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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3 후보 '미제 소파' 때문에 TV 재격돌?본격 정치풍자 코미디 '3자토론' 인기질주

다시 만난 세 후보? 매주 토요일 오후 MBC 코미디하우스에서 '3자 토론'을 벌이는 배칠수, 박명수, 김학도. (왼쪽부터) ⓒ 코미디하우스

미리보는 1분 클립! - 세후보 격돌의 현장! / 강수연 PD

"초등생이 외면해도 40대가 알아준다" / 강수연 PD
MBC 코미디언 실에서 만난 세 후보와 ‘3자토론’ 연습현장

박명수 배 후보님이 친형처럼 모시는 최양락 선배! 얼마전 모방송국 간부랑 회담 성사하려고 오만원 송금했습니다! 배 후보 왜 침묵하십니까?

배칠수 최양락 선배께서 직접 해명하셨지 않습니까? 통치행위였어요. 평가는 역사가 내려줄 거예요.

김학도 코미디언실의 미제 소파! 이거 바꿔야됩니다. 구봉서 정권부터 써온 겁니다. 50년 됐습니다! 전 두 분께 소파개선 서명을 제안합니다!

박명수 말씀드렸다시피 전 10년간 정통코미디를 원칙과 소신으로 지킨사람입니다. 제 건강을 염려하고 계신 분들이 아직도 계신 모양인데요. (스트레칭)

배칠수 제가 전문가래서 좀 아는데...박 후보님, 손이 땅에 안 닿으셨습니다.

김학도 국민여러분 보십시오! 하자는 서명 안하고 또 쌈질입니다. 이래서 행복해지시겠습니까? 살림살이 나아지시겠습니까?

2002년 대선 이후 두 달이 지나 노무현 정부가 출범했지만, 이들에게 대선은 아직도 '진행형'이다. 아니, 정치를 비틀고 희화화하는 이들의 행보는 정치가 소멸하지 않는 한 끝나지 않을 것 같다.

2002년 대선후보 TV토론을 패러디한 MBC 코미디하우스(토요일 오후5시10분, 연출 박현석) '3자 토론'이 3주째 순항중이다. 코미디하우스에서 프로그램 마지막을 장식하는 이 코너는 또 다른 코너 '등급동화'와 함께 MBC 코미디를 부활시킬 견인차라는 기대를 안고 있다.

아쉽게도 지난주에는 '대구지하철 참사' 분위기에 휩쓸려 한 회를 쉬었다. 2월8일 첫 방송 이후 두 번의 시청률 조사에서도 10%(TNS 미디어 조사 기준)를 넘지 못했다. 시청률 역시 30% 안팎의 강세를 보이는 KBS 개그콘서트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그 열기는 무시할 바가 못된다. <오마이뉴스>는 지난 대선이후 처음으로 '세 후보'를 한꺼번에 인터뷰하는 데 성공했다. 다름 아닌 MBC 코미디언실에서.

▲ 이회창을 패러디한 박명수. "원칙과 소신있는 저에게 나라를 맡겨주십시오"
"어른들이 엄청 좋아해요. 식당 같은 곳에서 이 프로그램을 하면 (어른들이) TV 쪽으로 절로 고개를 돌린다는 얘기도 들었어요. 이게 저녁 10시로 가면 어른들이 굉장히 좋아하지 않을까?

좀 심하게 말해서 애들은 개그콘서트를 보라 이거예요. 나이든 분들이 '우리 위한 코미디를 만드는 것 같다. 고맙다'고 말할 때는 뭉클해요. '명수형, 그건 아닌 것 같아요' 라는 말은 신경도 안 써요."(박명수)

"아무래도 어른들을 위한 코미디이다보니 오후5시라는 시간대와 맞지 않는 부분도 있죠. 코미디프로 시청률은 청소년들의 선택에도 많이 좌우되는데, 초등학생이 이 프로를 보고 재미있다고 하면 그 학생 정말 똑똑하고 의식 있는 학생이겠죠."(김학도)

정치상황을 다룬 코미디여서 모든 시청자들을 두루 불러모으는 데는 어느 정도 한계가 있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제작진을 들뜨게 하는 것은 코미디하우스 홈페이지(www.imbc.com/tv/ent/comedyhouse/index.html)를 뜨겁게 달구는 시청자들의 반응이다. '3자토론' 방영 이후 게시판에 올라온 시청자 의견도 크게 늘었지만, 80% 가량이 '3자토론'에 대한 것이다.

초기에는 "김상태(KBS 개그콘서트)와 배칠수 중 누가 노무현 흉내의 원조냐?"는 소모적인 논쟁이 붙기도 했다. 박현석 담당PD는 "주물럭등심집도 아니고 누가 원조면 어떠냐? 웃음과 기쁨만 주면 되지 않나? 선의의 경쟁으로 봐달라"고 일축한다. 김상태는 노 대통령을 캐릭터화 하지만, 3자토론은 토론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코미디라는 가벼운 형식에 기대서 새롭게 포장했다는 큰 차이가 있다는 것.

