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양행 대변신]① 실패 걷어낸 유한양행…'신약 개발' 승부수 던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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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04.22. 오후 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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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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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한양행의 변화하는 행보를 분석합니다.
경기도 용인시에 위치한 유한양행 중앙연구소 전경.(사진=유한양행)
유한양행은 지난 2006년 '레바넥스 쇼크'를 겪으며 한 차례 연구개발을 접어야 했던 시기가 있었다.

유한양행은 약 11년간 500억원의 연구비를 투자해 2006년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레바넥스(성분명 레바프라잔)의 품목허가를 획득했다. 하지만 레바넥스는 치료 효능이 낮아 성공하지 못했다. 출시 이듬해인 2008년에도 174억원의 매출을 달성했으나 이후 매출은 계속 줄었다. 레바넥스는 미국과 유럽 등에서 신약 허가 획득에 실패하며 글로벌 시장 진출에도 실패했다.

당시 유한양행에서 나온 레바넥스 연구개발자들은 대웅제약으로 모였다. 이들과 대웅제약 연구개발진이 합심해 내놓은 의약품이 바로 '펙수클루(성분명 펙수프라잔)'다. 지난해 한 해 매출 500억원이 넘는 의약품이다. 유한양행의 시행착오가 대웅제약 성장의 밑거름이 된 셈이다.

'레바넥스 쇼크' 이후 유한양행은 안정적인 매출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선회한다. 다국적 제약사의 품목을 적극 도입하며 1조원의 매출을 돌파해 동아제약그룹이 2010년 내홍으로 부침을 겪는 동안 제약 업계 매출 1위로 올라선다. 

유한양행의 양적 성장을 이끈 사람은 김윤섭 사장이다. 2009년 유한양행 공동대표이사가 된 김 사장은 2010년부터 다국적 제약사 품목 도입에 적극 나섰다. 베링거인겔하임과 길리어드 등 당시 신약을 개발한 다국적 제약사를 잡아 신약 판매사를 자처했다. 

2011년 6792억원이었던 유한양행 매출(연결 기준)은 2012년 7764억원, 2013년 9436억원으로 급증했다. 2014년까지 유한양행을 이끌었던 김 사장은 그해 유한양행의 매출 1조 클럽 입성(연결기준 1조174억원)을 달성한 뒤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났다.

김 사장이 도입한 다국적 제약사 품목들은 지금도 유한양행 매출의 주축 품목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을 제외하면 토종 제약사 중 매출 1위를 유지하는 원동력이기도 하다. 실제로 유한양행에서 8개 도입 품목의 매출액은 지난해 연결 기준 5424억원으로 전체 매출(1조8589억원) 대비 약 29%에 달한다.

문제는 상품 중심의 포트폴리오가 수익성을 해칠 수 있다는 점이다. 2011년부터 2015년까지 유한양행의 매출 대비 영업이익률은 4~7%선에 머물렀다. 당시 비슷한 시기의 의약품 유통업체 유통마진율과 비슷하다. 유한양행이 '제약사의 탈을 쓴 도매상'이라는 지적을 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자료=전자공시시스템)
 

2015년 유한양행은 이정희 대표이사가 취임하면서 체질 개선에 나선다. 연구개발(R&D) 인재 영입과 적극적인 투자로 그간 R&D에 소홀했던 유한양행의 체질을 바꿔나가기 시작했다.

'신약 개발로 인한 국민 보건 향상'이라는 제약사의 본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이 대표는 2015년부터 오픈이노베이션 전략을 도입했다. "고(故) 유일한 창업자의 유지를 더욱 적극적으로 실현하기 위해 폐쇄적인 R&D 기조를 탈피하겠다"는 것이 당시 이 대표의 주장이었다.

R&D에 대한 이 대표의 뚝심은 폐암 치료제 '렉라자'로 빛을 보기 시작했다. 2015년 오스코텍의 미국 자회사 '제노스코'로부터 15억원에 신약 후보 물질 '레이저티닙'을 도입한 유한양행은 물질 최적화와 임상을 진행해 렉라자 개발에 성공한다. 렉라자는 2021년 1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31번째 국산 신약 허가를 받았다.

이 대표의 뒤를 이어 조욱제 유한양행 대표가 부임하자 유한양행은 한 번 더 승부수를 던진다. 2023년 조 대표는 R&D 전담 사장직을 신설해 김열홍 고려대 의과대학 내과학교실 교수를 선임했다. 김 사장은 암 연구 및 치료 분야 권위자다.

조 대표는 김 사장에게 기술 도입 및 외부 투자에 대한 전권을 부여했다. 200명 남짓했던 연구소 인력이 지난해 말 기준 417명으로 늘었다. 

여기에 더해 유한양행은 회장직 신설을 추진하며 급격한 변화의 불을 지폈다. 3월에 열린 주주총회에서 유한양행은 회장이 대표이사를 할 수 있도록 정관을 개정했으며 주주총회 없이 사장으로 영입할 수 있는 방안도 마련했다.

유한양행은 회장직 신설에 대해 "회사의 양적·질적 성장에 따라 향후 회사 규모에 맞는 직제 유연화가 필요하고 외부 인재 영입 시 현재 직급보다 높은 직급을 요구하는 경우에 대비해 필요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회장직 신설과 정관 개정으로 유한양행은 지주회사 없이 강력한 컨트롤타워를 가질 수 있게 됐다. 다만 늘어나는 외부 인사 영입과 비례해 홀대받을 수 있는 내부 직원의 처우, 줄어드는 이사회·주주 권한 등은 해결해야 할 숙제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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