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

내키는대로 만든 작품 ‘용이 간다’

감독 미이케 다카시|출연 기타무라 가즈키·기시타니 고로·공유

[영화 리뷰]내키는대로 만든 작품 ‘용이 간다’

미이케 다카시 감독의 ‘용이 간다’에는 한국 관객이 특히 호기심을 가질 만한 장면이 나온다. 극중 한국인 킬러로 등장하는 공유가 어둑한 뒷골목에서 일본측 연락책과 암호로 접선한다. 공유가 “김기덕!” 하고 말하면 상대방이 “수취인불명”이라고 답한다.

지금까지 미이케 다카시 감독의 작품을 접해온 팬이라면 그가 김기덕 감독에게 재치있게 경의를 표하는 모습에 그리 놀라지도 않을 것이다. 미이케 다카시는 김기덕 감독 이상으로 잔혹하며 기괴하고 독특한 영화를 만들어왔다. 한때의 김기덕이 그랬듯이 미이케 다카시도 믿을 수 없는 속도로 다작(多作)한다는 점도 공통점이다. 영화 데이터베이스 사이트인 IMDB에 따르면 미이케 다카시는 올해 ‘용이 간다’를 포함해 3편의 작품을 공개했고, 1편을 후반작업 중이며, 내년 개봉을 목표로 1편을 촬영 중이다.

‘용이 간다’는 ‘용과 같이’라는 제목으로 알려진 플레이스테이션 인기 게임을 바탕으로 한다. 10년간의 복역을 마치고 막 출소한 전설적인 야쿠자 기류 가즈마. 그의 출소와 함께 도쿄 신주쿠에는 온갖 사건이 일어난다. 어설픈 은행강도 2명은 현금이 별로 없는 은행에 쳐들어가고, 조직의 비자금 100억엔이 갑자기 사라진다. 빚에 쪼들린 젊은 연인은 총을 구해 강도로 나서고, 말이 없는 한국인 킬러는 모종의 임무를 수행한다. 라이벌 의식에 불타는 악랄한 야쿠자 마지마가 기류를 뒤쫓는 와중에, 기류는 어머니를 찾는 소녀 하루카와 함께 밤거리를 헤맨다.

이렇게 얽히고 설킨 이야기들은 영화가 끝날 때까지도 하나로 수렴되지 않는다. 어떤 장면에선 황당무계한 코미디 감각을 보여줬다가, 다음 장면에선 끔찍한 살육전이 이어진다. 뜬금 없는 눈물의 로맨스도 있다. 어떤 통합된 세계관을 만들기보다는 매 순간 장면의 재미를 찾으라는 것이 감독의 권유같다.

감독의 팬이라면 영화가 ‘15세 관람가’라는 점도 의외다. ‘오디션’(99), ‘비지터 큐’(2001), ‘이치 더 킬러’(2001)는 평범한 정서의 관객이라면 차마 기억하고 싶지 않을 정도로 과격한 표현 수위의 영화였다. ‘내키는 대로 만들겠다. 즐길 사람은 즐겨라’는 것이 감독의 생각인 듯하다. 비슷한 정서의 쿠엔틴 타란티노가 미이케 다카시가 올해 내놓은 또다른 작품 ‘스키야키 웨스턴 장고’에 배우로 출연한 것도 우연은 아니다.

하위 문화의 잡탕 같은 미이케 다카시 감독의 영화에 어떤 이들은 ‘쓰레기’라고 비난하고, 어떤 이들은 기꺼이 박수를 보낸다. 아직 미이케 다카시는 세상 모두를 포용할 영화를 만들 생각은 없어 보인다.

〈백승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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