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험 상품인 DLF(파생결합펀드)를 판매하는 회사에 내부통제 규정을 제대로 만들어두지 않았다는 이유로 금융감독원의 문책경고 처분을 받았던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에 대한 징계를 취소해야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고등법원 9-3행정부(고법판사 조진영‧김무신‧김승주)는 29일 하나은행과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금융위‧금감원을 상대로 낸 징계취소소송 항소심에서 함 회장과 장경훈 전 하나카드 사장에 대한 징계를 취소한다고 밝혔다. 함 회장·장 전 사장에 대해 인정되는 징계 사유가 줄어, 징계 수위를 다시 정해야 하기 때문에 우선은 기존 징계를 취소한다는 취지다.
하나은행에 대한 일부 업무정지 6개월 처분은 그대로 유지됐다. 2016년부터 2019년까지 DLF 상품을 판매하며 고객들에게 설명을 제대로 하지 않고, 위험상품을 판매할 때 지켜야 할 내부 규정도 미리 마련해 두지 않은 것은 타당한 징계사유에 해당한다는 이유에서다.
2020년 3월 금융위원회는 하나은행에 일부 업무정지 6개월(사모집합투자증권 투자중개업 신규업무) 처분을 내렸고, 금융감독원은 함영주 당시 하나은행장에게 문책경고, 장경훈 당시 부행장에게 정직 3개월을 통보했다. DLF 펀드의 위험성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은 채 고객들에게 판매했고(불완전판매), 펀드 판매 과정에 대한 내부 통제 기준 마련의무를 위반했다는 사유를 들었다. 펀드 투자 모집 과정에서 행사 등으로 부당한 이익을 취하고, 금감원이 조사를 나갔을 때 제대로 응하지 않은 검사업무방해도 징계 사유에 포함됐다.
항소심인 서울고등법원은 10개 항목 중 8개를 ‘예견하지 못할 부분’이라거나 ‘이건 내부통제 준수의무 위반의 영역’등의 이유로 배제하고 2개만 징계사유로 인정했다. 내부통제 기준을 ‘마련’하는 건 법에 규정된 의무이기 때문에 위반했을 경우 징계할 수 있지만, 이를 제대로 지키라는(‘준수’ 의무) 건 법에 규정돼있지 않기 때문이라는 논리에서다. 내부통제 기준을 설혹 덜 지킨 부분이 있더라도 징계사유가 되지 않는다는 건 앞서 거의 같은 사안으로 대법원 판단을 받은 우리은행 손태승 회장의 사건에서 확립된 논리다.
금감원에서 ‘문책경고’ 이상 중징계를 받을 경우 지배구조법에 따라 3년간 금융기관 임원으로는 취업할 수 없다. 함 회장은 금감원 처분 직후 및 1심 패소 이후 집행정지를 신청해 인용된 터라 지금까지 취업제한을 받지 않고 있었다. 항소심 결론대로 징계취소가 확정되더라도, 금감원에서 새롭게 징계 수위를 정할 때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함 회장은 지난해 11월 채용비리 사건 항소심에서 유죄를 선고받고 현재 상고심 재판도 진행 중이다. 유죄가 확정될 경우 금융사지배구조법에 따라 회장직을 상실한다. 함 회장의 임기는 2025년 3월까지다. 하나은행은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에 감사드리고, 향후에도 그룹 내부통제가 효과적으로 작동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위는 “2심 재판부의 판결을 존중하며, 판결 내용을 면밀히 검토해 상고 여부 등을 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