법 개정안도 법안소위를 통과했다. 애초 검사정원법 개정안 원안은 220명이었지만 206명으로 규모가 일부 수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