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1년 표준자오선 동경 135도로 변경

유정인 기자

굴곡진 역사가 삼켜버린 ‘30분’

1961년 8월10일 0시. 한국에서 ‘30분’이 일순간에 사라지는 사건이 일어났다. 나라 전체가 30분 후로 가는 타임머신을 탄 것처럼 9일 오후 11시30분이 눈 깜빡할 사이 10일 자정이 된 것이다. 모든 시계바늘은 30분 뒤로 맞춰졌고, 그 이후 사람들은 61년 8월9일보다 30분 빠른 삶을 살고 있다. 이때를 기점으로 우리나라는 표준시간을 규정하는 표준자오선을 동경 127도 30분에서 135도로 변경했다. 국가마다 기준이 되는 표준시는 영국의 그리니치 천문대(경도 0)를 기준으로 하며 경도가 15도 달라질 때마다 1시간씩 차이가 나게 된다. 표준자오선 변경으로 우리나라는 그리니치 표준시보다 9시간 빨라졌고, 동경 135도 자오선이 지나는 일본과 표준시가 일치하게 됐다. 양국간 시차가 전혀 나지 않는 이유다.

[어제의 오늘]1961년 표준자오선 동경 135도로 변경

한국의 시간이 바뀐 것은 이때가 처음은 아니었다. 수차례 시간이 변경되는 과정에는 한반도를 둘러싼 힘겨루기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우리나라가 표준시를 처음 도입한 것은 1908년 4월1일이다. 당시 표준자오선은 한반도의 중심을 지나는 동경 127도 30분이었다. 하지만 강제병합으로 일본에 주권을 완전히 빼앗기면서 한반도의 시간마저 달라지게 된다. 1912년 1월1일부터 조선총독부는 일본의 중앙표준시(동경 135도)를 한국 전체에 적용하도록 했다. 54년 일재 잔재를 청산한다는 차원으로 이를 동경 127도 30분으로 되돌렸지만 이도 오래 가지 못했다.

61년 정부는 동경 135도로 자오선을 환원하면서 그 전의 표준자오선이 항공, 항해, 천문, 기상 등 관측에서 불합리하다는 이유를 들었다. 일본주둔 미군과 한국주둔 미군의 시간차이로 작전에 차질이 빚어진다는 주한미군 측의 요구도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전해진다.

‘잃어버린 30분’을 둘러싼 논란은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1993년 정부는 민족주체성 확립을 위해 기준 자오선을 127도 30분으로 되돌리는 의견을 제시했으나 현행 체제 유지로 결론이 났다. 2000년대 들어서도 국회에서 표준시 변경에 관한 법안이 몇 차례 추진됐으나 입법화는 무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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