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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 3, 4’를 기억 못해서 한놈, 두시기, 석삼으로 외우는 바보를 연기하는 하석진(30)은 실제로는 수학을 매우 잘하는 한양대 기계공학과 학생이다. 2일 충북 옥천 ‘생초리’ 촬영현장에서 만난 하석진은 “이날도 민성이 사장님한테 보고하는데 숫자를 못 외워서 ‘투자유치 가능액은… 아, 매우 많습니다’라고 말하는 장면을 찍고 왔다”고 말했다.
숫자치라는 점 빼고는 조민성과 하석진은 비슷한 점이 많다.
“저도 민성이처럼 누구한테 친절을 바라지 않고 혼자서 처리하는 스타일이에요. 타인들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웃고 싶을 때 웃고, 남들이 웃는다고 따라 웃지도 않지요. 또 지금은 바보지만, 미국 월가에서 이름을 날린 펀드매니저라는 성민의 지위는 제가 연기자가 되기 전에 바라던 모습이었지요.”
남에게 신세지지 않으려는 성격도 닮았다고 한다. 2004년 엔터테인먼트회사에 있는 친구의 소개로 그 회사 이사와 식사자리에 동석하게 된 하석진은, 그 이사가 밥값을 계산하자 당시 밥값의 25%가 할인되는 이동통신사 카드를 꺼내 할인받게 한 뒤 “돈은 없지만, 이걸로 내 몫은 내가 냈다”며 자리를 나왔다고 했다. “그때 친구와 이사님이 저한테 배우를 권유했지만, 배우가 될 확신이 안 선 시절이어서 그렇게 밥을 얻어먹기는 싫었어요.”
하석진은 1년 뒤 우연히 대한항공 광고를 찍게 되면서 연기자의 길에 들어선다. 연예인 생활이 좋은 것만은 아니었다. 특히 연예 오락 프로그램에 나가서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며 ‘왕자인 척’하는 것은 너무 힘들어 연예인을 관둘까 고민했다. ‘예능 울렁증’을 겪기도 했지만 그는 지금 MBC 연애 프로그램 ‘여우의 집사’에서 까칠한 집사로 변신해 여심을 사로잡고 있다.
“실제로 설거지 해주고 음식 썰어서 갖다 줄 정도로 친절한 남자는 아니에요. 다만 집사로서 제 스타일에 맞게, 여배우의 부탁을 들어주고 있어요. 자세히 보시면, 제가 지나치게 밝거나 살갑게 굴지는 않아요. 자연스럽게 저를 표현하다보니 관심을 받게 된 것 같아요.”
‘생초리’에서 하석진이 펼치는 코믹 연기도 화제가 되고 있다. 유은주(이영은)에게 맞아 인중이 퉁퉁 부어오른 원숭이 같은 분장을 하고 코피를 흘리는 모습은 ‘하석진 굴욕’이란 이름으로 인터넷에 급속하게 확산됐다.
“분장해주는 대로 연기해서 그렇게 웃긴 줄 몰랐는데, 집에서 방송 보다가 ‘아 뭐야’하면서 깜짝 놀랐어요. 그 뒤로 친구들이 제가 잘못을 하면 ‘인중 한번 맞아야겠다’고 농담해요.”
이선희 기자 su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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