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대 존속' 외친 교수들 "식량위기 시대, 국가생존과 직결" [캠퍼스 학과 빅뱅]
농과대학은 대학 내에서 소멸 위기 1순위로 꼽힌다. 한때 광산학과와 함께 국가 발전을 견인하는 ‘쌍두마차’로 불리며 수재(秀才)들이 앞다퉈 입학 경쟁을 벌였지만, 이젠 비인기 학과의 서러움을 넘어 생존을 걱정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15년새 농대 57개 사라져…농대 교수 집단 성명
한국교육개발원(KEDI) 교육통계서비스에 따르면, 농대 관련 학과(자원학)는 2008년 133개에서 지난해 76개로 15년 사이에 57개가 사라졌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내년부터 무전공 학과가 본격 도입되면서 농대에선 정원 줄이기에 직격탄을 맞을 것이란 위기감이 팽배하다.
이에 농대 교수들로 구성된 전국농학계대학장협의회(농대협)가 교육부 장관에게 ‘생존을 위한 결단’을 촉구했다. 전국 41개 대학의 농대 학장들은 성명서를 통해 “대한민국의 미래 식량 안보와 국가 경쟁력 유지를 위해 교육부의 정책 변경을 요청한다”고 호소했다.
“사립대는 거의 전멸…정원 더 줄면 폐쇄 수순”
Q : 무전공 도입으로 농대에도 영향이 있나.
A : 전북대의 경우 농업생명과학대학 정원의 5%를 자율전공학부로 돌려 2~30명의 정원이 줄어들 예정이다. 충북대 농업생명환경대학도 12개 학과의 전체 정원 350명 중에서 18명을 무전공 인원으로 배정했다. 이미 농대는 학교마다 구조조정이란 명목으로 학생 정원을 줄여왔기 때문에 학과마다 정원이 2~30명에 불과하다. 농학을 가르치는 사립대는 거의 전멸했고 그나마 국립대에서만 간신히 명맥이 이어지고 있다. 매년 2~3명씩 인원을 내놓고 학생들에게 선택조차 받지 못한다면 농대는 폐쇄 수순을 밟을 수밖에 없다.
Q : 교육부에 정책 변경을 요청했는데.
A : 나도 대학교수인 만큼 교육부가 추진 중인 무전공 도입의 취지를 충분히 이해한다. 학령인구가 감소하니 무전공을 통해서라도 학과 구조조정을 해야 하지 않겠는가. 하지만 농학의 중요성을 고려할 때 일률적인 잣대를 들이대는 건 맞지 않는다. 교육부가 보건 계열과 예·체능 계열, 사범계열의 특수성을 인정해 무전공 학과에서 제외한 것처럼 농학계열도 제외해 학생 정원조정이 없도록 해달라는 것이다.
Q : 농대의 특수성이 무엇인가.
A : 농대에서 가르치는 학문들이 곧 국가의 생존과 밀접하다는 점이다. 농업은 단순한 산업을 넘어 국가 안보와 식량 안정을 책임지는 핵심 분야다. 코로나19 팬데믹과 최근 전 세계적인 공급망 불안정성은 식량 자급률의 중요성을 더욱 부각시켰다. 국제 정세의 불안과 기후 변화에 따른 식량 위기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농업 기술의 발전을 통한 생산성 향상과 식량 안정성 확보가 필수적이다.
“한국 스마트팜 세계 최고 수준…경쟁서 뒤처질까 걱정”
Q : 정작 학생들이 농학에 관심이 없지 않나.
A : 학부모들도 그렇고 많은 학생이 오해하고 있다. 농대에선 단순히 농업 관련 학문만 가르치는 것이 아니다. 이미 농업계 학문은 첨단 응용학문으로 변화해나가고 있다. 농업 생명공학, 스마트팜, 친환경 농업 등의 첨단 기술 개발을 위한 연구 인력 양성과 기술 혁신이 활발하다. 기후 변화와 같은 글로벌 이슈에 대응할 전문가를 양성하는 중추적인 역할도 하고 있다. 학생 유입 확대를 위한 정부의 지원도 필요하다.
이날 박 회장은 부산대를 방문한 우크라이나 서부 도시 르비우의 주지사 특사와 회의를 앞두고 있었다. 그는 “세계의 곡물 창고라 불리는 우크라이나가 전후 복구 과정에 필요한 농업 분야의 협력을 요청했다”며 “우리나라의 시설 하우스 재배 노하우와 스마트팜 기술은 이미 세계 선진국 수준이지만 앞으로 해외 농업 강국과의 경쟁에서 뒤처질까 봐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이가람 기자 lee.garam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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