뭘 먹든지 ‘저저익선’…‘제로’의 세계 [스페셜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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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 : 정윤정 기자
‘맛있게 먹으면 0칼로리’라는데 우리는 여전히 달콤한 디저트 앞에서 무너지는 스스로를 책망한다. 회식 자리에서 열량 따위는 초연한 듯 소주와 탄산음료를 들이켰지만 이내 죄책감이 몰려온다.

이제는 이런 죄책감을 한결 덜어낼 수 있게 됐다. 즐겁게 건강함을 추구하는 ‘헬시 플레저’가 대세로 자리 잡으면서 칼로리를 줄이고 설탕, 알코올, 카페인을 뺀 ‘제로(0) 제품’ 열풍이 식품업계 전반으로 확대되고 있어서다. 업계는 앞다퉈 신상품을 출시하거나 라인업을 확대하는 등 고객몰이에 한창이다.

‘코카콜라 제로슈거’가 이미 2005년 출시됐듯 ‘제로 제품’이 전혀 새로운 트렌드는 아니다.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인구 3명 중 1명이 비만인 미국에서는 지난해 제로 탄산 시장(가정·영업용 판매액 합산 298억8200만달러)이 전체 탄산음료 시장(969억5400만달러)의 약 31%를 차지했을 정도로 제로 탄산음료 소비가 일상화돼 있다. 영국에서는 설탕세가 도입된 이후 제로 슈거 제품이 전체 식음료 시장의 40%가량을 차지한다. 이후로도 설탕 대신 대체당(糖)을 넣어 칼로리를 낮추거나 아예 없애는 제로 시장은 꾸준히 성장해왔다.

국내서도 탄산음료 시장은 대표적인 ‘제로’ 시장으로 꼽힌다. 국내 제로 탄산음료 시장은 2018년 1630억원에서 지난해 1조2780억원으로 5년간 7.84배 급성장했다.

일례로 ‘칠성사이다 제로’ ‘펩시 제로슈거’ 등 롯데칠성음료는 지난해에만 2730억원어치의 제로 탄산음료를 팔았다. 2021년(890억원), 2022년(1885억원) 매출액과 비교하면 매년 약 1000억원씩 매출이 뛰었다. 이 기간 두각을 나타낸 제품은 2021년 1월 출시된 ‘펩시 제로슈거 라임’이다. 롯데칠성이 개발·제안한 제로 콜라 레시피를 펩시 본사가 예외적으로 승인한 제품이었다. 롯데칠성에 따르면 이 제품은 올 2월까지 누적 판매량 약 12억캔(250㎖ 환산 기준)을 돌파하며 국내 제로 콜라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탄산음료 시장 중심이던 ‘제로 경쟁’은 이후 소주 시장으로 넘어갔다. 2022년 9월 출시된 ‘처음처럼 새로(이하 새로)’가 먼저 제로 슈거 소주로 인지도를 높였다. 과당을 사용하지 않아 칼로리를 낮췄다며 소비자 관심을 끄는 데 성공했다. 출시 한 달 만에 680만병이 팔리더니 7개월 만에 누적 판매량 1억병을 돌파했다. 올 4월에는 살구 과즙을 넣고 알코올 도수를 12도로 낮춘 신제품 ‘새로 살구’를 내놓으며 라인업도 늘렸다. 하이트진로도 지난해 1월 ‘진로이즈백(이하 진로)’을 제로 슈거 제품으로 리뉴얼하며 대응했다. 원래 제품에 넣었던 과당을 빼고 효소처리스테비아, 에리스리톨 등으로만 단맛을 내도록 했다.

‘제로’ 열풍은 이제 아이스크림부터 고추장, 비빔장을 비롯한 소스류와 잼류, 과자를 비롯한 각종 디저트와 껌, 숙취해소제 분야로까지 확대되는 추세다. 최근에는 설탕, 칼로리를 빼는 것을 넘어 알코올과 카페인을 빼는 경쟁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탄산음료와 소주 중심이던 ‘제로 슈거’ 열풍은 이제 아이스크림부터 숙취해소제 분야로까지 확대되는 추세다. (각 사 제공)
다양해지는 ‘제로 슈거’

탄산음료부터 숙취해소제까지

음료업계는 보다 다양하고 특색 있는 제로 제품으로 저변이 넓어지고 있다.

