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수진 성범죄자 변호-감형전략 홍보…여성단체 "사퇴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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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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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정치네트워크 “성폭력 사건 피의자 변호 경력 국회의원 자격 없다”
녹색정의당 “성폭력 검증 시스템 없나” 조수진 사과, 사퇴는 사실상 거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일 국회에서 열린 서울시당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서 류삼영, 조수진 후보 등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경선에서 꺾고 강북을 후보 공천을 따낸 조수진 변호사가 다수의 성폭력, 미성년자 추행 등 성범죄자들의 변호를 맡은 전력이 드러나 파문이다. 조 변호사는 특히 성폭력 피의자들이 감형을 받을 수 있는 조언을 블로그에 올리기도 했다. 이에 여성단체들을 중심으로 즉각 사퇴하라는 반발이 터져나왔다.

조선일보는 지난 18일 <[단독]강북을 경선 조수진, 성폭력·미성년자 추행 가해자 변호 이력>기사에서 조 변호사가 다수의 성폭력, 미성년자 추행 사건에서 가해자 측 변호를 맡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판결문을 들어 조 변호사가 2018년 술에 취해 잠이 든 피해 여성을 성폭행한 남성을 변호했고, 2022년엔 특수 강간 혐의를 받는 남성을 변호했으며, 2018년 경기도 소재 한 고등학교에서 여고생을 성추행한 강사를 변호했다고 썼다.

프레시안은 같은날 <[단독] 박용진 맞상대 조수진, 성범죄 가해자에 '강간통념' 활용 조언?> 기사에서 조 변호사가 블로그에 성범죄 가해자들에게 가벼운 처벌을 받는 방법을 조언하는가 하면, 10세 아동에 대한 성착취 사건에서 집행유예 판결을 끌어낸 이력을 홍보하는 글을 썼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특히 조 변호사가 '조수진의 국민참여 형사법정'이라는 블로그에서 다양한 성범죄 재판 노하우를 소개하는데, 특히 '성범죄, 국민참여재판이 유리하다?'는 글에서 성범죄 피의자를 대상으로 '강간통념'을 활용하라는 조언을 한다고 보도했다.

강간통념을 두고 "여성이 거절의 의사를 표현했다고 하더라도 실제로는 관계를 원하는 경우가 많다고 생각하는 통념"이라고 소개한 조 변호사는 "자신이 피의자의 입장이고 배심원의 판결을 통해 판결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 정도의 구체적인 증거 자료와 상황이 있다면 이를 올바르게 활용할 수 있다"며 강간통념을 활용할 것을 권했다고 프레시안은 전했다.

조 변호사는 또 '아청법 집행유예 선고사례' 제하 이 블로그 글에서, 10세 여성 아동에게 성착취 범죄를 저지른 가해자를 변호해 집행유예 판결을 끌어낸 사례를 홍보하기도 했다고 프레시안은 보도했다.

또 미디어오늘이 조 변호사 블로그를 찾아보니 지난해 5월23일 블로그에 올린 <국민참여재판 전문 변호사가 본 조주빈 국참 신청>에서 조 변호사는 "제 사건 중에도 강간죄로 고소당한 사건이 있었다"며 "저는 기소 된 후 1심부터 사건에 관여해 상담했고 증거를 보고 무죄 확신이 들어 수임 후 상소심까지 모두 무죄를 선고받아 거의 3년 만에 무죄가 확정되었다"고 소개했다. 조 변호사는 "조주빈 사건과는 별개로 실제 성범죄 사건은 다른 사건에 비해 국참에서 무죄율이 높다"고도 소개했다.

▲더불어민주당 강북을 국회의원 후보로 공천된 조수진 변호사가 지난해 5월23일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국민참여재판 전문 변호사가 본 조주빈 국참 신청에서 피의자의 대처에 대한 조언을 하고 있다. 사진=조수진의 국민참여 형사법정 블로그 갈무리
여성단체가 즉각 반발했다.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는 19일 성명을 내어 "조수진 변호사는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여성정치네트워크는 "조수진 후보의 형사전문 변호사로서의 행보는 사회적 약자로서의 여성, 그중에서도 미성년 성폭력 피해자들에게 또 다른 올가미를 씌우는 것"이라며 "입법기관의 공직자가 되기에 자격 없음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단체는 여성으로 25% 가산을 받은 점을 두고 "여성 후보 가산 제도는 국회의 여성 과소대표의 현실을 극복하고 성평등을 실현하기 위해 수많은 여성인권 활동가들이 노력한 결과물이지, 성폭력 피의자 전문 변호사의 입신을 위한 디딤돌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 단체는 "조수진 후보는 자신의 성폭력 사건 피의자 변호 경력과 그에 대한 홍보 행위가 국회의원이 되기에 자격이 없다는 것을 인정하고 스스로 사퇴하라"며 "성폭력, 가정폭력 문제가 있는 정봉주 후보를 공천했다 취소한 더불어민주당은 가해자 연대 공천 자행을 중단하고, 조수진 변호사에 대한 공천을 즉각 중단하고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전국 146개 단체로 이뤄진 '2024 총선! 여성 주권자 행동, 어퍼'도 같은 날 내놓은 성명에서 "'강간 통념', '피해자다움'에 관한 편견은 성범죄 가해자들에 대한 처벌을 가볍게 하고 피해자들의 피해회복을 어렵게 한다"며 "이러한 통념과 편견을 활용할 것을 적극적으로 조언하는 인물은 국민의 대표가 될 자격이 없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더불어민주당에 성평등 관점의 공천기준이 있는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며 "조수진 후보 공천을 취소하고, 제대로 된 인물을 공천하라"고 촉구했다.

박지아 녹색정의당 선대위 대변인도 18일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에서 "성북을 지역의 더불어민주당 공천은 성폭력 논란으로 얼룩지게 되었다"며 "민주당의 검증 시스템에는 인권이나 성폭력에 대한 항목은 없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성토했다.

이에 조수진 변호사는 20일 출입기자 단체 SNS메신저에 전달한 '당원과 국민께 송구합니다'라는 입장문에서 "제가 과거 성범죄자의 변론을 맡은 것과 블로그를 통해 홍보를 한 것은 변호사로서의 윤리규범을 준수하며 이루어진 활동이었다"며 "그러나 국민들 앞에 나서서 정치를 시작하는 국회의원 후보로서 심려를 끼친것에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조 변호사는 "법보다 정의를, 제도보다 국민눈높이를 가치의 척도로 삼겠다"며 "변호사에서 국민을 위한 공복으로 다시 태어나겠다"고 밝혀 사퇴를 사실상 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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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오늘 편집국 선임기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2000년 입사후 지금까지 근무중입니다. 기자는 부당한 권력에 대한 비판과 감시를 해야 한다고 믿고 있습니다. 언론이 그런 책무를 다했는지 감시하는 일을 해왔습니다. 최선을 다했으나 그것이 최상이었는지 되돌아보고 자문해봅니다. 그냥 기자 보다 공감하고 나눌수 있는 글쟁이가 됐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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