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곰' 박성민이 말하는 '슈퍼맨' 김재섭…'더 커뮤니티'가 남긴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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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유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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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커뮤니티’인터뷰②] ‘백곰’ 박성민 전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 김재섭 서울 도봉갑 국민의힘 당선자(왼쪽)와 박성민 전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웨이브 정치 예능 '사상검증구역: 더 커뮤니티' 유튜브 영상 갈무리.
<사상검증구역: 더 커뮤니티>에 닉네임 '슈퍼맨'으로 출연한 김재섭은 이번 22대 총선에서 서울 도봉갑 국회의원(국민의힘)으로 당선됐다. 각각 민주당과 국민의힘 소속의 두 청년 정치인은 프로그램 내내 주요 리더 후보로서 토론과 논쟁을 오갔다.

-같은 프로그램 출연자이자 동료 정치인으로서 슈퍼맨을 평가한다면?

"늘 나를 의심하고 검열할 때가 많다. 과감해야 할 때 과감하지 못하기도 한다. 김재섭 당선자는 자기 확신이 있는 사안을 끝없이 밀어붙인다. 어떤 순간엔 정치인이 가져야 할 대담한 자세로 보이더라.

민주당으로선 아쉬운 일이지만, 이번에 김 당선자가 국민의힘 험지 서울 도봉갑에서 당선됐다. 사람들이 얼마나 안 될 거라고 했겠나. 부정적인 말에서 힘든 순간을 뚫고 나왔다. 김 당선자가 가지는 자기 확신과 대담함이 작용했을 거라고 본다. 내가 그와 친한 이유가 MBTI가 같기도 하지만 뭘 오래 담아두질 않는다. 설령 욕을 먹더라도 자기 생각을 분명하게 드러내는 건 정치인으로서 좋은 자질이라고 생각한다."

-'사상을 검증한다'는 프로그램 제목을 비롯한 비판적 평가들이 있다. '페미니즘'의 반대를 '이퀄리즘'으로 설정하거나, '동성애는 후천적 오류다' 등의 혐오를 사상으로 정당화해 동의의 영역으로 바꿔버렸다는 비판도 있었다.

"이퀄리즘이란 말에 동의하지 않지만 반페미니즘 진영을 언어로 표현하려 고민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한계이지 않았나 싶다. 프로그램을 보면 혐오에 동조한 적도, 혐오에 발언권을 주며 그것을 정당화한 적도 없는 프로그램이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 프로그램 관련해선 혐오를 사상으로 정당화해 동의의 영역으로 바꿔버렸다는 비판이 있었다.  웨이브 정치 예능 '사상검증구역: 더 커뮤니티' 유튜브 영상 갈무리.
▲ 프로그램 관련해선 혐오를 사상으로 정당화해 동의의 영역으로 바꿔버렸다는 비판이 있었다.  웨이브 정치 예능 '사상검증구역: 더 커뮤니티' 유튜브 영상 갈무리.
-프로그램을 이끄는 주요 장치가 '토론'이다. 평소 라디오 시사 프로그램, 최근 총선 개표방송 등에도 활발히 참여하는데 중시하는 전략이 있나.

"늘 내 토론에 대한 불만이 있다. 어떤 마음으로 임하냐고 묻는다면, 일단 내 생각이 뭔지 스스로 정확하게 아는 게 중요하다. 상대방 주장도 잘 들으려 노력한다. 나이로 찍어누르려는 문화가 있는 한국 사회에서 '아저씨들 틈에서 어떻게 그렇게 너의 생각을 똑부러지게 얘기하니'라는 질문을 되게 많이 받는다. 토론하고 회의할 땐 나이, 사회적 지위, 성별 다 떼고 얘기한다고 생각한다. 나도 대등한 토론자로 나왔다는 마인드세팅을 하고 시작하는 게 중요하다."

-정치권에서도 수직적 문화가 있다. 정당 내에선 토론이 잘 된다고 평가하나.

"정당도 수평적 문화는 아니지만 내가 당에서 계속 지켰던 것 중 하나는 이의가 있으면 손 들고 얘기하는 거다. 소리지르고 화내고 드러눕는 게 아니라 '무슨 말씀이신지 저도 알겠습니다만 저도 이 말씀을 드리고 싶다'는 식으로 애기한다. 말도 안 되는 주장에 대해선 강경하게 반대한다. 특히 젊은 사람들에겐 손들지 않으면 기회를 주지 않는다. 공적인 자리에서 발언 기회를 안 주면 쫓아가서라도 말했다."

-슈퍼맨은 방송에서 "정치인들이 너무 토론을 안 한다. 주민들의 마음을 사려고 하는게 아니라 당의 주류에 계속 서려고 한다"고 말했다.

