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대학동기 참여 방심위 연구반…"뉴스타파 제재 수단 찾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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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03.12. 오후 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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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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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방심위 업무운영계획 안건 상정, 야권 추천 위원들 ‘반대’
“통신심의규정 개정 TF…인터넷언론사 규제 근거 마련 의혹”
소위 배정 갈등으로 회의 정상 운행 불가, 야권 위원 도중 퇴장
▲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왼쪽)이 11일 오후 서울 양천구 목동 방송통신심의위윈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제6차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정기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 심의위원 간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야권 추천 위원들이 복귀한 회의에서 위원들은 2024년 업무운영계획과 소위 배정을 놓고 맞붙었다. 하지만 여야 6대2 구조에 따라 사실상 야권 추천 위원과 협의 없이 의결할 수 있는 상황이라 갈등이 생겨도 여권 추천 위원들의 일방적 강행이 계속되고 있다.

방심위는 지난 11일 전체회의를 열고 2024년도 업무운영계획 및 예산에 관한 건을 의결했다. △방송의 공공성 향상 및 품격 제고 △민생친화적 방송통신 심의 환경 조성 △미디어 환경 변화에 대응한 심의체계의 효율화 △적극적 이용자 권익 보호 및 소통 강화 등의 내용인데, 야권 추천 위원들은 방심위가 받아온 '정치심의' 논란이 가중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유진 위원은 "방송의 공적 책임 강화 항목을 보면 시사대담, 보도프로그램에 대해 불명확한 내용을 사실인 것으로 혼동케하거나 혼란을 줄 수 있는 내용을 중점 심의하겠다고 한다"며 "대통령 비속어 보도 등에 대한 정치심의를 합리화하고 이런 식의 심의를 강화하겠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특히 통신심의 규정 개정에 대한 우려가 나왔다. 업무운영계획에 따르면 방심위는 심의규정 개정을 통한 심의기준 재정립, 심의 시스템 개선 및 신속성 제고 등을 담았다. 김유진 위원은 "현재도 통신심의규정 개정을 위한 TF를 사무처에 두고 있다. 그게 통신심의 제도 연구반으로 추정된다"며 "이 TF가 구성된 배경이 지난해 뉴스타파의 김만배 인터뷰 보도를 제재하지 못한 데 따른 것이며 인터넷 언론사들에 대한 방심위의 규제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목적이라는 의혹이 일고 있다"고 했다.

방심위는 지난해 불법유해정보를 심의하던 통신소위에서 사상 첫 인터넷 언론(뉴스타파)을 심의하려 했으나 제재를 내리는 데는 실패했다. 김 위원은 "여기에 더해 위원회가 최근 대통령 풍자 영상에 대한 무분별한 제재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며 "권력 풍자 게시물을 차단·삭제하기 위한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통신심의규정 재개정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연합뉴스
미디어오늘 취재에 따르면 방심위에서 운영하는 통신심의제도 연구반 첫 회의가 지난주 열렸다. 연구반 회의는 교수, 변호사 등 외부 전문가들과 함께 진행되며 심의 규정, 제도 개선 사항 등을 논의하는 자리다. 별도 기구의 위상은 아니지만 위원장이 위원을 임명해 운영되며 심의 규정 개정을 전제한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 기사 : 尹대통령 대학 동기 김구철 방심위 심의제도 연구반으로]

해당 연구반엔 윤석열 대통령의 대학 동기이자 류희림 방심위원장의 KBS 후배인 김구철 한양경제 주필(전 아리랑TV미디어 상임고문)이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KBS 기자 출신인 김 주필은 윤 대통령의 대선 출마를 앞두고 평전 제작을 주도했다. 2021년 한겨레에 그는 "(서울대 법대) 79학번이 다른 학번 선배들과 비교해도 매우 끈끈하고 힘들 때도 잘 도와왔다"며 "윤 전 총장과 친분이 두텁진 않지만 작가로부터 출간 계획을 듣고 돕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2024년도 업무운영계획은 방심위 상임위원인 류희림 위원장(윤석열 대통령 추천)과 황성욱 위원(국민의힘 추천)이 검토해 안건으로 올렸다. 국회의장 몫 야권 추천 위원이 임명되지 않아 상임위엔 여권 추천 위원밖에 없어 의결이 부당하다는 지적에 류희림 위원장은 "야권 추천 상임위원이 없는 건 저희들의 의지가 아니다"라며 "객관적으로 위원회 발전을 위해 의논했다. 다시 연기했다가는 3월도 지나게 될 거다. 양해해주시길 바란다"며 여권 추천 위원들 과반으로 의결했다.

소위 배정 갈등 회의 정상 진행 불가 "류희림 위원장 책임"

소위원회 배정을 둘러싼 갈등도 이어졌다. 위원 협의 없이 류희림 위원장이 일방적으로 소위를 배정한 것에 반발하던 윤성옥 위원(경기대 교수)은 12일 방송소위를 하던 중간에 개인 일정으로 퇴장했다.

윤 위원은 "류 위원장이 방송, 통신, 광고 모든 소위에 배정했다"며 "저도 학교 일정이라는 게 있다. 누누이 입장 발표를 통해 이 상태면 정상적인 심의 업무를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제가 정상적으로 업무할 수 없는 건 위원장님의 책임"이라며 "소위 배정을 다시 하시거나 시간을 변경하셔라"고 했다.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 ⓒ연합뉴스
지난 1월 야권 추천 위원 2인(김유진·옥시찬) 해촉으로 여야 6대1 상황이 되자 류희림 위원장은 윤성옥 위원을 4개 소위원회 중 방송·통신·디지털성범죄소위에 일방적으로 배정한 바 있다. 지금까지 소위 배정은 위원 협의를 통해 이뤄져 왔기에 윤 위원은 지난 1월 "한 명의 야권 추천인사에게 4개의 소위 중 3개의 소위를 맡아서 심의하라는 일방적 배정은 최소한의 예의와 도의마저 저버린 행위"라고 반발했다.

[관련 기사 : 여야 6:1 방심위, 일방적 소위 배정에 야권 위원 "독단적 배치 거부"]

그러나 류 위원장은 지난 8일 김유진 위원이 가처분 결정으로 복귀하자 지난 1월에 이어 다시 소위를 강제로 배정했다. 류희림 위원장의 민원사주 의혹에 대해 끝까지 책임을 물을 것이라 선언한 김 위원을 가장 정치적으로 예민한 방송·통신소위에서 제외시키고 2개월 동안 심의를 보이콧하던 윤 위원을 방송·통신·광고소위에 모두 넣어버린 것이다.

류희림 위원장은 12일 전체회의에서 "윤 위원님은 1월 말부터 40일 넘게 심의 참석을 거부했다. 참 아쉬웠다"며 "지난달 26일엔 공개적으로 심의 거부 입장문을 내기도 했다. 위원장으로서 참으로 가슴이 아팠다. 이런 상황에서 윤 위원께 소위 배정을 논의하는 것 자체가 실례라는 생각이 될 정도였다. 그래서 말씀 드리지 못했다"고 말했다.

류 위원장은 "김유진 위원님도 이전에 속했던 방송·광고에 다시 배정하려고 했지만 이미 활동하고 계신 위원님들과 맞물려 배정을 못한 것"이라고 했다. 이에 윤 위원이 "백번 양보해서 그런 이유라 하더라도 일정이 안 되는 제가 빠지고 김유진 위원을 (방송소위에) 넣으면 되는 것 아니냐"고 했지만 류 위원장은 답변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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