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칼 테러 사건’ 언급, 이것이 윤석열 정권의 언론관”황상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이 일부 출입기자들 식사 자리에서 "MBC는 잘 들어"라며 과거 군사정권을 비판했던 기자가 당한 '군 정보사 회칼 테러 사건'을 언급한 것을 두고 MBC 내부에서 거센 반발이 나오고 있다.
당장 MBC 기자회는 15일 "황상무 수석은 잘 들어라. 즉각 사과하고 사퇴하라"는 제목의 성명을 냈다. 이들은 "황 수석의 발언은 정부에 비판적인 언론에 대한 대통령실의 인식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과거 국가권력에 의해 자행된 언론인 테러를 태연하게 말할 수 있는 언론관이 경악스럽다"며 "혹여나 조금이라도 뼈 있는 농담이었다면 그야말로 언론을 상대로 한 테러 예고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어떤 경우여도 황 수석은 고위 공직자로서의 자격이 없다"고 비판했다.
MBC 기자회는 "윤석열 정부는 하루하루 MBC의 숨통을 조이고 있다. 전용기 탑승 불허, 소송, 강도 높은 세무조사, 수사기관의 압수수색 시도, 방송통신심의위원회를 통한 잇단 중징계 등 윤석열 정부는 이미 국가기관을 총동원해 MBC에 온갖 압박을 가하고 있다"며 "황 수석의 '회칼 테러' 언급이 MBC 기자들에게 전혀 농담으로 들리지 않는 이유"라고 우려했다.
MBC본부는 "황 수석은 '농담'을 가장하고 있지만 발언의 형식도, 그 내용도 뒤늦게 '농담'이라고 눙칠 성격이 결코 아니다. 대통령실의 시민사회수석이 굳이 'MBC는 잘 들어'라며 명확히 대상을 정하고 한 말이다. 윤석열 정권의 시선에서 봤을 때 MBC가 오홍근 기자와 겹쳤기 때문일 것이며, 당시 오 기자가 군에 의해 '회칼 테러'를 당했던 것처럼 MBC 역시 정권에 대해 비판적인 보도를 계속하면 극단적으로 응징당할 수도 있다는 메시지를 분명하게 보낸 것"이라고 주장했다.
MBC본부는 "윤석열 정권 출범 이후 MBC 기자들은 정권 비판적 보도나 권력의 감시자 역할을 수행할 때마다 극우세력들의 좌표로 찍히며 온갖 협박에 노출돼왔다"며 "KBS 기자 출신으로 메인 앵커까지 맡았던 황상무 수석이 이 같은 기자들의 트라우마를 모를 리가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최근 MBC가 단독 보도한 이종섭 전 국방부장관의 호주대사 임명 논란은 정권 입장에서 매우 불편한 보도였을 것이다. 윤석열 정권은 이번에도 반성이나 시정 대신 또다시 MBC 탓으로 돌리려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공수처와 야당 그리고 좌파 언론이 결탁한 정치 공작'이란 전형적인 프레임 전환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라며 "'회칼 테러 사건' 언급은 단순히 황 수석의 개인적 실언으로 치부할 수 없다. 이것이 윤석열 정권의 언론관이고, MBC를 바라보는 시선이며, 향후 MBC에 그 어떤 일도 할 수 있다는 겁박"이라고 했다.
'군 정보사 회칼 테러 사건'은 지난 1988년 8월 '월간중앙'에 <청산해야 할 군사문화>라는 제목의 칼럼을 쓴 오홍근 당시 중앙경제신문(당시 중앙일보 자매지) 사회부장이 군 정보사령부 소속 요원들에 의해 흉기로 허벅지(깊이 4cm, 길이 30cm 이상)를 찔리고 집단폭행을 당한 사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