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공모주 시장이 뜨거운 모습을 보이면서 공모주 청약에만 수십 조원씩 몰리고 있다. 이에 덩달아 공모주를 우선 배정받을 수 있는 공모주 펀드에도 투자자들의 관심이 뜨겁다.
최근 여의도 증권가에선 중소형 운용사인 브이아이자산운용의 공모주 펀드가 출시한 지 9일 만에 1500억원의 뭉칫돈을 모아 화제였다. 이 상품은 국채와 공모주를 결합한 목표 전환형 공모주 펀드라는 독특한 구조로 설계됐다. 펀드 자금의 대부분은 금리 인하를 기대하면서 국채에 투자해 수익률 상승 시 매도 전략을 펴고, 남은 자금을 공모주에 투자해 플러스 알파 수익을 노린 것이다. 목표 수익률은 7% 정도고, 목표에 도달하면 단기채나 MMF(머니마켓펀드) 등으로 자산을 옮긴다.
1일 금융 정보 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 들어 3개월 동안 전체 공모주 펀드에 4400억원이 새로 유입됐다. 1년 전 1500억원가량 순유출된 것을 고려하면, 최근 들어 공모주 펀드에 자금이 유입되는 속도가 빠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자산 운용 업계에선 “지난 2월 뷰티 테크 기업 에이피알(APR)의 상장과 오는 5월로 예정된 HD현대마린솔루션의 기업 공개(IPO)에 대한 대기금 성격의 자금이 펀드로 들어오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한다.
이날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기준 국내 공모주 펀드 141개(설정액 10억원 이상)의 1년 평균 수익률은 8.55%로 집계됐다. 예금 금리인 연 3~4%대보다는 높다.
특히 올 2분기부터 등장할 ‘대어급 공모주’가 많은 상황이어서 공모주 펀드의 인기는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올해 상반기 공모주 시장의 최대어로 꼽히는 HD현대마린솔루션은 지난달 25일 금융위원회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하는 등 오는 5월 내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금융 플랫폼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 인터넷 은행 케이뱅크도 줄줄이 연내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공모주 시장의 높은 투자 열기에 대해 “작년과 올해 주식시장이 좋지 않은데 역설적으로 이런 상황에서도 IPO를 하겠다는 기업들은 나름 탄탄한 실적이 있다는 기대감이 있는 것 같다”고 했다. 또 다른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2021년을 고점으로 감소세를 보이던 공모주 펀드 설정액이 올해 2월을 기점으로 다시 늘어나는 추세”라며 “조 단위의 대어급 IPO는 시장에 신규 자금을 더 가져올 수 있다고 본다”고 했다.
그러나 공모주 펀드의 경우 펀드별 수익률 차이가 크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대부분의 공모주 펀드는 전체 자산의 30% 정도만 공모주를 담고 나머지 70%는 채권 등에 투자한다. 공모주 이외 자산이 주식, 회사채나 메자닌(중순위) 등 펀드마다 달라서 수익률 편차가 생긴다.
공모주 펀드 중에도 코스닥 벤처 펀드의 경우는 중소형주에 투자하다 보니 리스크는 높지만 수익률도 높은 편이다. 코스닥 벤처 펀드는 코스닥 공모주의 25%를 우선 배정받을 수 있다. 브레인자산운용이 운영하는 코스닥 벤처 펀드의 1년 수익률은 56.9%를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채권 등에 분산 투자하는 일반적인 공모주 펀드는 공모주 수익이 높아도 채권 투자 수익률이 낮으면 전체 수익률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 최근 공모주 펀드의 1년 수익률 8.55%는 국내 주식형 펀드 수익률(19.38%)보다는 낮다. 업계 관계자는 “공모주 펀드는 공모주 이외의 투자 자산이 뭔지 잘 따져 보고 고를 필요가 있다”며 “공모주 상장 이후에도 일정 기간 공모주를 보유하고 있어야 해 주가의 급등락 따라 수익률이 낮아질 수 있다는 것에도 유의해야 한다”고 했다.
☞공모주 펀드
자산 일부를 공모주에 투자하는 펀드로, 개인이 소액으로도 공모주 투자에 참여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통상 펀드 전체 자산의 10~30%를 공모주로 채우는데, 개인 청약보다 공모주 물량을 많이 받을 수 있다. 나머지는 국·공채 등으로 구성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