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재 전북일보 객원논설위원은 지난 5일 전북KBS에서 진행한 심층토론에서 "이번 총선이 끝나고 나서 공직선거법 제25조에서 농·산·어촌 지역대표성을 보장하고는 있는데 이 내용을 강제하는 방식으로 개정해야 한다"고 했다. 이 위원의 주장은 농산어촌에는 인구 상하한 규정에 벗어나더라도 전북 의석수 10석을 보장하자는 취지다.
공직선거법 제25조 2항은 "국회의원지역구의 획정에 있어서는 인구범위를 벗어나지 아니하는 범위에서 농산어촌의 지역대표성이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한다"로 현재 한 선거구당 인구 하한은 13만6600명, 인구 상한은 27만3200명이다.
앞서 미디어오늘은 <"비례 포기해야 전북 10석 유지" 지역구 의원 압박 보도 옳았나>에서 비례를 포기해서라도 전북 10석을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한 전북 지역일간지들 보도의 한계를 살펴봤다. 전북 지역언론이 못한 부분을 더 짚어보기 위해 한강욱 전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의 의견을 들었다.
농산어촌 대표성에서도 전북이 손해보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한 교수는 "농가 인구수를 비교해보면 전북의 농가인구는 18만9000명으로 전체 인구의 10.5%를 차지하는데 충남은 농가인구수가 (충남 총 인구 중) 11.4%, 경북의 경우 13.5%"라며 "국회의원 1석당 인구수도 충남은 19.3만명, 경북은 19.6만명인데 전북은 17.5만명으로 전북이 과다대표되고 있다"고 했다. 이어 "농가 대표성을 얘기하지만 논리적 정합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전북 지역언론에서 마치 전북이 큰 손해를 보는 것처럼 주장하지만 사실관계를 바로잡아보면 몇몇 구멍이 발견된다.
전북KBS 토론에서 이 위원은 미국 상원은 50개 주에서 2명씩 의원을 선출해 '지역대표성'을 보장한다는 내용을 전북 지역 10석 유지의 근거로 활용했다. 또 이 위원은 "16개 상임위가 있는데 전북 의원이 10명 밖에 되지 않아 각 상임위에도 다 배치되지 못한다"고 했다.
이에 한 교수는 "엄밀히 미국은 지역대표성이라기 보다 주대표성이고 미국은 하원을 인구비례로 운영하고 있으면서 게리멘더링이 심해 행정구역과 지역구가 일치하지 않아 여러 면에서 다르다"며 "한국은 단원제 국가인데 양원제 미국식 제도를 적용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미국의 각 주는 별도의 주정부와 입법·사법체계를 가지고 있어 한국의 지자체와 단순 비교하기 어렵다.
한 교수는 이번에 비례 의석이 줄고 전북 의석을 유지한 것을 심각하게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여러 연구를 봐도 소외된 계층의 의사를 가장 반영할 수 있는 건 비례대표제로 KBS 공론화 조사에서도 보면 소선거구제를 찬성하다가도 숙의를 거치면 비례 정수를 늘리자는 의견이 늘어나지 않느냐"며 "차라리 전면 비례대표제도가 낫지 않나"라고 말했다.
끝으로 한 교수는 "대표성의 질이 중요하다"며 "전북의 의석이 늘어난다고 해서 전북 지역에 있는 노인, 청년, 여성, 저소득층 주민들의 의사가 제대로 대변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한국사회는 지역소멸을 넘어 국가소멸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인데 지역구 의원들은 지역을 벗어나 큰 단위를 대표하지 못하는 문제가 있다"며 "지역대표성만을 얘기할 게 아니라 의원들이 어떤 계층을 대변하는지 어떻게 소수자를 대변하게 할 것인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