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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댈티·아옮' 없이 티켓 못 얻어"…암표 처벌법에도 꼼수 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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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크로 이용 암표거래 금지법 시행
법망 피해가는 꼼수 여전히 활개
"경쟁 치열한 가수콘서트, 암표 활용은 필수"

"'댈티(대리 티케팅)'랑 '직링(직접링크)' 없이 손수 티케팅을 한다는 건 콘서트 갈 마음이 아예 없다는 소리예요."

최근 30대 직장인 이모씨(30)는 한 남성 아이돌 그룹의 콘서트 티케팅을 위해 암표 거래업자에게 5000원을 주고 직접링크 주소를 구매했다. 직접링크를 누르면 예매 버튼을 누르지 않고 좌석선택 화면으로 바로 이동할 수 있다는 말에 혹해서였다. 실제로 이씨는 프로그램으로 대기시간을 줄인 덕에 티켓을 구할 수 있었다. 이씨는 "경쟁이 치열한 가수의 콘서트에서 암표 거래 업자를 활용하는 방식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고 전했다.


지난달부터 매크로를 이용한 암표 거래를 전면 금지하는 공연법 개정안이 시행됐지만 법망을 피해 갈 꼼수가 여전히 활개를 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활동하는 암표 거래상들은 대리 티케팅을 해주거나 구매자 아이디로 티켓을 옮겨주는 등의 수법을 통해 적게는 몇천 원에서 많게는 수십만 원까지 부당 이득을 챙기고 있다.

16일 SNS에 대리티켓팅과 아이디 옮기기 등을 검색하자 암표 거래상들의 계정이 노출됐다.[사진=엑스 캡처]

16일 SNS에 대리티켓팅과 아이디 옮기기 등을 검색하자 암표 거래상들의 계정이 노출됐다.[사진=엑스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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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옮(아이디 옮기기)' 통해 기획사 눈속임…선수금 날릴 수도

16일 SNS 엑스(X·옛 트위터)에 티켓 예매 꼼수 방식을 검색하자 암표 거래상 계정 수백 개가 노출됐다. 이들은 자신들의 꼼수를 이용해 티케팅에 실제 성공한 고객들의 사례를 게시글에 올리며 전문성을 홍보하기도 했다.


지난달 22일 매크로를 통한 입장권 부정 판매를 처벌하는 내용이 담긴 공연법 일부 개정안이 시행된 후 이 같은 수법은 더욱 활개를 치고 있다. 법을 위반할 경우 1년 이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보니 매크로 없이 티켓을 얻을 수 있는 꼼수가 만연하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이른바 '아옮'으로 불리는 아이디 옮기기 방식이 인기를 얻고 있다. '아옮'은 제삼자의 아이디로 티켓을 구매한 뒤 취소 후 구매자의 아이디로 티켓을 재예매하는 수법으로, 티켓 소지자와 구매자의 개인정보 일치 여부를 확인하는 기획사 눈을 피하는 방법이다. 예매 사이트별로 취소 표가 풀리는 시간을 기다렸다가 매크로 프로그램을 통해 구매자 아이디로 표를 낚아채는 식이다.

티켓 구매자 A씨가 지난해 9월 한 가수의 콘서트 티켓을 구하기 위해 대리티켓팅 업자와 가격을 흥정하고 있다.[사진=독자 제공]

티켓 구매자 A씨가 지난해 9월 한 가수의 콘서트 티켓을 구하기 위해 대리티켓팅 업자와 가격을 흥정하고 있다.[사진=독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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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자들은 판매자에게 아이디 옮기기를 맡기거나 자신이 직접 '아옮' 전문 업체를 섭외해 수고비를 주는 방식으로 티켓을 구매한다. 전문 업체에 의뢰할 경우 티켓을 옮기는데 적게는 2만원에서 많게는 10만원이 넘는 수고비를 지불해야 한다. 인기 가수의 콘서트 티켓을 얻으려면 정가에 '프리미엄'으로 불리는 수십만 원대의 웃돈을 얹고 수고비까지 추가로 지불해야 하는 구조다.


문제는 아이디 옮기기에 실패할 경우 사전에 지불한 선수금을 돌려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판매자가 환불 불가를 조건으로 내걸 경우 아이디 옮기기에 실패해도 선수금으로 지불한 티켓의 프리미엄 가격은 돌려받을 수 없다.


최근 한 가수의 콘서트를 가고자 '아옮' 업체를 찾았다는 최모씨(22)는 "업체가 아이디 옮기기에 실패하면서 티켓을 날렸지만, 미리 구매자에게 입금한 프리미엄 가격 20만원은 돌려받지 못했다"며 "'아옮'에 티켓 프리미엄 가격까지 생각하면 콘서트 한 번에 돈 50만원은 우습게 깨지는데 돈만 날리고 티켓은 얻지 못한 적도 많아 상심이 크다"고 토로했다.


'댈티' '직링'으로 업자 배불려…공연법 개정안 한계 지적

'아옮' 외에도 암표 거래업자들은 티케팅을 대신해주는 '댈티' 의뢰를 받거나 예매 시간을 단축해주는 '직링' '자동호출' 등의 프로그램을 판매해 배를 불리는 실정이다.


대리 티케팅 업자들은 공연의 인기도에 따라 적게는 1만~2만원에서 많게는 수십만 원대의 수고비를 받는다. 이들은 트로트 가수의 콘서트에서부터 e스포츠 리그, 각종 페스티벌까지 종류를 가리지 않고 의뢰를 받는다.


16일 직접링크와 매크로 프로그램을 판매하거나 아이디 옮기기 의뢰를 받고 있다는 업자들의 게시글이 SNS상에 노출돼있다.[사진=엑스 캡처]

16일 직접링크와 매크로 프로그램을 판매하거나 아이디 옮기기 의뢰를 받고 있다는 업자들의 게시글이 SNS상에 노출돼있다.[사진=엑스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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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자들의 예매 대기 시간을 단축해주는 직링과 자동호출 등의 프로그램도 5000원대에 판매되고 있다. 구매자들이 티켓을 얻기 위해 여러 수법을 복합적으로 사용한다는 점을 악용해 일부 업자들은 대리 티케팅과 아이디 옮기기, 프로그램 구매 의뢰를 동시에 받으며 조직적으로 움직인다.


공연 업계는 개정된 공연법만으로는 암표 업자들의 꼼수를 통제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현행법이 온라인상에서 매크로 프로그램을 사용해 암표를 매매한 경우만 처벌 사유로 명시하고 있어 '아옮'과 '직링'같은 수법은 단속 사각지대에 놓였기 때문이다.


한국음악레이블산업협회 관계자는 "개정된 공연법은 매크로를 사용했다는 것을 증명하지 못하면 아무런 조치를 취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매크로 구매와 상관없이 온라인상 암표 거래를 신고하고 처벌할 수 있는 대안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지은 기자 jelee042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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