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현대 오너 아닌 전태일만 싣는 교과서’ 비판하며 소환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 점거파업 비판하며 전태일 언급조선일보가 이달 들어 전태일재단과 공동 기획한 창간 104주년 '12대88의 사회를 넘자' 기획보도를 연재하고 있다. 관련 기사는 '전태일 정신'을 거론하며 "전체 임금 근로자 12%인 대기업 정규직과 중소기업 및 비정규직 근로자 등 나머지 88%로 쪼개졌다"고 강조하는 노동시장 이중구조론을 반영했다.
이번 기획을 계기로 조선일보가 그간 전태일과 전태일 정신을 다뤄온 과거 보도들에 대해서도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이에 실제 보도들을 살펴봤다.
그런데 전태일의 가족과 동료들은 다른 기억을 갖고 있다. 전태일기념사업회는 전태일의 수기를 책으로 펴내며 조선일보가 전태일의 일기를 훼손하고 일부 내용을 영구 분실한 사실을 밝혔다.
"분신 직후, 조선일보사에서 기사 작성에 참고한다며 가져갔는데, 일기의 중요한 부분들이 예리한 면도칼에 의해 잘려 나가 없어져 버린 채 되돌아왔다. 이후 동지의 가족은 1년여에 걸쳐 없어진 일기를 되찾으려 무진 애를 썼으나, 결국 돌려받지 못했다. (…) 조선일보사에서 가져가면서 잘려져 나가 없어진 부분들은 당시에 미처 복사를 해놓지 못해 원본을 구할 수 없어 '전태일 평전'에서 인용했다." (<내 죽음을 헛되이 말라> 서문)
조선일보는 이명박·박근혜 정부 당시 교과서에 재벌 오너 이름을 싣자고 주장하며 번번이 전태일을 불러왔다. 2011년 7월29일 사설 <이병철·정주영 빼고 전태일만 가르쳐 현대사 알겠나>에서 "(교과서들이) 전태일 분신 사건에 많은 지면을 할애하는 반면 이병철 삼성그룹 상업자나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자를 소개한 교과서는 1종에 지나지 않는다"며 "(교과서가) 친북·반대한민국적이라는 비판을 받은 후 새로 만들어졌으나 여전히 경제·사회 분야 왜곡과 편향이 심각하다"고 했다. 2013년과 2015년에도 "전태일을 크게 부각시킨 것을 놓고 볼 때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썼다.
조선일보는 2022년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 하청노동자들의 생존권을 건 파업 당시 하청노동자들 비판을 위해 전태일을 소환했다. 조선일보 사설은 하청노동자들이 전태일과 다르다며 점거 농성을 '생존권 투쟁과 거리가 먼 조폭 행위'라고 비난했다. 법원이 민주노총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집회를 금지하는 가처분신청을 인용하자 이 결정이 가볍다며 되레 비판했다. 이 신문은 "법원은 이런 조직의 불법행위를 마치 전태일 시대 노동조합이 없던 공단 여공들의 생존권 투쟁을 대하듯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