농심은 최근 ‘멘토스 스파클링 워터’ 3종을 선보였다. 젊은 층이 선호하는 강한 탄산을 적용해 기존 탄산수와 차별화를 꾀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팔도의 ‘비락식혜 제로’도 눈길을 끈다. 식혜의 경우 다른 대체당으로 맛을 내기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이 있었다.

당류를 빼기 위해 ‘말린 과일’을 활용하는 제품도 있다. 웅진식품이 지난해 2월 선보인 ‘자연은 더말린’은 과일 자체에 당 성분이 있어 제로 음료 제조가 어렵다는 점을 고려해 말린 과일 추출액을 활용한 점이 특징이다. 지난 3월까지 누적 판매량이 2500만병에 달한다.

여름철을 앞두고 빙과업계에서도 ‘제로 경쟁’이 시작됐다. 롯데웰푸드는 올 4월 국내 빙과업계 최초로 ‘0칼로리’ 아이스크림 ‘스크류바’와 ‘죠스바’ 2종을 내놨다. 설탕 대신 천연 감미료 알룰로스를 사용해 0칼로리를 구현할 수 있었다는 게 롯데웰푸드 관계자 설명이다. 빙그레는 ‘파워캡 블루아이스 ZERO’를, 해태아이스는 자사 유명 아이스크림 ‘폴라포’를 제로 칼로리로 리뉴얼한 ‘폴라포 커피 제로 슈거’를 같은 달 판매하기 시작했다.

이미 술로 당분을 꽤 섭취한 상태에서 달달한 숙취해소제를 마시기 부담스러웠다면, 이제 해결책이 생겼다. 천연 감미료 ‘알룰로스’를 생산하는 삼양사는 올해 1월 알룰로스를 첨가한 숙취해소제 ‘상쾌환 부스터 제로’를 내놨다. 상쾌환 부스터 제로에는 설탕은 물론 식용색소와 보존료도 첨가되지 않았다. 삼양사 관계자는 “국내에서 알룰로스 인지도 제고와 판매 확대를 위해 다양한 디지털 마케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동원홈푸드는 최근 당 함량을 낮춘 비비드키친 저당 소스 3종을 선보였다. 저당 짜장 소스와 짬뽕 소스는 100g당 당 함량이 각각 3g과 1g 수준이다. 당 함량이 100g당 5g 미만은 저당 제품으로 표기할 수 있다.

제로 슈거뿐 아니라 디카페인 음료 시장 성장세도 가파르다. 관세청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디카페인 커피 수입량은 지난해 6521t으로 2018년(1724t)에 비해 278% 늘었다. 같은 기간 전체 커피 수입량에서 디카페인 생두·원두가 차지하는 비중도 1.08%에서 3.39%로 커졌다.

한국은 성인 1인당 연간 커피 소비량이 367잔으로 세계 2위 수준으로 높다. 하루에 두세 잔씩 습관적으로 커피를 마시며 수면장애를 호소하는 이가 늘자 디카페인이 대안으로 떠올랐다. 스타벅스코리아 디카페인 커피 판매량은 4년 새 4배 늘었고, 던킨에서는 지난해 6월 디카페인 제품을 선보인 지 약 한 달 만에 전체 커피 판매량의 12%를 디카페인이 차지할 정도로 안착했다. 주요 프랜차이즈 커피숍 외에 최근에는 저가 커피숍을 비롯해 소규모 개인 매장에서도 디카페인 커피를 쉽게 접할 수 있다.

제로 열풍의 주역인 제로 콜라 제조업체들도 ‘제로 카페인’ 열풍에 동참하고 있다. 지난해 7월 코카콜라가 설탕과 카페인을 모두 뺀 ‘코카콜라 제로제로’를 선보이자 롯데칠성음료 펩시도 지난 3월 콜라에 카페인을 넣지 않은 신제품 ‘펩시 제로슈거 제로 카페인(펩시 제로 카페인)’으로 맞불을 놨다.

