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혹시 세상에서 가장 빠른 사람이 누구인지 아시나요? 100m 단거리 달리기엔 자메이카 출신 우사인 볼트가 대표 선수이지만(9.58초), 장거리 마라톤에선 케냐 출신 엘리우드 킵초게 선수가 독보적이에요. 그의 최고 기록은 1시간 59분 40초. 2019년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대회에서 인류 역사상 최초로 42.195㎞인 풀코스를 2시간 안에 완주했죠.
오늘 비크닉에서는 ‘에어’라는 운동화 아웃솔로 러닝화의 역사를 만드는 나이키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고유한 기술력의 탄생 스토리와 함께 달리기를 넘어서 스포츠 전반을 이끌게 된 브랜드의 성장 비결을 자세히 알아볼게요.
에어 디자인은 의외의 장소에서 시작됐어요. 1981년 나이키에 건축 디자이너로 입사해 85년 신발 디자인을 하게 된 팅커 햇필드(Tinker Hatfield)는 프랑스 파리의 현대 미술관인 조르주 퐁피두 센터를 보고 유레카를 외칩니다. 배관·계단 등 건물 내부에 있어야 할 시설물이 바깥으로 드러난 파격적인 미술관 외관에서 영감을 얻은 거죠. 그는 에어 쿠션을 신발 바깥으로 드러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1987년, 드디어 나이키 ‘에어맥스 1’을 세상에 공개합니다.
브랜드의 베팅은 대성공을 거둡니다. 1978년, 에어를 최초로 적용한 운동화 ‘에어 테일윈드’는 세상에 나오자마자 주목을 받았으니까요. 데뷔 무대였던 하와이 호놀룰루 마라톤 대회에서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죠. 미국의 달리기 열풍에다 실제 편하다는 러너들의 후기가 이어지며 ‘러닝화=나이키’로 자리매김합니다. 브랜드 급성장에 신호탄이 된 거죠.
러닝화로 입지를 쌓은 나이키는 이런 질문을 던지며 새로운 도전을 시작합니다. 러닝화를 만들며 축적한 경험을 바탕으로 농구∙육상∙축구 종목 등으로 영역을 확장하죠. 1982년에는 에어 쿠션 기술을 담은 최초의 농구화 ‘에어 포스 1’을 만들었고, 이후 ‘에어 조던’으로 발전했죠. 전설적인 농구 선수 마이클 조던의 그 신발이요. 당시 폭발적인 인기 덕분에 ‘조던’은 나이키에서 독립하기도 했습니다.
마라톤부터 농구·스케이트·브레이크 댄스까지. 나이키는 앞으로 더 많은 스포츠 종목에서 함께 하겠다는 포부를 밝힙니다. 지난 11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브롱냐르 궁’에서 열린 ‘나이키 온 에어(Nike On Air)’ 행사에서 말이죠. 올해 7월 열리는 파리 대회를 앞두고 열린 이 자리에서 마틴 로티 나이키 최고 디자인 책임자는 “오직 선수만을 위한 제품을 만들었다”며 육상·농구·축구 등 종목별 특징을 잘 담아낸 신발 13종을 묶은 ‘블루프린트 팩’을 선보였습니다.
마라토너들의 신발인 줄로만 알았던 나이키 에어. 생각보다 많은 스포츠 종목에서 활약하고 있었어요. 에어 시리즈에 숨겨진 역사를 보니 앞으로 어떤 이야기를 써 내려 갈지 궁금해집니다. 7월 열리는 파리 대회에서 킵초게같은 선수가 또 등장할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