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서울 강남도 매력 없어”…재건축 시공사 선정 유찰 또 유찰 ‘속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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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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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당 공사비 920만원 제시
도곡개포한신, 응찰 건설사 ‘0’


지난 29일 오후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입찰을 마감했지만, 단 한 곳도 사업 제안서를 제출하지 않아 유찰된 도곡개포한신 아파트 [사진 = 로드맵]
“공사비가 무섭게 오르고 분양시장까지 좋지 않은 상황이라 수익성 보장이 없으면 수주에 소극적일 수 밖에 없다. 아무리 강남 재건축 단지라도 마찬가지다.”(한 대형건설사 임원)

서울 강남 등 핵심지 재건축 추진 단지들 마저 시공사를 찾지 못하고 있다.부동산 건설 경기 침체와 공사비 급등으로 건설사들이 주택 사업 수주에 보수적으로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30일 도심정비업계에 따르면 도곡개포한신아파트 조합은 지난 29일 오후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입찰을 마감했지만, 단 한 곳도 사업 제안서를 제출하지 않아 유찰됐다.

앞서 조합은 지난달 시공사 선정 입찰 공고에서 3.3㎡당 920만원에 달하는 공사비를 제시한 바 있다. 지난달 14일 현장설명회에도 현대건설, DL이앤씨 등 10개 건설사가 참석하며, 무난한 시공사 선정이 예상됐었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응찰한 건설사가 한 곳도 없었다.

1985년 준공된 이 단지는 현재 620가구를 재건축을 통해 지하 3층∼지상 35층, 7개동 816가구로 지어질 예정이다. 일반분양 물량이 85가구에 불과해 건설사들이 3.3㎡당 920만원의 공사비에도 사업성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정비 업계는 보고 있다.

서울 용산구 산호아파트 재건축 조합도 지난 15일 시공사 선정에 나섰지만, 응찰한 업체가 없었다. 1977년 준공한 원효로4가의 산호아파트는 기존 지상 최고 12층, 6개동 554가구를 헐고 최고 35층, 7개동 647가구로 재건축될 예정이다. 조합은 공사비로 3.3㎡당 830만원을 제시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최근 시공사를 선정한 단지들은 유찰을 거듭하다 결국 경쟁 없이 수의계약을 체결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현행법상 정비사업의 시공사 선정은 경쟁 입찰이 원칙이다. 입찰에 참여한 시공사가 없거나 한 곳이면 자동 유찰되며, 두 번 유찰되면 수의계약으로 전환할 수 있다.

서울 송파구 가락삼익맨숀 재건축 조합은 지난해 12월과 올해 2월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입찰 공고를 냈다. 하지만, 첫 입찰에는 응찰 업체가 아예 없었고 두 번째 입찰에는 한 곳만 참여해 유찰됐다. 이후 진행된 수의계약을 위한 입찰에 현대건설이 단독으로 참여했다.

송파구 잠실 우성4차도 두 차례 입찰을 진행했지만, 모두 DL이앤씨 한 곳만 입찰 확약서를 제출해 유찰됐다. 조합은 3.3㎡당 공사비를 760만원에서 810만원으로 올렸고, 다음달 10일 DL이앤씨와 수의계약을 위한 입찰에 들어갈 계획이다. DL이앤씨는 조합에 입찰 확약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초구 신반포12차 역시 두 차례 유찰을 거친 뒤 최근 수의계약 대상자 선정을 위한 입찰을 실시했으며 롯데건설이 단독으로 참여했다.

한 대형건설사 임원은 “두 곳 이상이 입찰에 참여해 경쟁이 성립하면 수주에 성공하든 실패하든 비용이 들어가게 된다”면서 “우리 뿐만 아니라 다른 건설사들 사이에 경쟁입찰을 부담스러워하는 분위기가 만연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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