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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은 인간 안에, 인간은 괴물 속에…'스위트홈'

송고시간2020-12-20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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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처극과 드라마의 적절한 결합…이응복 PD 섬세한 연출 돋보여

스위트홈
스위트홈

[넷플릭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이정현 기자 박소연 인턴기자 = 괴물과의 사투보다 인간들끼리의 폭력이 더 무섭다는 걸 느끼는 순간 고민하게 된다. 무엇이 '인간다움'인가.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스위트홈'은 연출자인 이응복 PD가 의도했던 대로 괴물을 소재로 하지만 인간에 대해 생각해보게 하는 작품이다.

학교폭력을 당하며 괴물이 된 현수(송강 분)는 눈의 검은자위가 확장하고 죽어도 죽지 않는 모습을 제외하면 조금 어둡고 소심한, 평범한 학생으로 보인다.

지수의 기타 연주를 진심으로 감상하거나, 그린홈에 괴물이 나타날 때마다 무찌르고 다시 독방에 스스로 들어가는 현수를 완전한 괴물이라고 부르기 어렵다. 후반부 또 다른 괴물 의명(김성철)의 자극에 은혁(이도현)에게 "난 당신들의 사냥개가 아니다"라고 경고하면서도, 결국 그린홈 사람들이 자신에게 고맙다고 했던 걸 떠올리며 다시 전선으로 나서는 모습도 그야말로 '인간적'이다.

반면, 중섭(허준석)을 수장으로 하는 범죄자 패거리들은 인간의 탈을 쓰고 있지만 괴물보다도 무섭다. 그들이 가뜩이나 좁은 그린홈에서 괴물과 전쟁을 벌여온 사람들에게 바닥에 작은 원을 그리고 가두는 장면이나, 환자인 지수(박규영)를 겁탈하려 하는 장면에서는 특히 그렇다. 나아가 특수감염자를 찾아 어떻게든 말살하려는 군 조직도 괴물의 집합체처럼 보인다.

이들을 제외한 그린홈 주민 대부분은 끊임없이 고뇌하고 그러면서도 가끔 결정적인 순간에는 엄청난 용기를 보여주기도 하는 '평범한 인간'이다. 현수와 선영(김현)에게 고마워하고 미안해하면서도 동시에 두려워하는 모습은 나약한 인간, 극의 하이라이트라고도 부를 수 있는 재헌(김남희)의 희생은 강인한 인간의 표상이다. 특히 사상자가 줄줄이 나오는 환경에서도 등장하는 재헌의 검(劍)은 인류의 희망을 상징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스위트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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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동명의 네이버 웹툰을 원작으로 하는 '스위트홈'은 꼭 거창한 메시지를 생각하지 않더라도 크리처극 그 자체로 충분히 즐길 만하다.

파이프 오르간 연주가 돋보이는 메인 곡은 '스위트홈'만의 세계로 시청자를 인도하고, 그린홈 세트장은 웹툰 특유의 크리피함(creepy, 오싹하고 기이한)을 극대화하며 몰입감을 더한다. 빼어난 영상 톤과 적절한 음향효과는 수준급 호러영화를 보는 듯하고, 괴물과 인간이 피를 쏟는 장면 등은 메타포 기능을 하며 잔상을 남긴다.

주로 김은숙 작가와 손잡고 '도깨비'와 '미스터 션샤인' 등에서 섬세하고도 수려한 연출을 보여준 이응복 PD는 크리처 장르라는 새로운 도전에서도 자신의 장기를 잘 구현했다. 피가 난무하는 작품이지만 강약 조절을 통해 장르극 마니아가 아닌 일반 시청자도 장르극과 드라마를 함께 즐길 수 있도록 배려했다.

원작 설정을 충실하게 살리면서도 연출로 서사를 더 탄탄하게 보완하거나 변주해 웹툰보다 더 매끄러운 전개가 될 수 있게 한 점도 돋보인다. 다만, 여성 캐릭터에 대한 폭력이 지나치게 높은 수위로 묘사된 점 등은 플랫폼과 장르를 고려하더라도 과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 회 상욱(이진욱)의 반전이 다음 시즌을 기대하게 하는 가운데 한국만의 특성을 살린 좀비 사극 '킹덤'에 이어 K크리처극 '스위트홈'이 해외에서는 어떤 반응을 불러일으킬지도 주목된다.

'스위트홈'은 총 10부작으로, 현재 넷플릭스에서 전 회차를 만나볼 수 있다.

lis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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