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評> SBS특별기획 `백야 3.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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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 김화영기자= <모래시계>의 김종학PD가 3년만에 내놓은 <백야 3.98>은 화려하다. 초대형 액션물이라는 이름이 무색치 않다.

정신대 문제, 5.18 광주 민주화운동같은 `우리들의 이야기'에서 TV드라마가 한번도 다뤄보지 않은 최첨단 핵무기 개발, 남북한 미국 러시아 정보기관간의 첩보전등으로 소재를 국제화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드라마의 배경이 외국이어서 총격전 등 한국에서는 평소 상상도 못할 장면이 가능했고, 제작진은 이것을 영화에 가까운 영상으로 찍어내는데 성공했다. 이국적이고 스펙터클한 이 장면들만으로도 시청자들이 몰릴게 분명하다.

북한 124군 부대가 임진강 얼음을 뚫고 침투하는 장면이나 연속 폭발이 이어지는 전투, 공군기 `와일드 캣'의 추락, 눈과 얼음이 튀는 러시아 설원에서의 총격전, 핵전폭기 `블랙잭'의 공중 충돌 장면 등은 지금까지 미국이나 홍콩영화의 것이었다.

자동차를 몰고 강물로 돌진해 자살을 시도한 북한의 화가 오성심(진희경 扮)을 이영준(이정재 扮)이 구해주는 대목도 물속에서 구출 현장을 한 순간도 놓치지 않고 지켜보듯 적나라하게 그려져 특수촬영 기술의 발전을 읽게 한다.

그러나 <백야..>를 이끌어가는 것은 역시 스토리의 힘이다. `역사를 바꾸는 것은 거대한 이념이나 이데올로기가 아닌 평범한 사람들이며 사랑이다'라는 메시지처럼 드라마는 인물들간의 사랑과 대립과 희생이 복잡하게 얽히며 진행돼 간다.

국가의 이익을 위해 대결하는 안기부 요원 민경빈(이병헌 扮)과 북한의 킬러 권택형(최민수 扮), 택형을 사랑하지만 자신의 아버지를 죽인 그를 죽음으로 몰아넣는 핵 물리학자의 딸 아나스타샤(심은하 扮), 북한 정부의 실력자 오극철의 딸 오성심과 북한 컴퓨터 프로그래머 이영준간의 사랑이 극적이다.

"마지막 남은 냉전지역이라는 한반도의 현실 속에서 젊은층들에게 우리가 어떤 나라에 살고 있는지 얘기해주고 싶었다"는 김종학씨의 제작 의도에서 읽을수 있듯 사건들은 남북한간 대결 구도를 깔고 긴박하게 전개된다.

많은 점에서 <모래시계>를 닮았다. 슬프고 애잔한 음악, 경빈-택형-아나스타샤의 사랑의 삼각구도도 그렇고 영준이 파티석상에서 성심을 처음 만날 때의 `훔쳐보기'도 우석과 혜린의 도서관에서의 첫 만남을 연상시킨다.

<모래시계>에서의 폭력에 대한 논란도 재연될 듯하다. "각목이 총으로 대체됐을 뿐"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갖가지 총을 동원한 살상 장면이 많은게 사실이다. 유혈낭자하지만 않을뿐 킬러의 총격으로 핵 물리학자가 암살되고, 총알이 이마에 박히는 장면도 등장해 청소년 보호 등의 측면에서 시끄러워질 소지가 다분하다.

시청자들에게는 북한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는 계기가 될 것 같다. 그러나 동족이자 적인 그들을 어느 방향으로 볼 것인가는 시청자의 몫이다. <백야..>에서는 남북이 총을 겨누고 있지만, 지금 남북간은 `햇볕정책'과 금강산 관광이 추진되는 화해 무드이기 때문이다. 또 주연급 중 경빈을 제외한 나머지는 북한 출신들인데 이들의 사랑이 자본주의 출신 젊은이처럼 화려하게 묘사돼 시청자들이 현실감있게 받아들일지 의문이다.

1년여의 제작기간중 3달 반은 러시아, 우즈베키스탄 등지에서 촬영했다. SBS는 편당 2억여원이 들었다고 밝힐뿐 제작비 총액에 대해서는 "보통 드라마의 10배" 정도로 함구중이다. 달러당 8백70원 시점에서 기획했으나 IMF한파로 달러당 1천7백원에서 촬영을 시작, 계획했던 전체의 80% 해외촬영분이 70%대로 낮아졌다는 후문이다.

한태훈씨의 96년 소설 <백야 3.98>을 한태훈과 강은경씨가 각색했다. 3.98은 비행기의 속도 `마하'. 택형이 핵전폭기 `블랙잭'을 탈취해 이륙하자 경빈이 러시아에서 개발중인 미완의 얼티밋기를 몰고 한계속도를 돌파, 마하 3.98이 되는 순간 둘이 공중에서 충돌해 사망한다. 갈등의 해소를 상징하는 숫자라는 설명이다.

20부작. 31일 첫 방송을 시작으로 SBS가 매주 월.화요일 밤 9시55분 방송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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