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Wayback Machine - https://web.archive.org/web/20180209182450/http://www.hankookilbo.com/v/8a4b97405dd844fab7b8e0b40fc0c22cz

한국일보>

김지섭 기자

등록 : 2018.01.17 21:17
수정 : 2018.01.17 21:18

[어바웃, 이 종목] 퍽 쟁탈전, 퍽! 주먹도 꽂힌다

남자 아이스하키

등록 : 2018.01.17 21:17
수정 : 2018.01.17 21:18

아이스하키는 격렬함 그 자체가 매력이다. 퍽을 쫓다가 서로 부딪치는 건 다반사다. AP 연합뉴스

아이스하키는 동계올림픽에서 가장 높은 인기를 자랑하는 종목이다. 금메달 수는 2개(남자ㆍ여자)에 불과하지만 올림픽 대회 수입 중 절반 가량을 책임진다.

2010 밴쿠버 대회 때 전체 입장 수입의 46%가 아이스하키에서 나왔고, 2014 소치 대회 때는 50%를 차지했다.

소치 대회 남자 아이스하키 결승전 티켓 최고가는 1,320달러(약 140만원)에 달했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서도 남자 아이스하키 결승전 티켓 가격은 최고 90만원으로 피겨스케이팅 결승(80만원)을 포함한 전 종목 중 가장 비싸다. 국내에서는 실업 팀이 3개(안양 한라ㆍ하이원ㆍ대명)에 불과하지만 북미와 북유럽에선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는 종목이다.

팀마다 전문 싸움꾼 한 두 명씩

아이스하키는 격렬함 그 자체가 매력이다. 퍽을 쫓다가 서로 부딪치는 건 다반사다. 상대 몸을 강하게 밀치는 보디체크도 허용된다. 과격한 신체 접촉이 잦다 보니 착용하는 순수 장비 무게만 20㎏에 달한다. 머리에 쓰는 헬멧부터 숄더 패드(상체), 엘보우 패드(팔), 글러브(손), 신가드(무릎 및 정강이), 하키 팬츠(낭심 및 엉덩이) 등 보호 장비로 온 몸을 무장한다. 장비를 모두 착용하면 갑옷 입은 전사처럼 느껴진다.

아이스하키는 기술과 팀 전술 외에 기본적으로 투쟁심을 갖춰야 한다. 자신보다 체격이 큰 상대에게 위축되거나 물리적인 충돌을 두려워하면 선수 자격이 없다. 시속 170㎞대로 날아오는 퍽도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다. 그래서 아이스하키 선수들은 앞니가 손상되는 경우가 많다. 상대 스틱에 맞거나 헬멧에 가해진 충격으로 이가 부러지기 일쑤다. 국가대표 수문장 맷 달튼(안양 한라)도 지난해 12월 러시아 채널원컵 대회에서 핀란드전 도중 상대 슈팅을 막다 이가 부러졌다. 치과 단골 손님이 될 수밖에 없는 운명이다. 안양 한라 구단 관계자는 “선수들을 위해 소속 구단들은 치과와 협약을 통해 치아 치료를 돕는다”고 설명했다.

또 아이스하키에서 사내들의 1대1 주먹다짐은 경기의 일부다. 한바탕 싸우기 위해 글러브를 벗어 던지면 심판들은 둘만이 싸울 시간을 준다. 팀엔 주먹다짐과 몸싸움 등 궂은 일을 전문적으로 하는 인포서(Enforcerㆍ집행자)를 한 두 명씩 둔다. 인포서는 주먹으로 팀의 사기를 끌어올리고, 팬들도 열광시킨다. 실력은 떨어져도 팀을 위해 살신성인하는 모습에 에이스 못지 않은 명성과 인기를 누린다.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와 유럽 프로리그에서 볼 수 있는 장면이다. 싸움은 한 선수가 넘어지거나, 피가 나면 끝난다.

프로리그와 달리 올림픽에서는 주먹질에 엄격하다. 경기 중 순간적으로 감정이 격해질 경우 주먹이 오갈 수 있지만 심판들이 곧바로 제지한다. 징계 수준도 해당 경기 퇴장을 넘어 추가로 1~2경기 출전 금지를 받을 수 있다.

프로리그와 달리 올림픽에서는 주먹질에 엄격하다. 경기 중 순간적으로 감정이 격해질 경우 주먹이 오갈 수 있지만 심판들이 곧바로 제지한다. AP연합뉴스

퍽 다룰 때 손발 모두 사용 가능

공을 다룰 수 있는 신체 부위가 한정된 축구, 농구 등과 다르게 아이스하키는 손발을 모두 써도 된다. 퍽을 손으로 잡고, 스케이트로 차고, 몸을 던져 막을 수도 있다. 선수들이 공중에 뜬 퍽을 잠깐 잡았다가 놓는 경우를 볼 수 있는데, 다른 동료에게 패스하지 않는 이상 반칙이 아니다. 재빠르게 퍽을 잡아 자신 앞에 놓는 장면도 아이스하키의 묘미 중 하나다.

