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기 예능 프로그램을 보면 출연자들의 입담과 우스꽝스러운 행동, 독특한 형식이 웃음을 주기도 하지만 재치있는 자막과 편집화면도 그에 못지 않은 재미를 준다.
기획과 섭외 등 프리프로덕션(pre-production)이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던 시기를 지나 녹화 후 마무리 작업인 포스트프로덕션(post-production)이 프로그램의 성패를 좌우하게 된 것이다.
이 같은 예능프로그램의 새로운 트렌드가 생겨난 데에는 MBC '무한도전'의 성공이 큰 영향을 미쳤다. '무한도전'이 20%대의 안정적인 시청률을 기록하며 폭 넓은 시청층으로부터 인기를 끌게된 이유는 포복절도할 만한 재치 넘치는 자막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시청자들은 말한다.
기존의 자막은 예능프로그램 특성상 출연자들의 대화가 빠르게 진행돼 웃음을 놓치지 말라는 배려로 단순히 대화를 받아쓰기해 문자로 표기하는데 그쳤다. 하지만 '무한도전'은 여기서 한 발 나아가 출연자와 시청자 사이에 마치 제 3자가 이를 바라보며 평가하는 듯한 시각의 자막을 더해 큰 웃음을 만들어 냈다.
'얼굴로 먹고 산다'는 박명수의 우스갯 말에 대해 '장동건은 우리나라 사람 다 먹여 살리겠네'라는 제3자의 의견을 자막으로 넣는가 하면, 말이 빠른 노홍철의 코멘트를 일일이 자막으로 처리하기 힘든 점에 착안해 반복되는 말을 'X3'과 같이 산수 기호로 처리하는 것도 '무한도전 표' 유행 자막이다. 최근에는 자칭 소녀들의 우상이자 아이돌 스타인 노홍철을 '돌+아이'라고 표기해 웃음을 더했다.
'무한도전'의 3인칭 자막 기법이 여러 오락프로그램으로 번지고 있는 가운데, MBC '황금어장'은 또 하나의 새로운 기법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
대표 코너 '무릎 팍 도사'에서는 진행자인 강호동 특유의 산만한 진행으로 대화가 핵심에서 벗어날 때면 눈보라가 휘날리는 산을 영상으로 보여주며 '대화가 산으로 간다'는 자막을 넣는다. 굴욕적인 상황에서는 좌초되는 타이타닉호를 보여주는가 하면, 스스로 무덤을 파는 듯한 발언이 나올 때면 폭탄이 터지는 전쟁장면과 함께 '완전 자폭'이라는 자막을 삽입한다.
또 반전과 함께 갑작스러운 웃음이 터지는 상황에서는 일시정지 화면과 함께 '액션'이라는 효과음을 삽입해 긴장감으로 인한 웃음을 배가시킨다.
KBS2 '상상플러스'도 프로그램 특성상의 교육적인 자막과 함께 무대밖에서 이들을 바라보는 듯한 자막을 활용해 정보와 재미의 균형을 맞추고 있다.
MBC '놀러와'에서는 일러스트레이션을 사용해 자칫 밋밋해 질 수 있는 토크쇼의 단점을 보완했다. 전문 화가가 직접 일러스트레이션을 맡아 듣는 재미에 보는 즐거움을 더했다.
한 방송사 예능국 PD는 "드라마의 경우 편집도 미리 짜여진 콘티에 따라서 하지만 예능 프로그램은 그렇지 않다. 최근 들어 편집의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편집에 할애하는 시간도 늘어가고 있다"며 "방송시간의 3배 분량을 녹화한 후 편집은 일주일 이상하는 것이 일반적인 경우다"고 말했다.
포스트프로덕션의 비중이 커진 것에 대해 "주 시청층은 급변하는 IT와 미디어 환경에 적응해 가는 영상세대들이다. 단조로운 화면보다는 기발한 언어가 더해진 빠르고 다양한 화면으로 눈길을 끌 수 밖에 없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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