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청년, 그게 좋잖아요? <허브>의 정경호
정경호는 <허브>의 ‘종범’이 지금까지 한 인물 중 자신과 가장 비슷하다고 망설임없이 꼽는다. “아, 그 장면 정말 최고이지 않나요? 그렇게 희망을 표현하는 게요.” 미소를 머금은 그의 얼굴이 <허브>에서 가장 좋아하는 엔딩장면 얘기가 나오자 활짝 웃음꽃을 피웠다. 외모만 보고 상은에게 접근한 종범은 상은의 장애인 등록증을 보고 저도 모르게 도망쳐버리지만, 곧 자신 안의 순수한 마음에 눈뜨게 된다. “사랑이 뭔지도 모르고 덤벼들었다가 가장 중요한 걸 퍼뜩 깨닫게 되잖아요. 제가 찾는 사랑도 그런 거고.” <허브>는 함께한 배우들과 신나게 어울려 논 놀이터이기도 했다. 어찌나 사이가 좋았던지 제작부가 ‘놀다가 작품에 소홀할까봐’ 경계의 눈빛을 번뜩일 정도였다. 연기에 대해 의논하며 부쩍 가까워진 허인무 감독과는 요즘도 함께 술잔을 걸친다.
널리 알려져 있듯이 그의 아버지는 <목욕탕집 남자들> <불꽃> <부모님 전상서>를 연출한 KBS 정을영 PD다. 어릴 때부터 드라마 대본을 읽고 따라하는 게 습관이었고, 공연에 매력을 느끼면서부터 뮤지컬 배우란 꿈에 빠져들었다. 배우가 힘든 일이란 걸 누구보다도 잘 아는 아버지가 심하게 반대했고, 결국 “혼자 일어서는 모습을 보여드리겠다, 그때까지 아버지 안 보겠다”는 각오로 중앙대 연극영화과에 진학한 그는 <미안하다, 사랑한다>에 출연하기까지 3년간 아버지를 만나지 않았다. KBS 공채 탤런트가 된 계기는 학교 선배인 배우 하정우였다. “너네 동기 중에도 연예인이 좀 나와야 할 텐데, 잘생긴 네가 가능성이 있겠다”며 ‘감금 트레이닝’이 시작됐다. 자고 일어나면 체력 단련이었고, 소극장에 갇혀 선배들을 상대로 연기 연습을 했다. 두달간의 훈련이 성과가 있었던지 공채에 1등으로 합격했다. 기쁨도 잠시, 곧 그 큰 성취가 아무것도 보장해주지 않는다는 걸 깨달은 그는 합격 뒤 2년을 “재조정의 시간”으로 삼고 절치부심했다. 결국 <미안하다, 사랑한다>에서 최윤 역을 얻었지만, 그 역시 화려하지만은 않았다. 이형민 감독에게 상처되는 말도 들은 그는 “어금니 꽉 깨물고” 잠을 2, 3시간으로 줄여가며 고된 담금질을 자청했다.
정경호는 순수한 이미지가 이대로 고정될까봐 걱정하지 않는다. “순수함, 그거 좋은 거잖아요”라고 웃을 뿐이다. 남성성에 대한 강박이 없는 그는 터프하고 거친 역할을 굳이 탐내지 않는다. ‘앞으로 해보고 싶은 역할’을 정해두고 욕심을 내기보다 “내가 잘할 수 있는 걸 열심히 하고 싶”어 한다. “<허브>에서 저와 가장 가까운 모습을 연기했지만, 미처 드러나지 않은 저의 다른 모습들도 많잖아요. 그런 걸 꾸미지 않고 표현하는, 그런 연기를 하고 싶어요.” 정경호는 촬영 전날 연기에 대한 지시를 받으면 반드시 성실한 고민을 거쳐 자기 의견을 준비한다. ‘나는 아무것도 아니다. 너무 부족하다’며 겸손한 그는, 자기 아이디어에 확신이 들면 고집있게 밀어붙이기도 한다. 허인무 감독이 그와 충분히 대화할 시간을 갖기 위해 스탭들에게 거짓말하며 촬영을 미루기까지 한 건 그런 그에 대한 신뢰 때문이었다. “배종옥 선생님과 주고받는 장면이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제가 무슨 말을 뱉었는지도 모르고 한신을 마쳤어요. 나중에 확인해보니 제대로 하긴 했더라고요. 그게 너무 놀랍기도 했고, 느낌이 달랐어요.” 연기의 매력을 말하다가 그때의 감흥이 떠오른 듯 두눈이 행복한 반원을 그린다. 2007년, 잰 발걸음을 다시 뗀 정경호는 귀신에 홀린 청년(<별빛 속으로>)으로, 멋진 액션을 선보일 특수요원(<개와 늑대의 시간>)으로 관객을 찾아온다.
(글) 김민경
shosa@cine21.com
(사진) 오계옥
klara@cine21.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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