GS25는 최근 업계 최초로 무알코올 위스키·와인 제품을 선보였다. 왼쪽부터 비나다 논알코올 와인 선물세트, 소버 스피릿 논알코올 위스키, 소버 스피릿 논알코올럼. (GS25 제공)
맥주도 위스키도 ‘제로 알코올’

“라이트 드링커 잡아라” 업계 특명

주류 시장에서 가장 뜨거운 키워드 역시 ‘제로’다.

설탕을 넣지 않은 ‘제로 슈거’ 소주와 알코올 도수가 낮은 저도수 소주 인기가 계속되는 가운데 요즘은 아예 알코올이 없는 ‘무(無)도주’ 트렌드가 확산 중이다. ‘부어라 마셔라’로 요약되는 술 문화 대신 술자리 분위기만 즐기고자 하는 이들이 늘어난 덕분이다. 즐겁게 마시면서 건강까지 챙기고자 하는 수요 덕분에 주류업계가 붙잡아야 할 고객이 ‘헤비 드링커’에서 가볍게 술을 즐기는 ‘라이트 드링커’로까지 범위가 확장되는 모습이다.

제로 알코올 트렌드를 주도하는 건 역시 ‘맥주’다. 알코올이 전혀 없는 무알코올 맥주와 극히 적은 알코올만 함유한 비알코올 맥주 판매량이 빠르게 늘어나는 중이다. 주요 주류 판매 채널로 떠오른 편의점에서 당장 확인 가능하다. GS25 논알코올 맥주 매출은 2020년 대비 2023년에 17배 커질 만큼 급격한 성장세를 자랑한다. 취급하는 상품 가짓수도 같은 기간 4종에서 19종으로 늘어났다.

무알코올 맥주 대표 주자는 하이트진로에서 내놓은 ‘하이트제로 0.00’이다. 지난해 무알코올 맥주 시장에서 판매량 1위를 차지한 브랜드다. 초반 연간 600만캔 정도던 판매량은 최근 3000만캔 수준까지 뛰었다. 팬데믹 첫해인 2020년 판매가 약 1000만캔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해가 지날수록 더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오비맥주는 ‘카스 레몬 스퀴즈 0.0’으로 승부수를 던졌다. 지난해 여름 한정판으로 선보였던 제품을 올해 3월 말 정식으로 내놨다. 한정판 판매 당시 4주 만에 200만캔이 완판되는 등 뜨거운 반응을 몸소 확인한 덕분이다.

소매점뿐 아니다. 무알코올 맥주 열풍은 마트를 넘어 식당이나 주점으로까지 확산될 조짐이다. 올해 3월 정부는 주류 도매업자 무알코올 맥주 식당 납품을 허용하는 내용을 담은 법률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지금까지는 식당이 무알코올 맥주를 판매하기 위해서는 마트에서 직접 해당 술을 사온 뒤 팔아야 했다. 주류 도매업자는 ‘주류’만 유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무알코올 맥주는 ‘음료’에 해당하기 때문에 주류 도매업자가 식당에 공급할 수 없었다.

최근에는 맥주를 넘어 와인이나 위스키 같은 술까지 제로 알코올 트렌드가 퍼져 나가고 있다. GS25는 올해 4월 업계 최초로 무알코올 위스키·와인 6종을 GS25 주류 플랫폼 ‘와인25플러스’를 통해 선보였다. 양조 과정에서 알코올을 분리·제거하는 방식을 쓴다. 예를 들어 ‘소버 스피릿 논알코올 위스키’는 3년 동안 오크통에서 숙성한 위스키에 강한 압력과 열을 가하는 방식으로 에탄올을 분리해냈다. 전형적인 버번 위스키 향과 맛은 유지하면서도 알코올은 없다. ‘비나다 논알코올 와인’ 역시 포도 농축액에 탄산수를 섞은 유사 와인이 아니라 전통 와인 제조 방식을 거친 후 저온에서 알코올만 추출해 만든 와인이다.

