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산업 추후 트렌드는?…양극화·특성화·위탁 경영·PB 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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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데믹 후 진가 드러났다…‘호텔’의 재발견 [스페셜리포트]


롯데호텔앤리조트는 지난해 매출 1조원을 넘어서며 완연히 부활했다. 사진은 시그니엘 서울 전경(좌). 호텔 트렌드는 급변하고 있다. 럭셔리 호텔은 더욱 고급스러운 이미지로 고객을 모은다. 사진은 고가 호텔 ‘아난티 강남(우)’. (롯데호텔앤리조트, 아난티 제공)
코로나19 유행 이후 호텔 산업 트렌드는 급변하고 있다. 소비자 수요는 양극화가 더 극심해지는 형국이다. 글로벌 호텔 체인처럼 브랜드를 빌려주는 위탁 경영, 호텔 브랜드를 전면에 내세운 PB 상품을 판매하는 등의 호텔 업체의 경영 전략 변화도 활발하다.

제일 두드러지는 유행은 ‘양극화’다. 초고가의 특급 호텔이거나 ‘가성비’를 제대로 갖춘 호텔이 인기를 끈다.

현재 서울 시내 주요 특급 호텔은 대부분 ‘만실’일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끈다. 세계적인 호텔 체인들도 ‘럭셔리’ 호텔을 한국에 속속 내놓는다. 글로벌 체인 아코르그룹은 2025년까지 4개의 호텔을 추가 개관할 예정이다. 아코르그룹은 페어몬트, 소피텔, 엠갤러리의 브랜드를 국내에 도입, 한국의 럭셔리 호텔 시장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일레븐건설이 개발하고 있는 옛 유엔군사령부가 있던 용산 부지에 로즈우드 호텔이 오픈할 것으로 예상된다. 예정대로 이 호텔이 2027년에 개관하면, 한국에 진출한 최초의 7성급 호텔로 주목받을 전망이다.

특급 호텔만큼 인기가 많은 곳이 가성비가 좋은 ‘가성비 호텔’이다. 10만원대 가격으로 합리적인 서비스를 즐길 수 있는 호텔에 대한 수요가 상당하다. 이에 맞춰 현재 국내 호텔 업체들은 가성비 호텔 확장에 주력하고 있다. 호텔신라와 호텔롯데는 올해 각각 가성비 브랜드인 신라스테이와 L7을 국내외에 출점한다. 신라스테이는 올해에만 세 곳이 새로 생긴다. 상반기에 제주 이호테우, 하반기에는 전주·세종에서 문을 연다. 호텔롯데는 현재 명동·홍대·강남에서 운영 중인 L7의 4호점을 오는 6월 부산 해운대에 열 계획이다.

일반적인 호텔 형태를 벗어나, 독특한 디자인, 외관 등을 적용한 특성화 호텔도 속속 등장하는 분위기다. 외국인 관광객에게 인기가 높은 한옥 호텔, 구도심 빈집을 리모델링한 ‘마을 호텔’, 프라이빗 서비스를 제공하는 독채 객실 등이 대표적이다. 한옥 호텔은 ‘한류’의 효과를 톡톡히 본다. 한국 문화를 체험하고자 하는 외국인 관광객의 ‘원픽’으로 꼽히면서 높은 인기를 구가 중이다. 국내 1호 한옥 호텔로 꼽히는 ‘락고재’의 경우 투숙객 중 외국인 비중이 70%에 달한다. 1박 평균 30만원의 높은 가격에도, 예약이 쉽지 않다.

지방 구도심을 재생한 ‘마을 호텔’도 주목받는다. 텅 빈 구도심을 리모델링해 관광객이 잘 수 있는 공간으로 꾸미는 사업이다. 사업이 활발한 경북 경주시는 ‘마을 호텔’이 4채에서 20채로 늘어나는 등 높은 인기를 자랑한다. 도시 재생과 관광객 유치 등 긍정적인 효과가 많아 평가가 좋다.

평수가 넓고 사생활 보호가 확실한 독채형 객실을 앞세운 호텔을 찾는 수요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서울에 위치한 ‘파라스파라 서울’, 강원도 ‘켄싱턴 설악밸리’ 제주도 ‘힐리우스’ 등 독채 객실을 보유한 호텔은 50만~100만원에 달하는 높은 가격에도 투숙률이 높다. 명절, 연말 등 특수 기간에는 방 구하기가 매우 어려울 정도로 엄청난 인기를 자랑한다.

시장 변화 외에도 호텔 업체의 경영 전략 변화를 눈여겨볼 만하다. 올해 화두로 떠오른 전략은 위탁 경영과 PB 상품이다.

