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신군부, 정권장악 위해 언론통폐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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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화해위 발표…민주 “언론장악 MB정권 반면교사로”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위원장 이영조, 이하 진실화해위)가 1980년 당시 전두환 신군부가 정권 장악을 위해 언론사 강제 통폐합과 언론인 강제 해직을 자행했음을 7일 공식 확인했다.

언론사 통폐합 및 언론인 강제해직 사건은 지난 1980년 11월 신문 28개, 방송 29개, 통신 7개 등 64개 언론사가 신문 14개, 방송 3개, 통신 1개 등 18개 언론사로 강제 통폐합된 사건이다. 이 과정에서 172종의 정기간행물이 폐간됐고 1000명 이상의 언론인이 해직됐다.

진실화해위는 이날 오후 서울 필동 진실화해위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980년 언론사 통폐합 및 언론인 강제해직 사건’에 대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진실화해위는 지난 2007년 11월 20일 이 사건에 대한 직권조사를 결정한 후, 관련 기록 총 4만 6000여쪽을 입수해 검토·분석했으며, 통폐합 대상 언론사 및 실무자·해직기자·보안사 수집관 및 수사관 등 참고인 152명에 대한 서면조사와 면담조사를 실시했다.  

▲ 보안사 추정, 언론인의 재정비 개편방안 (1980년 6월경). 언론사 경영 수뇌부를 교체해 언론계 개편에 대비하고 보안사에서 문제 언론인 등을 해직해 언론 통폐합을 이뤄낸다는 내용 등이 담겨있다. ⓒ진실화해위

■언론통폐합에 국세청·감사원 동원 계획= 이날 발표에 따르면 1980년 1월경 전두환 보안사 사령관을 중심으로 한 신군부는 군부가 집권하는 방안을 검토한 데 이어 같은 해 3월경 집권에 장애가 될 수 있는 언론을 조정·통제하는 내용의 계획을 세웠다.

진실화해위는 “이에 따라 언론인 해직, 정기간행물 폐간, 언론사 통폐합이 단행됐는데, 신군부의 이 같은 조치는 적법한 권한이 있는 기관이 법적 근거를 갖고 법 절차와 요건에 따라 처리한 게 아니었다”고 밝혔다.

진실화해위에 따르면 통폐합 대상 언론사 선정은 1980년 4월경부터 언론사주 및 소속 종사원에 대한 동향 파악을 시작으로 △친정부 성향 여부 △특정 정치인과의 친소 관계 여부 △언론사별 비리에 대한 조사 △신군부의 정치적 고려 등에 따라 이뤄졌다.

당시 보안사 문서자료와 언론사 및 보안사 관련자들의 진술에 의하면, 전두환 신군부는 언론 관계자들이 보안사 요구에 불응할 경우 국세청과 감사원을 통한 세무사찰 및 경영감사 등을 계획하고 있었다.

또 보안사는 언론사 사주들을 소환, 포기각서를 강요했다. 이 과정에서 보안사 소속 군인들은 권총 등을 휴대, 언론사 사주들에 위압을 가하면서 각서 제출 거부 시 불이익을 주겠다는 협박 등을 자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후 신군부는 방송 공익성 확보 명분 아래 언론사 수뇌부를 교체, DBS·TBC·대구한국FM·전일방송·서해방송을 KBS로 통합했고 CBS의 보도·광고 기능을 정지시켰다.

신문사의 경우 7개 종합일간지 중 <신아일보>가 <경향신문>에 통폐합됐으며, 석간이었던 <서울신문>이 조간으로 바뀌었다. 경제지는 4개사(<서울경제>, <내외경제>, <매일경제>, <현대경제>) 중 <서울경제>와 <내외경제>가 각각 <한국일보>와 <코리아헤럴드>로 통폐합됐다.

또 신군부는 당시 법률 상 등록 취소사유에 해당하지 않음에도 불구, 공권력의 부당 행사를 통해 정기간행물 172종의 등록을 취소시켰다. 진실화해위는 “신군부는 당시 정기간행물들이 외설·부조리하고 사회불안을 조성한다는 이유로 정화한다고 했지만 이를 뒷받침할 근거자료는 없었다”고 밝혔다.

■신군부 비판 언론인 30% 규정 후 해직 강요= 또한 전두한 신군부는 체제에 순응하는 언론구조를 만들기 위해 정보기관의 자료와 보안사 요원들의 동향자료를 바탕으로 언론계의 저항세력을 30%로 규정한 뒤, 이들을 해직하도록 언론사에 강요한 것으로 밝혀졌다.

진실화해위는 “언론인 해직은 표면적으로는 한국신문협회와 한국방송협회의 자율 결의라는 형식을 갖췄지만, 실제로는 보안사가 신군부에 비판적인 언론계 인사들을 선정해 명단을 작성, 이를 언론사에 전달해 해직토록 한 것”이라며 “당시 언론사는 보안사로부터 지시받은 일정비율에 따라 자체적으로 해직 대상자를 선정한 후 부조리·무능 등을 이유로 들어 언론인 해직에 나섰다”고 밝혔다.  

▲ 전두환 대통령이 결재한 보안사에 언론통폐합을 일임한다는 내용의 언론창달계획 최종결재안(1980년 11월). ⓒ진실화해위
또 “신군부는 해직 언론인 일부를 삼청교육대에 입소시키고 해직 이후에도 취업을 제한해 생존권을 위협하는 등 공권력을 위법·부당하게 행사했다. 해직 언론인들은 취업이 불허된 상태에서 부조리·무능력한 사람으로 낙인찍혀 가정파탄, 생계곤란, 불명예 등의 고통을 당했다”고 밝혔다.

진실화해위는 “국가는 1980년 언론통폐합 조치 및 언론인 강제해직, 정기간행물 및 출판사 등록취소 조치 등에 대해 공권력을 이용해 강압적으로 언론의 자유를 침해한 책임을 인정하고 관련 피해자에게 사과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또 “국가는 이 사건의 신청인들을 비롯한 피해자들의 명예를 회복시키고 피해를 구제하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노영민 민주당 대변인은 진실화해위의 이날 발표와 관련해 “30년이 지나 진실규명이 이뤄진 것은 만시지탄이지만 역사는 결국 진실을 밝히는 법이라는 너무나 당연한 사실을 확인했다”며 “이명박 정권의 신종 언론통제가 심각한 사회적 우려를 낳고 있는데 상황에서 (정부가) 이번 결정을 언론의 자유를 짓밟아선 안 된다는 반성의 계기로 삼길 바란다. 이명박 정권의 언론장악 역시 후세에 분명히 평가받을 것”이라고 논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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