무알코올은 한국뿐 아니라 최근 전 세계 메가 트렌드로 자리 잡는 모습이다. 영국 맥주·펍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영국 펍에서 무알코올 맥주 판매는 전년 대비 23% 급증했다. 2019년과 비교하면 두 배 이상 늘어났다. 무알코올 음료만 파는 전문 펍도 등장했다. 스코틀랜드 수제 맥주 양조 업체인 브루독은 2020년 세계 최초 무알코올 맥주 바인 ‘브루독 AF 바’를 열었다. 남다른 맥주 자부심으로 유명한 독일에서도 비슷한 양상이 포착된다. 지난해 일반 맥주 판매량이 사상 최저치를 기록한 반면 무알코올 맥주는 전체 맥주에서 차지하는 점유율이 7%까지 올랐다.

주류 시장에선 알코올이 전혀 없는 무알코올 맥주와 극히 적은 알코올만 함유한 비알코올 맥주 판매량이 빠르게 늘어나는 중이다. (각 사 제공)
제로 트렌드, 앞으로도 쭉?

‘개인 맞춤형’ 시대의 한 과정

‘제로 시장’은 앞으로 계속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단순 유행을 넘어 소비자 건강에 대한 인식 변화와 함께 식품 산업의 성장 전략으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다. 코트라(KOTRA)는 얼라이드 마켓 리서치 논문을 인용해 전 세계 제로 탄산음료 시장 규모가 2020년 1253억달러에서 2030년 2435억달러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전문가 시각도 별반 다르지 않다. 문정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과 교수(푸드비즈니스랩 소장)는 “지난해 초부터 편의점에서 제로 탄산음료 판매 수량이 일반 탄산음료 판매 수량을 확연히 넘어섰다”며 “제로 탄산음료뿐 아니라 다양한 제로 제품이 잘 팔리는 만큼 이런 경향은 곧 대세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제로 트렌드가 ‘개인 맞춤형 식품’으로 변화해가는 현상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기원 서울대 푸드테크학과장(한국푸드테크협의회장) 역시 “제로 트렌드는 식품 소비 형태가 보다 다양해지고 개인화되면서 생긴 현상”이라며 “각 소비자가 자신의 취향과 생활 양식에 맞는 제품을 찾아가는 차원인 만큼 일시적인 트렌드로 끝나진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나아가 “지금은 당과 알코올 등을 줄여나가는 게 트렌드라면 추후에는 우유를 소화하지 못하는 소비자를 위한 ‘락토 프리 아이스크림’이 나오는 등 개인 맞춤형 식품 시장이 커질 것”이라고 내다본 전미영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연구위원의 분석도 같은 맥락이다.

정부의 ‘로우 스펙 푸드’ 지원 사업은 제로 트렌드 전망을 더욱 밝힌다. 로우 스펙 푸드란 말 그대로 칼로리, 당, 나트륨, 알코올 도수 등 건강에 안 좋은 성분 함량을 낮춘 것을 말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최근 4월 25일까지 ‘나트륨·당류 저감 제품 개발 기술 지원 사업’에 참여할 중소 식품 제조업체(연평균 매출액 1000억원 이하)를 모집했다. 단맛과 짠맛 등을 줄인 햄버거, 아이스크림, 액상 커피 등 제품에 기술 지원을 실시한다는 계획이다.

