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강탕, 내가 바로 광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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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릎을 탁 치게 할 만큼 기발한 카피도, 눈이 확 뜨이는 이미지도 없다. 모델조차 등장하지 않는다. 단지 ‘편강탕’이라는 궁서체의 까만 글자만이 하얀 바탕에 담담하게 쓰여 있을 뿐이다. 하지만 지난해 8월부터 집행된 이 광고는 빅 모델을 기용하거나 카피가 흥미로웠던 여타 광고들만큼 화제가 되며 큰 성공을 거뒀다. 수많은 사람들이 이 ‘광고 같지 않은 광고’에 반신반의하면서도 사진을 찍어 SNS로 공유하며 황당하거나 재미있다는 반응을 보였고, 1일 최대 온라인 검색 약 1만 2천 건, 매출 120% 신장이라는 결과를 만들어냈다. 단순해 보이지만 실은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던 영역에서 광고를 끄집어냈고, 그 의외성이 수용자들을 직접 움직이게 만든 것이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편강탕’ 광고가 TV나 라디오 등이 아닌 버스와 지하철 등에 주로 게재됐다는 점이다. 현재 시행 중인 의료법 제 56조 제 4항은 TV와 라디오 등 지상파 방송과 유료 방송에서의 의료광고를 모두 금지하고, 신문과 잡지에서 브랜드명을 언급하는 것 역시 불법이다. 때문에 선택할 수 있는 매체는 제한적이었지만 중요한 것은 전략이었다. 광고를 기획, 제작한 대행사 미쓰윤의 서예원 대표는 “브랜드를 내세운 티저 광고는 더욱 많은 사람이 볼 수 있고 더욱 눈에 잘 들어오도록, 그리고 기억을 더욱 잘 할 수 있도록 메시지를 최대한 간단명료하게 전달해 버스라는 매체의 특성을 최대한 살리려고 했다”고 밝혔다. 매체의 속성을 고려하지 않고 한 면을 꽉 채우기 십상인 다른 광고들과 달리, 버스가 움직여도 광고를 확실하게 알아볼 수 있도록 한 셈이다. 더불어 움직이기 때문에 찍기 힘든 버스에 일부러 QR코드를 붙여 사람들의 호기심을 가중시켰다. 발상의 작은 전환이지만, 매출과 인지도 상승이라는 광고 본연의 효용을 충실히 수행했다는 점에서 영리한 선택이었다.

광고, 단순하고 재미있게
편강탕, 내가 바로 광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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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사람들을 움직이게 한 가장 큰 요인은 역시 재미다. 티저가 당황스러움에서 오는 재미로 회자됐다면, 그 다음 광고부터는 재미를 노린 요소가 의도적으로 삽입됐다. 현상수배 전단에 의료진의 사진을 넣고 ‘종결자’라는 카피로 장식한 광고는 만화 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또한 지난 19일부터 시범적으로 시작한 새 캠페인은 시리즈를 그린 윤혜진 작가의 그림을 이용해 12가지 버전으로 제작됐다. 후자의 경우 “한 여직원의 책상 위에 일본 모 화장품 브랜드의 손거울이 놓여 있었는데, 그 케이스에 순정만화 그림체로 그려진 캐릭터를 보고 즉흥적인 감으로 시작”된 것이기도 하다. 두 광고 모두 많은 이들의 웃음을 자아내며 고루하게 느껴지기 쉬운 한의원의 이미지를 깨는 데 일조했다. 이로 인해 젊은 층의 관심을 꾸준히 유도할 수 있었고, 이들이 주로 이용하는 SNS 상에서의 입소문 또한 계속해서 빠르게 번져나가고 있는 중이다.

웹과 스마트폰 등 매체의 증가는 곧 광고의 기하급수적인 증가로 이어졌다. 그만큼 소비자들에게 던져지는 메시지가 점점 많아지면서 광고는 종종 ‘공해’로 인식되기도 한다. 반면 전혀 모르는 사람들끼리도 사소한 화제를 공유하고 소통하는 세상에서, 재미있는 이야깃거리를 제공할 수 있는 광고는 무한한 기회를 획득하게 된다. 단순하되 의외인 것, 기본을 지키되 흥미로운 것일수록 그 반향은 크다. 켈로그의 호랑이 캐릭터 토니와 말보로의 말보로맨을 탄생시킨 미국 마케팅 전문가 레오 버넷도 광고에 대해 “간단하게 만들어라. 기억하게 만들어라. 시선을 끌게 만들어라. 재미있게 만들어라”라고 하지 않았던가. 광고 이미지 한 장이 트위터에서 수만 번 리트윗될지, 길에서 한 번 스쳐보고 끝나는 것으로 남을지는 여기에 달렸다.

사진제공. 미쓰윤

글. 황효진 기자 sevent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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