"우리 사회는 토론이 허용되지 않는 문화다. 특히 젊은 사람이 얘기할 땐 '되바라지다'는 식으로 찍어누르려는 문화가 있다. 커뮤니티에선 토론을 많이 할 수 있어 즐거웠다. 정부를 만들고 국가를 세워가는 과정에서 근본적인 질문과 토론을 하면서 각자의 가치관을 드러낼 수 있었던 기회가 많았다. 오히려 현 정치권에선 큰 방향성보단 하나의 사안을 가지고 다투다보니 국민들이 토론을 보면 짜증이 나는 것 같다. 권력에 따라 줄 서고 권력에 맞춰 앵무새처럼 합창하는 것도 정치인이 할 일은 아니다."

▲ 토론하는 '백곰'(박성민)과 '슈퍼맨'(김재섭). 웨이브 정치 예능 '사상검증구역: 더 커뮤니티' 유튜브 영상 갈무리.
-출연자로서 이번 프로그램에 대해 느낀 장점은?

"이 방송은 사람의 다면성, 관계의 입체성, 정치의 중요성 세 가지를 보여줬다. 코드 점수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았다. 코드대로라면 난 하마를 살리고 마이클을 죽여야하지만 그러지 않았다. 온라인에서 익명성을 가지고 자극적 뉴스를 보거나 커뮤니티를 통해 키보드로 싸웠을 때 작은 차이 하나로 사람을 악마화하고 배타적으로 대하기 쉽다.

방송이 갑자기 우리 안의 갈등을 다 해소하는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하지만 각자 마음에 뿌려진 씨앗이 더 나은 사회를 만들 수 있게 하고 서로를 이해할 수 있게 하는 시작이다. 씨앗이 자라서 꽃이 되든 나무가 되는 열매를 맺는 어쨌든 한국 사회엔 좋은 영향을 줄 거다."

-'사상검증'이란 프로그램에 정작 '사상'이 없단 비판에 대한 답이 될 수 있겠다.

"'마라탕'을 기대했던 사람들에겐 '능이백숙' 같은 프로그램이었을 수도 있다. 코드 점수 각 1점으로 생각이 강하지 않은 사람도 있고 나처럼 10점이자 새빨간 사람이 있다. 이조차 현실을 담아냈다고 생각한다. 경제정책에선 보수정당을, 복지정책에선 진보정당을 지지할 수 있는 것처럼 사안에 따라 입장이 다를 수도 있다.

강한 사람들끼리 싸우고 폭력적으로 서로를 대하는 게 아니라 서로 차이를 확인하면서도 두드려보는 게 오히려 더 현실적이지 않나. 양극단으로 찢어지면 나는 김재섭 당선자와 절교해야 한다. 나는 평소에도 김 당선자가 국민의힘인 것만 빼면 잘 지내고, 김 당선자도 내가 민주당인 거 빼면 다 좋다고 얘기한다. 우리가 달라서 대화가 가능한 부분도 있다. 이게 현실이 아닐까 생각한다."

▲ 프로그램 속 박성민 전 최고위원. 웨이브 정치 예능 '사상검증구역: 더 커뮤니티' 유튜브 영상 갈무리.
-프로그램을 통해 정치에 관심 갖게 됐다는 호평도 나온다.

"나에 대한 평가를 떠나서 정치의 중요성을 알았고 토론의 중요성을 알았다는 얘기들이 가장 보람되고 좋다. 제일 고마웠던 건 '맨날 싸우고 정치 싫어서 투표를 원래 안하려했는데, 백곰과 슈퍼맨을 보고 투표해야겠다고 생각했다'는 말을 들었을 때다. 그 관심과 불씨를 어떻게 꺼뜨리지 않고 이어갈지가 요즘 최대 관심사다. 더 커뮤니티라는 그릇을 가지고 새롭게 관심 가진 사람들을 어떻게 담아내 볼까가 백곰의 고민이다."

-프로그램 출연 후 개인적 변화가 있나.

"정치인으로선 다양한 미션을 통해 큼직큼직한 생각들을 많이 하게 됐다. 공동체를 강조할 때 어쩔 수 없이 생겨나는 통제의 영역에 무엇이 포함되고 빠져야 하는가 등 생각을 재정립하는 데도 많이 도움됐다. 결과의 완벽성에만 너무 집착하지 말자는 생각도 했다.

무엇보다 '고여있지 말자'는 생각을 많이 했다. 항상 여의도에서 시사 방송을 하고 국회에서 정치인들을 만나면서 어쩔 수 없이 편견도 강화되고 시야도 좁아진다는 생각이 들었다. 방송을 통해 내 편견을 많이 깨는 계기가 됐다. 사람의 마음을 얻는 데 다양한 것들이 필요하다는 것도 알았다. 똑똑한 주장을 할수록 사람들이 마음을 줄 거라 생각했는데, 상대의 마음을 읽어주는 태도, 자신의 신념을 드러내고 있는 그대로 평가받으려는 용기, 마음의 문을 열고 토론하려는 자세, 고군분투하려는 진심, 그 과정에서 겪는 좌절 실패까지 솔직한 모습들을 보여주는 게 중요하구나라는 걸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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