전미영 연구위원은 “예전에는 상대적으로 고가에 소량 구매만 가능했던 나트륨·당류 저감 제품을 대용량으로 저렴하게 납품할 수 있게 된 셈”이라며 “로우 스펙 푸드 지원 사업은 대체 첨가물을 납품하는 중소기업에도, 또 대용량 제품을 납품받아 사용하는 외식업계에도 기회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제로 열풍의 주역인 제로 콜라 제조업체들도 ‘제로 카페인’ 열풍에 동참하고 있다. (각 사 제공)
한편으로는 정부가 ‘대체 첨가물 섭취 가이드라인’ 홍보에 소홀하다는 쓴소리도 나왔다. 문정훈 교수는 “대체당을 일정량 이상 섭취한 사람들은 배가 아프다고 하소연한다. 이제는 업체에 대한 가이드라인뿐 아니라 제대로 된 섭취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대국민 홍보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식품업계 경쟁이 치열해진 만큼 소비자도 무차별적인 ‘제로 마케팅’에 유의해야 한다는 조언도 새겨들을 만하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제로 표시가 완전한 ‘제로’가 아닐 수 있는 만큼 소비자들은 첨가제 정보, 인체 유해성 등을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익명을 요청한 한 가정의학과 교수는 “대체당이라고 해서 안심하면 안 된다. 너무 많이 섭취하면 혈당을 낮추고 소화 불량을 유발하는 등 부작용이 있다. 아직 다 밝혀지지 않은 장기 섭취 부작용도 분명 존재할 것”이라며 “설탕 대체품이라 해서 무작정 많이 먹고 마시면 곤란하다”고 말했다.

‘제로’를 둘러싼 오해와 궁금증
비알코올? 미량이나마 알코올 들어가
소비자 입장에서는 최근 다소 과열된 ‘제로 마케팅’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표기는 ‘0’이지만 실상은 해당 성분이 미량 포함된 제품이 여럿이다. 술을 전혀 못 마시거나, 환자 또는 임산부라면 ‘제로’ 제품 소비 전 잘 따져봐야 할 필요가 있다. 특히 ‘제로 알코올’의 경우 도수가 완전히 0이 아닌 제품도 꽤 있다.

우선 제로 알코올은 ‘무알코올’과 ‘논알코올(비알코올)’로 나뉜다는 점을 기억하자. 알코올 함량이 전혀 없으면 무알코올, 1% 미만이면 논알코올이다. 국내 주세법은 도수 1% 미만을 음료, 1% 이상을 주류로 구분한다. 예를 들어 하이트제로 0.00은 무알코올이지만 경쟁 제품인 카스 0.0은 알코올이 0.05% 정도 함유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차이가 생기는 이유는 공정 방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무알코올은 탄산음료와 유사하다. 제품을 만들 때 발효 과정이 없다. 맥주와 비슷한 맛과 향을 첨가해 만든다. 반면 비알코올은 실제 맥주를 만든 뒤 알코올 제거 과정을 거친다. 이때 알코올은 완전 제거하기 어려운 만큼 극소량이나마 남게 된다.

제로 슈거, 제로 칼로리 표시 제품 역시 완전한 제로라고 보기 어렵다. 식약처 식품 표시 기준에 따르면 제로 슈거는 식품 100㎖(100g)당 과당 함유가 0.5g 미만일 때, 제로 칼로리는 같은 용량 기준 열량이 4㎉ 미만일 때 표시할 수 있다. 여타 음식료 대비 당과 칼로리가 매우 적기는 하지만 완전한 의미의 제로는 아닐 수 있다는 의미다.

또 제로 슈거가 꼭 제로 칼로리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제로 슈거 제품은 기존에 사용하던 과당(果糖)을 대신하는 대체 감미료를 넣은 제품이다. 대체당이 몸에 흡수되지 않고 소변으로 배출돼 열량이 낮은 것은 맞다. 하지만 이건 ‘당’에 한해서만이다. 해당 제품에 포함된 다른 구성 성분이 주는 열량이 높다면 제로 슈거 제품이더라도 고칼로리가 될 수 있다.

최근 유행하는 ‘제로 슈거 소주’만 봐도 그렇다. 설탕이 들어 있지 않은 건 맞지만 열량은 여전히 높다. 알코올은 1g당 열량이 7㎉다. 제로 슈거 소주 한 병은 약 300㎉로 일반 다른 소주(약 400㎉)와 별 차이가 없다. 밥 한 공기 열량과 비슷하다. 탄산음료, 과자, 아이스크림 같은 다른 제로 슈거 제품도 마찬가지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57호 (2024.05.01~2024.05.07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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