위탁 경영이란 소유자가 따로 있는 호텔에 브랜드를 빌려주고 로열티를 받는 것을 말한다. 호텔 운영도 대신 맡아준다. 직접 호텔을 짓고 개업하는 것보다 리스크가 적다. 글로벌 호텔 체인이 주로 사용하는 방법이다. 그동안 국내 호텔은 위탁 경영 비중이 적었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은 3월 21일 열린 제51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신라만의 헤리티지를 발전해나가겠다”며 “ ‘더 신라’ 브랜드를 견고히 해 이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형태의 확장을 추진함으로써 시장 내 지배적 지위를 공고히 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위탁 운영·브랜드 활용 사업을 확대해나가겠다는 뜻이다. 김태홍 롯데호텔앤리조트 대표는 올해 ‘에셋라이트(Asset Light)’ 전략으로 신흥 시장 위주의 해외 진출을 확대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부동산 자산 매입 부담 없이 위탁 경영을 확대해 글로벌 호텔 체인으로 거듭나겠다는 계획이다.

호텔 자체 상품을 판매하는 호텔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코로나19 유행 이후 호텔 PB 상품에 대한 수요가 증가한 덕분이다. 가장 인기가 많은 품목은 음식과 침구 그리고 향수다. 호텔의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활용한 제품의 판매량이 상당하다. 조선호텔 김치는 지난해 전년 대비 매출이 42% 느는 등 지난 3년간 매출이 두 자릿수로 증가했다. 호텔 김치 인기가 이어지자 롯데호텔도 지난해 포장 김치 시장에 뛰어들었다. 2023년 초 첫선을 보인 조선호텔 육개장은 올해 4월 5일까지 80만개 팔렸다. 지난 3년간 조선호텔 간편식 매출은 매년 두 배 이상 늘었다.

롯데호텔은 자체 침구 브랜드 ‘해온’을 개발해 2020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1층에 오프라인 매장을 열었다. 이곳에서 롯데호텔에 비치된 매트리스, 침구, 수건, 가운 등을 구매할 수 있다. 같은 해 조선호텔은 침구 브랜드 ‘더 조선호텔’을 선보였다. 현재 신세계백화점 5개 매장에서 판매 중이다. 올해는 아난티까지 4월 5일 이불과 베개 등 침구 세트 판매를 시작하며 침구 시장에 뛰어들었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 더플라자는 PB 향수 상품인 ‘P컬렉션’을 판매한다. 올해 1분기(1~3월) P컬렉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8% 늘었다. 파라다이스 호텔의 향을 담은 디퓨저 ‘센트 오브 파라다이스’도 1분기 매출이 전년 대비 80% 늘었다.

지난해 사상 최대 흑자를 기록한 파르나스 호텔. 사진은 매출 증대에 기여한 파르나스 호텔 제주(좌). 국내 1세대 한옥 호텔로 외국인 투숙객이 주류인 ‘락고재(우)’.
수요 급증 호텔업계 과제는

마을 호텔 등 규제 대폭 완화해야

팬데믹 당시 주요 호텔 매각 등으로 사라진 호텔 객실은 업계 추산 약 4000실에 달한다. 이를 당장 메우려면 그만큼 호텔을 더 지어야 한다. 하지만 건자재비 인상, 고금리 등의 여파로 호텔을 짓겠다고 나서는 곳은 많지 않다.

이런 가운데 다양한 수요를 소화시킬 묘안이 없을지 업계에선 고심이 짙다.

전문가들은 호텔 산업 활성화를 위해 우선 숙박 관련 법 체계의 정비, 소관부처의 단일화부터 해결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현재는 문화체육관광부의 관광숙박업, 보건복지부의 일반숙박업, 농림축산식품부의 농어촌민박업 등 소관부처가 산재돼 있다. 이를 일본처럼 관광청이 통합해서 관리할 수 있게 하면 효율이 더 높아질 수 있다는 시각이 다수다.

중소형 호텔 브랜드 ‘호텔어라이브’를 운영하고 있는 에이지엠티 김홍열 대표는 “현재 상태에서는 체계적인 관리와 급변하는 산업 환경에 능동적인 대응이 불가능하다”고 진단했다.

그 대안으로 그는 “제천시가 시행하고 있는 ‘관내 노후화 숙박시설 리모델링’ 사업과 같이 이미 있는 여관, 모텔 등의 소형 숙박시설의 현대화·양성화, 전국 지자체가 골머리를 썩고 있는 빈집을 ‘마을 호텔’로 리모델링하는 방법 등이 있다”라고 말했다.

경주역 뒷골목에 100년 가까이 된 고택촌이 슬럼화되고 있는 가운데 경주시는 20곳을 마을 호텔(행복 황촌)로 바꿔 외지인 관광을 유도하면서 상권을 되살린 바 있다.

최영철 베스트웨스턴코리아 대표는 “새로 지을 것 없이 최근 공실 문제가 심각한 생활형숙박시설을 부동산 투자사가 전량 매입 후 전문 운영사에 맡기든지 완공만 된 채 비어 있는 지식산업센터의 용도변경을 유도하는 것도 대안 중 하나”라고 말했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55호 (2024.04.17~2024.04.23일자) 기사입니다]

기자 프로필

매경이코노미에서 금융, IB, 슈퍼리치, 스타트업 등등 매경프리미엄에서 '재계 인사이드'를 연재하며 돈의 흐름을 예의주시하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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