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민씨 친구 외삼촌이 경찰" 허위루머…한강선 실명도 외쳤다

[머니투데이 류원혜 기자]

지난 16일 오후 서울 서초구 반포한강공원 수상택시 승강장 인근에서 열린 故 손정민씨 추모 집회에 참석한 시민들이 진상규명을 촉구하고 있다./사진=뉴스1

한강공원에서 실종됐다가 숨진 고(故) 손정민씨(22)의 사망 경위 의혹이 커지면서, 온라인에선 사건을 둘러싼 확인되지 않은 소문도 걷잡을 수 없이 퍼지고 있다. 손씨와 함께 술을 마셨던 친구 A씨를 둘러싼 의문 등이 해소되지 않았지만, 자칫 무분별한 신상털이와 음모론 등은 사건의 실체를 밝히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 데다 위법 가능성이 있는 만큼 신중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끝까지 함께할게"…'진상규명 촉구' 집회에 200명 모여 지난 16일 오후 2시 서울 반포한강공원에는 손씨 사망에 대한 진상 규명 촉구 집회가 열려 시민 200여명이 참석했다. 시민들은 '신속·공정·정확 수사 촉구'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CCTV 공개하라"를 외쳤는데, 집회 관리에 나선 경찰과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일부 시민은 "수사나 똑바로 해라" "추모하러 왔는데 감시하느냐"고 외쳤으며, 손씨 친구 A씨 실명을 언급하며 "구속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찰 관계자는 "추모하는 마음엔 공감하지만, 거리 두고 적법한 절차를 밟아 집회를 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에 구호를 외치던 일부 시민들이 경찰을 몸으로 밀어내는 상황도 이어졌다.
"친구 외삼촌 경찰이래"…정민씨 사망 관련 쏟아지는 음모론 이처럼 사건에 대한 시민들의 격앙된 반응은 온라인상의 미확인 정보 확산에도 영향을 주는 모양새다. 경찰이 사건 실체를 제대로 규명하지 못했다는 의심 탓에 확인되지 않는 '카더라' 주장에 대중의 관심이 쏠리는 상황이다.

17일 온라인상에선 전 서울 서초경찰서장인 최종혁 현 서울경찰청 수사과장이 손씨 친구 A씨의 외삼촌이라는 글과 함께 '그가 이 사건을 덮으려 한다'는 주장이 퍼졌다. 그러나 최 과장은 뉴시스에 "우선 사실관계를 정리하면, 저는 남자형제만 있어서 누군가의 외삼촌이 될 수 없는 구조다"고 반박했다. 또 "이후에도 악의적으로 제 개인 신상이나 허위 내용들이 양산된다면 법적대응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A씨 가족 중 경찰 관련자가 있어 수사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다 △A씨 아버지가 강남 세브란스 병원 고위직이다라는 등의 의혹이 제기됐지만 사실과 거리가 먼 것으로 드러났다.. 강남 세브란스 병원은 최근 페이스북 게시글에서 "현재 온라인상에 병원 특정 의료진을 거론하는 루머는 사실과 다르다. 본원 소속 의료진 가족과는 무관하다"며 "근거 없는 루머는 법적 책임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 누리꾼은 지난 12일 온라인 커뮤니티에 A씨 지인으로부터 들었다며 A씨의 근황을 전했다./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손씨의 사망과 관련 책임 여부가 드러나지 않은 A씨를 향한 누리꾼의 인신공격도 상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12일 한 누리꾼은 온라인 커뮤니티에 A씨 지인에게 들었다며, 그의 의 근황을 전했다. 그는 "(A씨가) 심리적으로 완전히 무너져서 폐인처럼 지낸다. 이민 얘기를 한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혐의가 없다고 나와도 뻔하다. '빽 있어서 진실이 안 밝혀졌다'면서 아님 말고 식으로 끝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경찰에서 (생전 손씨와 A씨의 영상 속에서 언급된) '골든'은 가수라고 결론 내도 코난들은 '기증된 시체 훼손을 지칭하는 거다'라고 하는데, 무혐의 떠도 반응 뻔하다"며 "익명 공간이라 막 쓰시는 것 같은데 다 돌아온다. 반성들 하라"고 강조했다.
"음모론, 수사에 혼선…법적 문제될 수도" 전문가들도 무분별한 의혹을 앞세우기보다는 사건의 진상에 대한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음모론이 확산되면) 사법 정의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사람들에게 심어줄 수 있고, 무엇보다 수사에 혼선을 주면서 사건 해결 과정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며 "법적으로 문제 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온라인상에서 특정인을 구체적으로 범인이라고 표현했고 이것이 사실과 다를 경우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 이 경우 법원은 5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선고할 수 있다.

한편 친구 A씨 측은 15일 MBC 교양프로그램 '실화탐사대'에 처음으로 사건 관련 입장을 밝혔다. A씨 변호인은 "지금은 고인을 추모하고 유족의 슬픔을 위로할 때"라며 "저희 입장을 해명하는 것은 결국은 유족과 진실공방을 하게 되는 것이며, 이는 유족에 대한 도리가 아니라는 생각이다. 사소한 억측이나 오해는 경찰 수사 결과가 나오면 저절로 해소될 것으로 믿고 있다"고 밝혔다.

류원혜 기자 hoopooh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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