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송이오름은 남쪽에서 보면 여인 눈썹처럼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며 동서로 길게 누운, 전형적인 산 모양을 하고 있다. 그러나 뒷모습은 전혀 딴 얼굴이다. 정상의 서북쪽으로 제법 커다란 말굽형 굼부리가 붙었고, 능선이 돌아간 북쪽 끄트머리엔 부록처럼 딸린 원형의 굼부리가 선명하다.
오름에 소나무가 많아서 '남송南松'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한자로는 '南松岳남송악'이라 적는다. 이름처럼 여느 오름에서 흔히 만나는 삼나무와 편백나무보다 높게 자란 해송이 탐방로 주변을 차지하고 있다.
이곳 사람들은 예로부터 이 오름을 '남소로기'라고 불러왔다. '소로기'는 솔개를 가리키는 제주어로, 오름 형태가 날개를 펼친 솔개 같아서다. 오름의 북쪽 끝에 붙은 작은 알오름 이름이 '소로기촐리'인 것을 보면 이쪽이 더 무게가 실리는 듯하다. '촐리'는 꼬리를 일컫는 제주어다.
오름의 서쪽 능선이 끝나는 곳이 들머리다. 서광다원을 동서로 가로지른 신화역사로에서 오름 서쪽 자락으로 이어지는 농로를 따라 500m쯤 들어서면 만난다. 앞에 승용차 너덧 대는 주차할 수 있는 공간도 갖췄다. 마소의 출입통제용 꺾임 문을 지나 들어서니 곧 길이 양쪽으로 갈린다.
두릅나무가 많은 오른쪽은 오름 남쪽에서 북쪽까지 이어지는 자락길이다. 왼쪽 길로 가야 정상을 만난다. 초입부터 가파른 오르막이다. 바닥에 야자 껍질로 짠 친환경매트가 깔렸지만, 비라도 내리면 걸음에 주의해야 한다. 그러나 오르막 구간이 그리 길지 않고, 주변으로 해송이 지천이어서 걷는 기분이 좋다.
능선에 올라서면 찔레와 으름덩굴, 쥐똥나무, 탱자나무 등이 녹색의 벽을 이룬 사이로 평탄한 길이 구불거리며 정겹다. 정상에는 기존의 산불감시초소 위에 2층 구조의 목재 전망대가 조성되었다. 해발고도가 339m인 남송이는 오름 자체의 높이가 139m로 꽤 우뚝하다. 그래서 조망에 더할 나위 없는 명당이다.
정상을 지난 탐방로는 북쪽으로 조금씩 방향을 틀면서 내려서다가 180m쯤 간 곳에서 갈래를 친다. 북쪽의 원형 굼부리(분화구)를 만난 것이다. 말굽형 굼부리와 원형 굼부리 사이를 지나는 왼쪽 길은 주능선의 흐름을 이어 완만하게 북동쪽으로 굽어 돌고, 오른쪽 통나무 계단길은 짙은 숲속으로 급히 내려선다. 두 길은 반대편에서 만나는데, 오른쪽 길은 중간에 또 오른쪽으로 갈래를 친다. 초입의 자락길과 연결되는 듯하다.
북쪽의 이 원형 굼부리 안은 통에 꽂아둔 이쑤시개처럼 편백나무로 빼곡하다. 특이한 점은 계단을 통해 바닥까지 길이 이어진다는 것. 굼부리 바닥으로 내려설 수 있는 오름은 왕이메나 높은오름, 저지오름, 까끄레기오름 등 제주에서도 몇 되지 않는다. 내려서면 그곳은 그야말로 별천지. 세상의 시끄러운 잡음이 차단된 채 새와 바람소리만 들리는 비밀공간이 된다.
info
교통 내비게이션에 '남송악'을 입력하면 남송이오름 남쪽 편의점 앞으로 안내한다. 여기서 오설록티뮤지엄 방면으로 345m 간 후 우회전, 480m 더 들어서면 들머리다. 제주버스터미널에서 모슬포항을 오가는 151번 급행버스가 '오설록' 정류장에 정차한다. 여기서 오름 들머리까지는 2km 거리다.
제주항공우주박물관 오름 앞, 넓은 서광다원 중간에 항공과 우주에 관한 다양한 전시관을 갖춘 제주항공우주박물관 (800-2000)이 볼 만하다. 한국전쟁 때 하늘을 날았던 구형 비행기부터 최신 전투기까지 볼 수 있고, 항공 시뮬레이션을 통해 비행기 조종도 가능하다. 이밖에도 아이들의 무한한 상상력을 자극하는 체험공간이 잘 갖춰졌다. 워낙 넓은 공간이어서 둘러보려면 두세 시간은 잡아야 한다. jdc-ja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