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접종 이제 속도내야”
문재인 대통령은 21일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과 관련해 “국민 공감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고 국민 통합에 도움이 되도록 해야 한다. 이 두 가지를 함께 고려할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4·7 재보선 이후 야권을 중심으로 두 전 대통령을 사면해 달라는 요청이 커지는 가운데 아직 사면을 논의할 때가 아니라고 밝힌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세훈 서울시장과 박형준 부산시장을 청와대로 초청해 오찬을 하고 이같이 밝혔다고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전했다. 오찬에는 유영민 대통령비서실장과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이 배석했다.
호잔에서 박 시장은 먼저 문 대통령에게 “좀 불편한 말씀을 드리겠다”며 두 전 대통령 사면 얘기를 꺼냈다. 박 시장은 “전직 대통령이 지금 저렇게 계셔서 마음 아프다. 오늘 저희 두 사람을 청와대로 부르셨듯이, 큰 통합을 재고해달라”고 요청했다.
문 대통령은 “전직 대통령 두 분이 수감된 건 가슴아픈 일이다. 두분 다 고령이시고, 건강도 안 좋다고 해서 안타깝다”면서도 사면 가능 여부는 언급하지 않았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사면권을 절제해 사용해온 만큼 개인적으로 판단할 문제가 아니라고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 시장은 문 대통령에게 재건축 규제 완화를 건의했다. 오 시장은 “안전진단을 강화했는데, 재건축을 원천 봉쇄하는 효과를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은 “입주자들이 쉽게 재건축을 할 수 있게 하면 아파트 가격 상승을 부추길 수 있고 부동산 이익을 위해 멀쩡한 아파트를 재건축하려고 할 수 있다. 그러면 낭비”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주택가격 안정과 투기억제, 최근 공급확대까지 추진하고 있다. 이건 중앙정부나 서울이 다를 게 없다”고 덧붙였다.
다만 문 대통령은 “정부가 공공재개발을 추진하지만 그렇다고 민간 개발을 억제하거나 못하게 막으려는 게 아니다. 시장 안정 조치만 담보되면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답했다. 오 시장은 문 대통령에게 재건축이 시급한 여의도 시범아파트를 방문해달라고 건의했고, 문 대통령은 필요하면 국토교통부 직원을 현장에 파견하겠다고 밝혔다.
백신 문제도 핵심 대화 주제였다. 문 대통령은 “11월 집단면역 달성이 가능하며 상반기 1200만명 이상이 차질없이 접종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접종속도를 높여야 한다는 절박한 마음을 드러냈다. 문 대통령은 “백신 부작용을 고려해 신중하게 접근했는데 이제는 하루 200만명 접종이 가능하기 때문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백신과 관련해 문 대통령은 제대로 챙겨야 한다고 수차례 강조했는데 접종률이 빨리 높아지지 않아 답답해한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질병관리청이 명단을 정해 지자체에 통보하지 않고 지방자치단체가 접종자를 선정한 뒤 방역당국이 물량을 대는 방식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야당의 ‘코드인사’ 비판을 받은 기모란 청와대 방역기획관 인사가 문제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기 기획관 남편이 지난해 총선에서 민주당 후보로 나선 데 대해 “나는 그런 것은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 남편이 정태옥 전 국민의힘 의원이라는 것과 김부겸 국무총리 후보자의 처남이 ‘반일종족주의’ 저자 중 한 명인 이영훈 교수라는 점을 언급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문병호 전 국민의당 의원이 문 대통령에게 상당히 고약하게 하신 분인데, 문 대통령은 그 분의 배우자가 대법관이 된 점을 예로 들었다”고 설명했다. 대표적 반문(反文) 인사로 꼽히는 문 전 의원의 배우자인 민유숙 판사는 문재인정부 시절인 2018년 1월 대법관에 올랐다.
문 대통령은 2032년 하계올림픽 서울·평양 공동유치에 대해 “아직 포기하긴 이르다”고 했다. 이어 “한·미 정상회담 과정에서 북한과의 대화 테이블이 만들어 질 수 있다. 그러면 올림픽 공동유치 문제도 조금 가능성이 열리는 것”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오 시장과 박 시장에게 “선거와 행정은 다르다”며 “중앙정부와 충분히 협력하고 소통해야 한다”고 했다. 또 “대통령이 되자마자 바로 취임하는 경우가 없어서 상당히 힘들었다”며 “두 분도 바로 취임하셔서 여러 어려움을 겪을 것 같다”고 했다. 이번 오찬은 문 대통령이 직접 아이디어를 냈다. 메뉴로는 조개냉채 호박죽 과일 등이 마련됐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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