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MB·박근혜 사면 요청에 “국민 공감대·통합 생각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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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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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안정 담보되면 민간개발 가능”
“백신 접종 이제 속도내야”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오른쪽 두번째), 박형준 부산시장(왼쪽)과 오찬 간담회에 앞서 환담하고 있다. 오른쪽은 이철희 정무수석.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은 21일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과 관련해 “국민 공감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고 국민 통합에 도움이 되도록 해야 한다. 이 두 가지를 함께 고려할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4·7 재보선 이후 야권을 중심으로 두 전 대통령을 사면해 달라는 요청이 커지는 가운데 아직 사면을 논의할 때가 아니라고 밝힌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세훈 서울시장과 박형준 부산시장을 청와대로 초청해 오찬을 하고 이같이 밝혔다고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전했다. 오찬에는 유영민 대통령비서실장과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이 배석했다.

호잔에서 박 시장은 먼저 문 대통령에게 “좀 불편한 말씀을 드리겠다”며 두 전 대통령 사면 얘기를 꺼냈다. 박 시장은 “전직 대통령이 지금 저렇게 계셔서 마음 아프다. 오늘 저희 두 사람을 청와대로 부르셨듯이, 큰 통합을 재고해달라”고 요청했다.

문 대통령은 “전직 대통령 두 분이 수감된 건 가슴아픈 일이다. 두분 다 고령이시고, 건강도 안 좋다고 해서 안타깝다”면서도 사면 가능 여부는 언급하지 않았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사면권을 절제해 사용해온 만큼 개인적으로 판단할 문제가 아니라고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오세훈 서울시장, 박형준 부산시장과 오찬 간담회에 앞서 환담하고 있다. 왼쪽부터 유영민 대통령 비서실장, 박 시장, 문 대통령, 오 시장, 이철희 정무수석. 연합뉴스

오 시장은 문 대통령에게 재건축 규제 완화를 건의했다. 오 시장은 “안전진단을 강화했는데, 재건축을 원천 봉쇄하는 효과를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은 “입주자들이 쉽게 재건축을 할 수 있게 하면 아파트 가격 상승을 부추길 수 있고 부동산 이익을 위해 멀쩡한 아파트를 재건축하려고 할 수 있다. 그러면 낭비”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주택가격 안정과 투기억제, 최근 공급확대까지 추진하고 있다. 이건 중앙정부나 서울이 다를 게 없다”고 덧붙였다.

다만 문 대통령은 “정부가 공공재개발을 추진하지만 그렇다고 민간 개발을 억제하거나 못하게 막으려는 게 아니다. 시장 안정 조치만 담보되면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답했다. 오 시장은 문 대통령에게 재건축이 시급한 여의도 시범아파트를 방문해달라고 건의했고, 문 대통령은 필요하면 국토교통부 직원을 현장에 파견하겠다고 밝혔다.

백신 문제도 핵심 대화 주제였다. 문 대통령은 “11월 집단면역 달성이 가능하며 상반기 1200만명 이상이 차질없이 접종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접종속도를 높여야 한다는 절박한 마음을 드러냈다. 문 대통령은 “백신 부작용을 고려해 신중하게 접근했는데 이제는 하루 200만명 접종이 가능하기 때문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백신과 관련해 문 대통령은 제대로 챙겨야 한다고 수차례 강조했는데 접종률이 빨리 높아지지 않아 답답해한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질병관리청이 명단을 정해 지자체에 통보하지 않고 지방자치단체가 접종자를 선정한 뒤 방역당국이 물량을 대는 방식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야당의 ‘코드인사’ 비판을 받은 기모란 청와대 방역기획관 인사가 문제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기 기획관 남편이 지난해 총선에서 민주당 후보로 나선 데 대해 “나는 그런 것은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 남편이 정태옥 전 국민의힘 의원이라는 것과 김부겸 국무총리 후보자의 처남이 ‘반일종족주의’ 저자 중 한 명인 이영훈 교수라는 점을 언급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문병호 전 국민의당 의원이 문 대통령에게 상당히 고약하게 하신 분인데, 문 대통령은 그 분의 배우자가 대법관이 된 점을 예로 들었다”고 설명했다. 대표적 반문(反文) 인사로 꼽히는 문 전 의원의 배우자인 민유숙 판사는 문재인정부 시절인 2018년 1월 대법관에 올랐다.

문 대통령은 2032년 하계올림픽 서울·평양 공동유치에 대해 “아직 포기하긴 이르다”고 했다. 이어 “한·미 정상회담 과정에서 북한과의 대화 테이블이 만들어 질 수 있다. 그러면 올림픽 공동유치 문제도 조금 가능성이 열리는 것”이라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 초청으로 21일 청와대를 방문한 오세훈 서울시장과 박형준 부산시장이 상춘재에서 이철희 정무수석과 환담을 나누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 대통령은 오 시장과 박 시장에게 “선거와 행정은 다르다”며 “중앙정부와 충분히 협력하고 소통해야 한다”고 했다. 또 “대통령이 되자마자 바로 취임하는 경우가 없어서 상당히 힘들었다”며 “두 분도 바로 취임하셔서 여러 어려움을 겪을 것 같다”고 했다. 이번 오찬은 문 대통령이 직접 아이디어를 냈다. 메뉴로는 조개냉채 호박죽 과일 등이 마련됐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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