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문 입막음’ 첫 재판…'피고인' 트럼프 지친 기색, 눈감고 졸기도
15일(현지시간) 오전 9시 30분쯤 미국 뉴욕 맨해튼지방법원. 이날 전직 미국 대통령으로는 역사상 처음으로 형사 피고인 자격으로 법정에 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법원 건물에 도착한 뒤 취재진 카메라를 향해 이렇게 목소리를 높였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16년 대선을 앞두고 성인배우 스토미 대니얼스와의 성추문 폭로를 막기 위해 개인 변호사 마이클 코언을 통해 ‘허시 머니’(입막음 돈)를 지불한 뒤 이를 은폐하기 위해 해당 비용과 관련된 회사 기록 30여 건을 조작한 혐의로 지난해 3월 뉴욕 맨해튼지검에 의해 기소됐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 외에도 ▶2020 대선 방해 및 1ㆍ6 의회 난입 사건 관여 ▶2020 대선 조지아주 선거 개입 ▶백악관 기밀 유출 등 총 4건의 형사재판을 받고 있다. 이중 11월 대선 전 판결이 나올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사건이 이날 재판이 개시된 성추문 입막음 의혹이다. 유죄가 확정되면 최대 4년의 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 앞으로 6~8주 동안 매주 수요일을 뺀 주 4회 집중 재판이 열린다.
트럼프는 15층 법정에 들어설 때만 해도 ‘정적 박해’를 주장하며 기세등등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법정에서 재판을 받는 도중엔 짜증 섞인 얼굴에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고 한다. 이날 재판은 시작 직전에만 사진 촬영이 허용됐고, 사전에 허가를 받은 소수의 취재진만 법정 출입이 가능했다.
“재판 중 턱 가슴에 대고 잠시 조는 모습”
WP도 “트럼프는 오후에 잠시 눈을 감고 가끔 졸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며 “법정에서 검찰과 변호인단이 증거물 채택 문제를 놓고 논쟁을 벌이는 동안 종종 지루하거나 흥미가 없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고 당시 상황을 묘사했다. “트럼프가 가장 활기찬 순간은 판사가 자리를 비울 때였다”고 했다.
예비 배심원 “법 위에 있는 사람 없어”
플레이보이 모델 출신 배우 캐런 맥두걸이 과거 대선을 앞두고 트럼프 전 대통령과 한때 불륜 관계였다는 사실을 폭로하려 하자 내셔널 인콰이어러지가 맥두걸에서 15만 달러를 주고 독점 보도권을 사들인 뒤 이를 묻어버렸다고 검찰은 보고 있다. 내셔널 인콰이어러의 모회사 AMI를 이끄는 데이비드 페커 최고경영자(CEO)는 트럼프의 오랜 지인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재판 뒤 “정치적 마녀사냥”이라고 주장하고 법원을 떠났다. 재판은 하루 뒤인 16일 오전 9시 30분 재개된다.
대선 전 유죄 판결시 트럼프에 ‘악재’
익명을 원한 미국 전 관료 출신 한 인사는 “공화당의 대선 후보 지명 전당대회(7월 15~18일)와 대선 사이 즉 8월에서 9월쯤 재판 결과가 나올 수 있다”며 “유죄 판결을 받는다면 지지 후보를 정하지 않은 중도ㆍ무당파 유권자들의 상당수가 등돌릴 수 있다는 점에서 트럼프에 꽤 불리한 요인”이라고 말했다.
김형구.조수진(kim.hyoung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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