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제사유 질병 공개 못해" 막무가내
공직자 아들 면제율, 일반인의 17배
공직자 아들 면제율, 일반인의 17배
매일경제가 취재한 결과 지난해 6월 말 현재 재직 중인 4급 이상 고위 공직자 아들 1만7689명 가운데 병역면제를 받은 사람은 785명이었고, 이들 중에는 국적 포기자도 31명 포함돼 있다. 이 가운데 대부분은 부친의 유학 중에 외국에서 태어나 외국 국적과 한국 국적을 동시에 취득한 경우다. 나중에 한국 국적을 포기하면서 병역의무를 면했다.
대기업 고위 간부 2세들도 비슷한 사례가 많다. 한 공기업 부사장의 경우 장남은 미국, 차남은 캐나다로 귀화하면서 군복무를 피해갔다.
최근 들어 국적 포기를 통해 병역을 피하는 사례는 더욱 늘고 있다. 2012년 병역의무 대상자 중 한국 국적을 포기한 사람은 2842명이었지만 지난해는 상반기에만 4220명으로 두 배 가까이 급증했다. 최근 5년간 대한민국 국적을 포기한 병역의무 대상자만 1만7299명이었고, 이 중 약 90%는 유학 등을 이유로 외국 국적을 취득했다.
한 유학전문학원 관계자는 "상담 고객 가운데 상당수가 병역면제를 받을 수 있는 체류 조건을 물어보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귀띔했다. '흙 심은 데 흙 나고 금 심은 데 금 난다'는 대물림 현상이 교육·취업은 물론 신성한 병역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는 비판 목소리가 높은 이유다. 질병 역시 부당한 병역면제 사유로 활용되고 있다는 의혹이 강하게 제기된다.
고위 공직자 아들의 병역면제 사유 1위 질병인 '불안정성 대관절'이 그 같은 예다. 이 병은 십자인대 파열 등을 말하는데 완치율이 80~90%에 달한다. 병역면제를 받을 만큼 중대한 질병인지 끊임없이 논란이 되는 이유다. 병무청에서도 병역면탈 우려가 높다는 이유로 '중점관리 대상 질환'으로 관리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고위 공직자 아들 중 무려 50명이 이 병으로 병역면제를 받은 탓에 "십자인대 파열이 고위 공직자 아들 전염병이냐"라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올 정도다.
이에 대해 병무청 관계자는 "김중로 의원실에서 병역 면제율을 비교하면서 일반인은 면제율이 많이 낮아진 최근 시점 데이터를 사용하고 공직자의 경우 면제율이 높았을 때의 과거 누적 평균치를 사용해 실제 일반인 대비 공직자의 면제율 비율이 사실보다 다소 부풀려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한편 초유의 대통령 탄핵 정국으로 '벚꽃 대선'까지 예상되는 가운데 매일경제가 분석한 주요 대선 주자와 그 아들의 병역 이행은 비교적 양호한 상태를 보였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안희정 충남지사, 남경필 경기지사 등 주요 대선 주자 9명 가운데 아들이 병역면제 판정을 받은 사례는 단 1건도 나오지 않았다.
[기획취재팀 = 이지용 기자(팀장) / 서태욱 기자 / 연규욱 기자 / 유준호 기자 / 황순민 기자 / 양연호 기자 / 임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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