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할에 너무 몰입했나봐요. 언니가 너무 좋아서 더 힘들었던 것 같아요"
거침없이, 그리고 끊임없이 노력하는 이시영에 뒤쳐지지 않는 연기력을 펼친 소녀가 있다. 올해 갓 17살이 된 아역배우. 영화 '더 웹툰: 예고살인'(감독 김용균)에서 영혼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서현을 연기한 문가영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괜찮은 신예 배우가 나타났구나' 싶었지만 사실 영화를 접했을 때는 노련한 연기력에 아역배우일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하지만 1996년생 문가영은 명품 아역배우로 유명한 박지빈을 "오빠"라 부를 정도로 어린 소녀다. 보석의 발견. 문가영을 6월 25일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현재 장동건 한지민 김하늘 김수로 공형진 등 기라성 같은 선배들과 SM C&C에서 한솥밥을 먹고 있는 문가영은 활발히 활동 중인 아역들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를 풍겼다. 새침한줄 알았더니 털털하고 마냥 해맑은 줄 알았더니 연기 욕심이 상당하다.
많은 아역배우들과 인터뷰를 해봤지만 '연기'에 대해서만 신나게 수다를 떤 기억은 손에 꼽는다. 혹자는 아역은 아역일 뿐 어린 친구들에게는 배울 것이 없다 말하기도 하지만 캐릭터에 대한 이해도가 이 정도로 완벽하다면 분명 눈여겨 볼 만 하다.
가장 궁금했던 것은 단연 이시영과의 호흡. 영화에서 서현은 오로지 강지윤(이시영) 옆에만 찰싹 붙어 있는다. 강지윤의 과거를 차지하는 인물. 문가영은 "친언니가 있어서 언니를 따르는 감정 만큼은 쉽게 표현할 수 있었던 것 같다"며 "언니 역시 날 친동생처럼 대해줬다. 정말 감사했고 많이 배울 수 있는 현장이었다"고 말했다.
서현은 한없이 착한 캐릭터다. 나빠지려하는 강지윤을 잡고 또 잡는다. 하지만 결과는 배신. 문가영이 가장 힘들었던 감정 신으로 꼽은 것 역시 서현에 대한 강지윤의 배신이다. 연기를 하는 마지막까지 이해가 잘 가지 않아 김용균 감독과 시시 때때로 이야기를 나눴단다.
감독은 문가영에게 수 많은 감정선을 오가야 하는 서현을 이야기하며 "서현은 대인배다. 많지는 않겠지만 분명 공감해 주는 관객들이 있을거다"라고 설명했다. 17세 문가영이 받아들이기에는 다소 어려운 것이 사실. 결국 문가영은 연기력 하나로 승부수를 띄웠고 이는 명확하게 적중했다.
"우리 영화에서는 딱 저만 착해요. 서현이 천사같은 아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날 이용한 언니를 용서하는건 솔직히 받아들일 수 없었어요. 친자매 이상으로 친하게 지냈으니까 더 크게 실망하지 않았을까 싶었던거죠. 배신감에 치가 떨려서 실제로도 펑펑 울었다니깐요.(웃음) 집에 가서도 그 감정이 계속 남아 잠도 제대로 못잤어요."
이시영을 너무 좋아했던 만큼 순간적으로 밉기도 했다는 고백이 딸려왔다. 캐릭터에 흠뻑 빠지는 스타일이다. 서현이 즐거우면 자신도 즐거웠고 서현이 힘들어하면 기운이 쭉 빠졌다. 이시영도 이렇게 생각한걸 알고 있냐 물었더니 문가영은 슬쩍 웃으며 "언니한테는 얘기 안했다. 괜히 신경쓰이게 하고 싶지 않았다"고 속깊은 마음을 전했다.
'더 웹툰: 예고살인'은 인기 웹툰 작가의 미공개 웹툰과 똑같은 연쇄 살인 사건이 실제로 벌어지면서 밝혀지는 충격적 비밀을 담은 공포 스릴러다. 대한민국 최초 웹툰을 소재로 활용한 작품으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6월 27일 개봉한다.
조연경 j_rose1123@ / 이재하 ru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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