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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기자회견

국민들과 대화·소통은 대통령의 기본적 의무 / 많은 대화 나누길 기대

▲ 권혁남 전북대 신방과 교수

취임 3년 차를 맞는 박근혜 대통령이 오늘 오전에 기자회견을 가진다. 모두들 회견 내용에 지대한 관심을 두고 있지만 회견 자체만으로도 여간 반가운 일이 아니다.

 

박근혜 대통령에게 평생 따라다니는 꼬리표는 ‘불통’이다. 그도 그럴 것이 박 대통령은 2013년 2월 취임 후 지금까지 기자회견을 단 4차례 밖에 하지 않았는데, 그 중 3차례는 일방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대국민 담화였다. 따라서 기자들과의 질의와 답변이 오고 가는 말 그대로의 기자회견은 지난해 1월 6일 신년 기자회견 딱 한 번뿐인 셈이다.

 

이마저도 질문이 사전에 제출되고 여기에 맞게끔 답변이 준비되어 그저 원고만을 줄줄 읽는 맥 빠진 회견이 되고 말았다. 박 대통령이 취임 2년 동안 진짜다운 기자회견을 단 한 번도 하지 않았다는 게 그저 놀라울 뿐이다. 지난 한 해 내내 온 국민들을 몹시도 슬프게 만든 세월호 사건이나 국기를 크게 흔들었던 정윤회 씨 문건 파동 때도 박 대통령은 국민들과 진솔하게 대화하기를 거부하였다.

 

외국은 물론이고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들의 사례를 돌아보더라도 박 대통령의 국민들과의 불통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미국 대통령 중 기자회견을 가장 많이 한 사람은 루즈벨트 대통령으로서 재임 12년 동안 무려 881번의 기자회견을 했는데, 이는 일 년에 72.7회, 한 달에 6.1회 꼴이다. 케네디는 일 년에 평균 22.9회, 아들 부시는 26.3회, 클린턴은 24.1회, 그리고 오바마 현 대통령은 20.7회를 하였다, 기자회견을 가장 적게 한 대통령은 레이건으로 일 년에 약 6번 정도의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제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들을 보자.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 1년 만에 첫 번째 기자회견을 가졌지만 노무현 대통령은 취임 18일 만에, 그리고 이명박 대통령은 취임 한 달 반 만에 첫 기자회견을 가졌다. 그리고 취임 이후 첫해에만 노 대통령은 10번, 이 대통령은 3번의 기자회견을 한 것을 돌아보면 박 대통령의 소통 기피는 전무후무한 일이다.

 

사실 국내외를 막론하고 기자회견을 좋아하는 대통령은 없다. 모두 기자회견을 꺼려한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기자 회견장에서는 대통령이 의제나 메시지를 통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TV로 생중계되는 기자회견은 예기치 못한 돌발 상황이 자주 일어난다. 시간과 장소, 그리고 기조발언은 통제할 수 있지만, 문제는 예상치 못한 적대적 질문을 받을 위험이 있다는 점이다. 또한 미리 준비하지 못한 문제나 이슈가 튀어나오고 이에 대한 답변을 요구받아 까딱하면 온 국민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큰 망신을 당할 수도 있다.

 

그래서 역대 대통령들은 골치 아픈 기자회견보다는 자신이 의제나 메시지를 직접 통제할 수 있는 정치이벤트를 벌이거나, 입맛에 맞는 언론사만을 골라 선별적으로 인터뷰하고, 아니면 특정 언론사에 정보를 흘리는 방식을 즐겨 사용해왔다. 국민들은 대통령과의 진솔한 소통을 간절히 원한다. 대통령과 국민을 이어주는 유일한 소통수단은 기자회견이다.

 

그럼에도 곤혹스럽거나 비판적인 질문을 두려워해서 대통령이 국민들의 소통 열망을 짓밟아서는 안 된다. 새해에는 박 대통령이 장관이나 비서관과 대면보고와 대화를 더 많이 갖고, 기자회견은 물론이고 김대중, 노무현 정부 때 있었던 국민들과의 대화도 자주 가졌으면 싶다. 박 대통령이 입버릇처럼 말하는 통일 대박 보다 소통 대박 노력이 더 시급하고 중요한 과제이며, 대통령의 가장 기본적인 의무라고 본다.

 

△권혁남 교수는 한국언론학회장, 전북대 사회과학대학장을 역임하고 현재 전북선거방송토론위원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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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desk@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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