3자토론이 계속 될수록 시청자들로부터 가장 호평을 받는 토론자는 놀랍게도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를 흉내내는 김학도이다.

▲ 권영길 후보를 패러디한 김학도. "국민 여러분, 행복하십니까? 살림살이 나아지셨습니까?"
김학도는 권 후보가 자주 썼던 "국민 여러분 행복하십니까, 살림살이 좀 나아지셨습니까"라는 말을 그대로 흉내낸다. "토론회 나간 후 제가 젤 똑똑하고 인물도 제일 낫답디다"라고 말하는 대목에서는 점잖은 인상의 권 후보가 자기PR에 열을 올리는 대목이 생각나 피식 웃음이 나올 수밖에 없다.

처음 프로그램을 시작할 때는 박명수, 배칠수의 양자 구도로 가지 않을까 하는 제작진의 우려도 없지 않았지만, 김학도의 재치가 이를 너끈히 커버하고 있다고. 현실정치에서 이뤄지지 못한 3자구도가 TV 코미디프로에서 실현되고 있는 것이다.

'김학도표 권영길'이 시청자들에게 민노당을 기억시키는 효과를 가져오자 민노당에서도 김학도를 '홍보대사'로 위촉하고 권영길 대표가 쓰던 뿔테안경을 증정하는 등 각별한 애정을 표시하고 있다.

김학도 자신도 "예전에는 TV토론이 양자구도로 가서 권영길씨의 말이 잘 안 들어왔는데, 3자토론을 위해 예전 토론을 되돌아보는 과정에서 '맞는 얘기도 많이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민노당에 호감을 많이 가지게 됐다"고 말했다.

프로그램의 아이디어를 제일 먼저 낸 사람은 박명수. 박명수는 대선후보 토론을 보며 "이걸 한 번 해보자"는 생각을 했고, 자신은 "어∼"하는 이회창 특유의 걸죽한 헛기침을 뽑아냈다. "성대묘사에 관한 한 배칠수, 김학도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박명수는 인터뷰 중에도 계속 이회창의 목소리가 녹음된 테이프를 틀며 연습에 여념이 없었다. 박명수는 "이회창 역이 아니었다면 사회자 역할이나 해볼까"했다는데, 사회자는 박명수, 김학도와 MBC 입사동기인 성우 안지환에게 돌아갔다.

자신들이 풍자의 대상으로 삼는 정치에 대한 생각은 어떨까?

▲ 노무현을 패러디한 배칠수. "제가 코미디 신용등급회복 해내겠습니다!"
배칠수는 "TV 오락프로그램에서까지 정치 얘기를 봐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씹고 욕할 거리를 줘서 정치인들에게 고맙다는 생각도 들었다. 코미디가 실제 정치세계를 더 부드럽게 묘사해서 정치인들을 보호해주는 효과도 있지 않나?"라고 말했다.

김학도 역시 "아무래도 30대이다보니 정치에 무관심할 수 없다"고 말하지만, 구체적인 얘기는 피했다.

코미디 소재 제한이 풀려 '3자토론' 같은 프로그램이 나올 수도 있었지만, '상상속의 소재 제한'은 지금도 이뤄지고 있다고. 특정후보 자제의 병역 문제와 소파 개정을 직설적으로 다루지 못하는 게 대표적인 예이다.

"군대 문제는 (진상이) 밝혀지지 않은 것을 코미디 소재로 삼을 수 없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고, 부시 대통령을 가지고도 직접적으로 장난치는 게 힘들다. 마음으로야 미군 철수하라고 하고 싶지만, 그거야 개인 생각이죠."(박명수)

"소파 개정을 어떻게 직접적으로 다루나요? 그러니 공연히 응접실 소파를 치며 '이 소파를 바꿔야 해' 이런 식으로 나가죠."(김학도)

이들은 앞으로 닥칠 '소재 고갈'의 문제에 대해서도 고민을 하고 있다. 형식은 대선 토론 형식으로 가지만, 대북송금 등 시사적 주제를 다루면 생명력을 얻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박명수는 "서민적 삶으로 들어갈 수 있다. 직업적 애환에 대한 얘기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민과의 대화처럼 일반인들의 돌출 질문에 대한 대응을 프로그램에 반영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김학도는 "만화책이나 소설책을 보는 느낌을 주는 게 숙제이다. 챕터가 넘어갔을 때 다시 보고싶게 만드는 게 숙제이다. 벌써부터 토론이라는 형식에 지겨워하는 분도 있지만, 바꿀 수 있는 시간을 달라. 기다려주셨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10초마다 채널이 돌아가는 무한시청률 경쟁 시대에 이들의 뚝심이 먹힐 지 주목된다.

▲ MBC 코미디하우스 '3자 토론'의 녹화 현장. 마니아들의 열렬한 지지를 얻고 있지만, 소재 확대와 형식 변화라는 숙제를 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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