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웅, 종근당, 동아, 보령… 제약사 공동 판매 ‘활발’ 어떤 시너지 있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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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종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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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내 제약사 간 ‘코프로모션(약 공동 판매·마케팅)’ 사례가 늘고 있다. 경쟁사로만 여겨졌던 회사들이 자사 영업력을 활용해 타사 제품 판매에 나선 것으로, 과거와 달리 ‘해외사-국내사’가 아닌 ‘국내사-국내사’ 간 협력이 많아진 점이 눈에 띈다. 각각 포트폴리오 확장과 영업범위·매출 확대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윈윈’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주요 제약사 공동 판매 활발 “사업 영역 확대돼”
제약업계에 따르면, 올해에만 대웅제약, 종근당, HK이노엔, 보령, 동아에스티, LG화학, SK바이오팜 등 굵직한 회사들 간 공동 판매 계약이 이어졌다.

앞서 대웅제약과 종근당은 이번 달부터 P-CAB 계열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펙수클루’를 공동 판매하기로 했다. ‘펙수클루’는 대웅제약이 개발한 34호 국산 신약으로, 회사 측은 종근당과 함께 판매 범위를 넓힘으로써 계속해서 점유율을 높여가겠다는 계획이다.

대웅제약은 올해 초 LG화학과도 당뇨 복합제 ‘제미다파’의 공동 판매 계약을 맺었다. 양사는 이미 2016년부터 LG화학 제미글로와 제미메트를 공동 판매해오면서 당뇨병 치료제 시장에서 매출 1위를 차지했다. 두 제품에 이어 제미다파까지 제미글로 라인업 전 제품을 함께 판매하게 된 만큼 시장 지배력이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HK이노엔·보령은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케이캡’과 고혈압 치료제 ‘카나브’ 공동 영업·마케팅에 나섰다. 두 제품 모두 연간 1000억원 이상의 처방액을 기록 중인 약으로, 각 회사가 직접 개발한 대표 제품이기도 하다. 보령 관계자는 “블록버스터 신약을 개발한 회사 간 첫 협력 사례”라며 “보령은 소화기내과 시장으로, HK이노엔은 순환기내과 시장으로 제품 포트폴리오를 확장할 수 있게 되면서 사업 영역이 확대됐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보령은 빅씽크테라퓨틱스와 유방암치료제 2종에 대한 코프로모션 계약을 체결했으며, 유유제약과 동아에스티는 연 매출 1215억원 규모의 말초순환 개선제 ‘타나민정’을 공동 판매하기로 했다. 동아에스티의 경우 올해 초 라이센싱 계약을 통해 SK바이오팜 뇌전증 치료제 ‘세노바메이트’의 국내외 30개국 허가·판매를 맡기도 했다.

국산 신약 늘면서 국내사 간 협력 증가
특정 산업에서 동종업계 회사가 상대 회사의 제품을 판매해주는 일은 흔치 않다. 유독 제약업계만 공동 판매가 활발한 이유는 산업의 특수성과 관련이 있다. 기본적으로 각 회사의 전문 분야가 질환·치료제 종류만큼이나 뚜렷하게 세분화돼 있다. 규모가 큰 회사일수록 포트폴리오가 다양하다고 해도, 수많은 질환·치료제를 모두 다루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해서 신약을 다른 소비재처럼 하루아침에 ‘뚝딱’ 만들어낼 수도 없는 일이다. 웬만해선 엄두도 못 낼만큼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드는 게 약 개발이다. 그래서 비록 경쟁업체라고 할지라도, 비전문영역에 한해서는 협력이 가능한 것이다. 예컨대 각각 소화기 치료제와 항암제를 보유한 두 회사가 공동 판매 계약을 맺으면 서로 매출·영업범위 확대, 포트폴리오 확장 효과를 볼 수 있다. 특히 전문의약품의 경우 병의원 영업 외에는 마케팅이 제한되기 때문에 공동 영업·판매가 판로 확대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서로 중첩되지 않는 분야라면 상대 회사에게도 영업범위를 넘기는 것”이라며 “약을 개발·도입한 회사는 상대의 영업력을 활용해 판매량을 높이고, 판매사는 매출 확대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과거와 달라진 점이 있다면 최근엔 국내사 간 공동 판매가 늘었다는 것이다. 기존에는 해외 제약사들이 한국 시장에 제품을 판매하기 위해 국내 영업력을 갖춘 제약사들과 공동 판매 계약을 맺었지만, 최근엔 국내사끼리도 적극적으로 손을 잡는 분위기다. 국산 신약이 많아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예전에 비해 오리지널 신약을 보유한 제약사가 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라며 “기업들이 신약 개발에 대한 투자를 확대했고, 실제 개발에 성공한 품목도 많아졌다”고 했다.

관건은 수익성… “앞으로 더 많아질 듯”
제약사 간 공동 판매 계약은 앞으로도 활발할 전망이다. 영업범위·매출과 포트폴리오 확장 측면에서 양측이 윈윈할 수 있는 데다, 국산 신약 또한 계속해서 연구·개발되고 있기 때문이다. 효과를 본 사례가 많아진다면 적극적으로 손을 내미는 회사들 역시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관건은 수익성이다. 영업망이 넓어지고 판매량이 늘면 외형적인 매출은 증가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영업이익은 별개다. 두 회사가 수익을 나눠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기대만큼 수익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협력관계를 지속하는 것에 대해 회의감이 들 수밖에 없다. 실제 공동 판매에 나선 업체가 수익성 문제로 판매를 중단한 사례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일종의 분업이다. 개발부터 영업, 판매까지 모두 하려는 제약사가 많지 않기 때문에 앞으로도 영업을 맡기는 사례는 증가할 것”이라며 “공동 판매를 통해 얻는 실질적인 수익은 계약 조건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체감 효과 또한 제약사마다 다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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