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국화 분화, 국내시장 ‘호시탐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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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효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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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국내 ‘첫 수입’ 확인
수입업자들 값 낮아 자체 폐기
피트모스에 심겨져 검역 피해
불안한 농가들 대책 마련 요구
지난 3월 중국산 국화가 분화 형태로 수입된 사실이 확인됐다. 한국화훼협회


지난 3월 중국산 국화가 분화 형태로 수입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중국산 국화가 절화가 아닌 분화 형태로 국내 반입된 것은 처음이다.

한국화훼협회와 농림축산식품부 등에 따르면 중국산 국화 분화는 3월 두차례에 걸쳐 국내에 반입됐다. 물량은 컨테이너 몇대분인 것으로 알려졌다. 수입된 국화는 유색 국화로, 색깔이 화려한 편이다.

화훼업계에선 국내 수요를 겨냥한 의도적인 수입이라고 본다. 업계에 따르면 4∼5월은 국민안전의 날(4월16일)과 4·19혁명 기념일, 5·18민주화운동 기념일 등이 있어 국화 소비 성수기다.

업계 관계자는 “색이 예쁘고 절화보다 오래가 최근 성묘객들 사이에서 분화 형태의 유색 국화를 찾는 수요가 꽤 있다”고 귀띔했다.

하지만 해당 중국산 국화 분화는 시중에 공급되지 않고 자체 폐기된 것으로 파악된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일부 수입업자들이 4∼5월 국화 수요가 늘어 가격이 뛸 것을 기대하고 들여왔지만 생각만큼 가격이 오르지 않자 시중에 유통하지 않고 자체 폐기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품위도 좋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화훼공판장 분화 경매사는 “해당 분화의 꽃 끄트머리 상태를 확인한 결과 운송단계에서 이미 상품성이 떨어진 것 같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별로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화훼농가들은 크게 불안해한다. 이미 중국산 절화에 잠식당한 국내 국화시장이 분화 제품 때문에 또 한번 망가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특히 분화는 흙이나 상토 등이 함께 수입돼야 하는데 검역과정을 어떻게 통과할 수 있었느냐는 의구심도 내놓는다. 농림축산검역본부에 따르면 흙이 부착된 식물은 국내 반입이 금지돼 있다.

일각에선 중국산 국화 분화가 흙이 붙은 채로 수입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하지만 본지 취재 결과 해당 분화엔 흙이 아니라 피트모스가 채워져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농림축산검역본부 관계자는 “현장조사를 한 결과, 식물 뿌리에 붙어 있던 것은 흙이 아니라 피트모스였다”고 밝혔다.

현행 ‘수입식물 등의 검역요령’에 따르면 일부 재배물질(유기물이 분해 또는 부식된 것으로서 식물 재배에 이용하는 물질)은 흙으로 보지 않는다.

피트모스는 수생식물이나 습지식물의 잔재가 연못 등에 퇴적돼 나온 유기물질이다. 과거 식물 재배에 사용한 적이 없는 피트모스는 검역요령에서 정하는 ‘흙으로 보지 않는 물질’에 해당한다.

생산자단체들은 이번 수입이 중국산 국화가 분화 형태로도 국내 소비시장을 공략할 수 있다는 신호탄으로 보이는 만큼, 앞으로 검역을 강화하고 원산지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임육택 한국화훼협회장은 “국화 가격이 전년 대비 하락한 상황에서 중국산 국화 분화가 들어왔다는 소식은 농가에는 청천벽력”이라면서 “분화에 포함된 상토 종류나 재배방식 등 식물 검역 기준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26일 서울 서초구 aT 화훼공판장에서 거래한 국산 국화의 평균 경락값은 한단당 4587원이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4846원)과 비교해 5.3%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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