경기 시작부터 끝까지 유지되는 스피드도 인기를 끄는 요인이다. 그 비결은 선수를 제한 없이 바꿀 수 있어서다. 아이스하키는 골리(골키퍼)를 제외하고 공격수 3명과 수비수 2명으로 이뤄진 한 조를 라인이라고 한다. 보통 네 개의 라인을 꾸리는데, 한 라인이 빙판 위에서 경기하는 시간은 대략 50초 정도다. 짧은 시간이지만 무거운 장비를 차고 빙판 위를 쉴 새 없이 왔다갔다하는 점에서 체력 소모가 상당히 크다. 1라인이 50초 동안 모든 것을 쏟아낸 뒤 교체돼 2라인, 3라인, 4라인이 차례로 투입된다. 이런 과정을 반복하면서 체력을 보충한 선수들은 경기의 스피드를 떨어뜨리지 않는다.

한 골에 어시스트가 2개

아이스하키는 한 골 당 최대 2개의 어시스트를 인정한다. 축구, 농구 등 대부분 단체 구기 종목이 한 명에게 어시스트를 주는 것과 차이가 있다. 골을 넣은 A가 B와 C로 연결된 패스를 받으면 B, C 모두 어시스트가 올라간다. 상대 골리에 막혀 흘러나온 퍽을 잡아 A가 득점을 올렸을 때도 직전에 슈팅을 때린 B와 슈팅 직전 패스를 했던 C에게 어시스트를 준다. 야구로 치면 무사 1루에서 주자 A가 B의 희생 번트 때 2루에 안착한 뒤 C의 적시타 때 홈으로 들어올 경우 원래는 적시타를 친 C의 타점이 기록되지만 아이스하키의 어시스트 규정으로는 B와 C 모두 타점이 올라가게 된다.

아이스하키에서만 왜 유독 골과 어시스트의 가치를 같이 평가해주고 한 골 당 어시스트를 최대 2개씩이나 인정해주고 있을까. 그만큼 아이스하키에서 골을 넣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아이스하키 골대의 높이와 너비는 각각 1.2m와 1.8m다. 그 앞에는 골네트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큰 체격의 골리가 지키고 있다. 몸싸움이 심한 종목 특성상 골문 앞까지 전진하기도 쉽지 않다. 아무리 개인기가 뛰어나도 혼자 힘으로 골을 넣는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동료와의 협업, 유기적인 팀플레이가 없이는 골이 나올 수 없다. 때문에 아이스하키만큼 팀의 가치를 최우선으로 삼는 종목도 드물다. 그리고 이런 정신이 아이스하키의 독특한 어시스트 규정으로 발현된 것이다.

아이스하키 골대의 높이와 너비는 각각 1.2m와 1.8m다. 그 앞에는 골네트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큰 체격의 골리가 지키고 있다. TASS 연합뉴스

오프사이드 있고, ‘뻥 하키’ 없다

아이스하키 경기를 관전하는데 반드시 알아야 할 규칙은 오프사이드와 아이싱이다. 아이스하키는 축구와 마찬가지로 오프사이드 규칙이 있다. 축구는 상대 최종 수비수의 위치에 따라 오프사이드가 선언되지만 아이스하키는 빙판에 그어진 블루라인이 판정 기준이 된다. 공격을 전개하는 팀이 레드라인(중앙선)을 넘어 공격 지역(어택킹 존)에 진입할 때, 퍽을 소유하지 않은 선수가 퍽보다 먼저 블루라인을 통과할 경우 오프사이드가 선언된다. 오프사이드의 기준은 스케이트다. 양 발의 스케이트 날 중 하나라도 블루라인에 걸쳐 있다면 오프사이드가 선언되지 않는다. 오프사이드가 선언될 경우 경기는 즉각 중단되고, 페이스오프를 통해 재개된다.

아이싱은 수비 진영에서 무작정 상대 공격 진영으로 멀리 퍽을 쳐내는 행위를 방지하기 위한 규칙이다. 축구에서 상대 골 문으로 무작정 공을 롱패스로 차 넣는 것을 ‘뻥축구’라고 하는데, 아이싱은 ‘뻥하키’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이해하면 쉽다. 자기 진영에서 밖으로 멀리 쳐낸 퍽이 공격과 수비 어느 쪽에도 맞지 않고 상대 골 라인을 넘어가고, 이 퍽을 상대 팀이 먼저 따낼 수 있다고 판단될 경우 심판은 아이싱을 선언한다. 아이싱 반칙이 인정되면 수비 진영의 페이스오프 서클에서 경기를 재개한다. 아이싱은 페널티로 인해 수적 열세에 놓인 팀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김지섭기자 onion@hankookilbo.com

대한민국 0 0 0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국일보 페이스북

한국일보 트위터

한국일보닷컴 전체기사 RSS

RSS

한국일보닷컴 모바일 앱 다운받기

앱스토어구글스토어

한국일보닷컴 서비스 전체보기

Go

뉴스 NOW

이전

  • 종합
  • 정치
  • 사회
  • 경제
  • 국제
  • 문화
  • 연예
  • 라이프
  • 스포츠

다음

오늘의 사진

많이 본 뉴스

  • 1
  •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