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중훈·차태현 주연 ‘투 가이즈’] “때리고 맞고…그냥 웃겨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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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한 편이 만들어지는 과정은 여러가지다. 제작자가 감독과 배우를 찾아다니거나 감독이 제작자를 찾는 경우,또는 시나리오가 돌아다니며 제작자와 감독을 찾는 경우. 9일 개봉하는 ‘투 가이즈’는 이런 보편적 탄생과는 거리가 있다.

2년 전 한 골프 모임에서 만나 돈독한 사이가 된 박중훈(38)과 차태현(28). 1년전 쯤 박중훈이 차태현에게 “사람 웃기는데 타고 났다는 우리 둘이 코미디 한번 하는거 어때?”라고 제안했고 차태현이 무조건 “그러죠”하면서 시작됐다. 둘이 몇 줄안되는 아이디어로 시놉시스를 만들고 감독과 제작자를 물색했다. 15년전부터 박중훈과 호형호제하며 지내던 박헌수감독이 이들의 설익은 아이디어를 시나리오로 만들었다. 그러니 이 영화에서 무슨 철학과 사상을 기대해선 안된다. ‘투 가이즈’는 코미디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운 두 배우에게 전적으로 의존한,관객을 웃기는 것을 지상과제로 삼은 코미디영화다.

두 사람의 인연은 1997년 영화 ‘할렐루야’로 올라간다. 당시 박중훈은 가짜 목사 행세를 하는 사기꾼 역의 주연이었고,차태현은 매맞는 고교생역으로 영화계에 데뷔했다. “젊은 관객들이 볼때 박중훈은 과거에는 친근했지만 어느새 무거운 배우가 됐죠. 젊은 차태현과 함께 작업하면서 이미지의 변화를 주고 싶었어요.”(박) ‘투캅스’의 안성기 이후 마땅한 파트너를 만나지 못했던 그에게 차태현은 원군같은 존재다. 열살 후배인 차태현을 만나 다시 한번 ‘남자 콤비코미디’ 연기의 꽃을 피울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할렐루야’때 전 미미한 조연이었죠. 사람들을 웃기기 위해 노력하는 중훈이 형을 보면서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언젠가 함께 주연을 맡을 날이 있을까 하고 생각해 본 적이 있는데,이제 정말 투 가이즈가 됐네요.”(차)

서로에 대해 두 사람 다 대만족이다. “그동안 코미디영화에선 보통 제가 리드를 해왔는데 이 영화처럼 상대배우에게 위안을 얻기는 처음입니다. 호흡도 신기할 정도로 잘 맞았고요. 하나와 하나가 모여 시너지 효과를 낸다는 것이 바로 이런거구나 싶어요.”(박)

‘투 가이즈’에서 박중훈은 빌린 돈 안갚는 사람 손봐주는게 직업인 떼인 돈 전문 해결사 중태 역을,차태현은 빚진 돈을 갚지 않고 요리조리 빠져나가는 ‘뺀질이’ 불량 채무자 훈 역을 맡았다. 앙숙이었던 두 사람은 우연히 첨단 반도체 기밀이 담긴 가방을 주우면서 거액이 걸린 머니 게임의 동업자가 된다.

영화는 한치의 양보없이 티격태격하는 두 주인공이 도망다니면서 얻어터지고 넘어지는 장면을 반복해서 보여주는 슬랩스틱 코미디다. 둘의 현란한 애드립과 기본기가 갖춰진 연기력은 영화의 재미에 한 몫했지만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 영화는 두 주인공의 순발력과 지명도에 너무 기댄 탓에 관객의 허를 찌르지 못하고 뻔한 구조에 뻔한 상황을 되풀이하고 만다. 그나마 박중훈 차태현 ‘투 가이즈’가 없었다면 이 정도의 영화도 완성될 수 없었겠지만.

한승주기자 sjh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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