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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제 산적한 중국 경제, 본질은 구조적 문제에 있다”ㅣEIU 닉 매로우 애널리스트 인터뷰

2024.03.22. 오전 7:00

중국이 연례 정치행사인 양회(兩會, 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에서 올해도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5.0% 안팎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목표치를 제시했습니다. 다만 디플레이션 우려, 지방정부 채무 문제, 11월 미국 대선 이후 미중 갈등 심화 가능성 등으로 성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넘버스 투자생각>은 세계경제에서 막대한 규모와 영향력을 차지하는 중국 경제의 방향, 당국의 경기 부양책, 지정학적 리스크가 한국 경제에 주는 시사점과 중국 증시 등에 대해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의 중국 무역 전문가인 닉 매로 애널리스트와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당신에게 들려줄 이야기

· 중국의 고도 성장 시대는 끝났다?

· 부동산에 의존하는 모델에서 탈피하기 위해 육성하는 미래 산업이 낳은 부작용은?

· 악화되는 미국·EU와의 관계, 중국의 지정학적 환경에 대한 평가와 한국에 주는 시사점

· 어두운 중국의 청년 고용시장,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은?

·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최악의 성적 거둔 중국 증시의 올해 전망

닉 매로우(Nick Marro)는?

닉 매로우는 영국의 시사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 산하 경제 분석 기관인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의 글로벌 무역 전문가입니다. 매로우 애널리스트는 중국 경제, 외국인 투자, 미중 무역전쟁 등의 주제에 대해 연구하고 기업과 정부 관계자들에게 인사이트를 제공합니다. EIU는 국가별 경제 전반에 대한 중장기 분석에 정평이 있는 기관입니다. 세계 60개국을 상대로 분기별 정치·사회 환경 변화를 감안한 경제환경을 분석합니다.

(영상편집 = 박진화)

악성 부채부터 투자의 잘못된 배분, 부동산과 인구 통계학적 문제에 이르기까지,

구조적인 문제들이 2010년대와 다른 방식으로 중국 경제를 크게 짓누르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중국이 고도성장을 이루지 않는 현실에 대비해야 합니다.

(출처=EIU)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의 글로벌 무역 전문가인 닉 매로우 애널리스트는 넘버스 투자생각과의 화상 인터뷰에서 중국의 구조적인 문제와 악화되는 지정학적 환경이 중국 경제에 부담을 주고 있어서 2010년대에 제조업을 중심으로 폭발적인 성장을 이뤘던 것과 대조된다고 진단했습니다. EIU는 올해 중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4.7%를 기록한 후 더욱 둔화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는 중국 정부가 올해 양회에서 설정한 성장 목표인 ‘5% 안팎’보다 낮은 수준입니다.

매로우 애널리스트는 올해도 중국 정부가 경제 성장의 많은 부분을 견인해야 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다만 역사적으로 중국 지도부가 경기부양책과 특히 소비 활성화를 위한 직접적인 지원책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보여온 만큼 과거와 마찬가지로 인프라 투자와 건설 활동과 관련된 부양책을 내놓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이러한 조치가 “중국이 현재 겪고 있는 디플레이션의 속박에서 스스로를 끌어올리기에는 충분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기록적인 청년 실업률은 중국이 직면한 수많은 경제적 장애물 중 하나입니다. EIU는 학력 과잉 등으로 인한 일자리 미스매치로 올해도 중국의 청년 실업률이 높은 수준에 유지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지난해 여름 중국이 20%가 넘는 사상 최고치의 청년 실업률을 기록하자 중국 당국은 통계 방식을 개편한다며 자료 발표를 잠정 중단했는데요. 지난 1월 통계 발표를 재개했지만 지난 2월 청년 실업률도 15% 수준으로 여전히 상황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매로우 애널리스트는 높은 실업률과 함께 불완전 취업도 큰 문제라며 청년 고용 문제가 수치로 나타난 것보다 더욱 심각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청년 실업률이 젊은 소비자들의 소비 억제로 이어질 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소비 심리도 위축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진=중국 재정부)

중국의 부동산 시장 침체가 장기화되는 가운데 중국 정부는 부동산에 의존적인 성장 모델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 중인데요. 매로우 애널리스트는 중국이 전기차와 반도체와 같은 미래 산업을 육성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고 이를 통해 어느 정도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중국은 수년간 공급망 자급자족 전략을 추진해왔지만 최근 지정학적 갈등이 고조되면서 더욱 속도를 내고 있는데요. 문제는 중국이 첨단 기술 개발을 가속화하면서 미국과 유럽연합(EU) 등의 견제와 조사의 표적이 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매로 애널리스트는 “2020년 중국의 외교 지형은 2010년대에 누렸던 것에 비해 현저하게 나빠질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미국 정부는 이미 화웨이 등 일부 중국 반도체업체들을 ‘블랙리스트’에 올린데 이어 대중국 첨단 반도체 및 반도체 제조 장비 수출 통제 조치를 실시하고 있고요.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서 전기차 배터리에 대한 중국산 부품과 광물을 사용을 배제하고 있습니다. 유럽연합(EU)은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중국 정부의 보조금 지급에 대해 조사하고 있습니다. 매로우 애널리스트는 특히 “EU가 중국의 경제적 모델이 역내 회원국 경제에 실제로 상당한 경쟁 위험을 초래하고 있다는 사실에 눈을 뜨고 있다“며 EU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대만이 친미·독립 성향의 라이칭더(賴淸德)를 총통으로 당선하면서 중국의 대만 침공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습니다. 매로우 애널리스트는 실제로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지만 대만해협에서 분쟁이 일어날 경우 지리적 접근성과 미국과의 안보 관계로 인해 한국이 아시아에서 가장 큰 타격을 입는 국가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지난해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최악의 성적을 냈던 중국 증시는 올해도 부진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매로우 애널리스트는 지정학적 요인, 특정 산업에 대한 중국 당국의 규제 등 “경제의 구조적인 문제들이 불확실성을 유발하고 투자자 심리를 억누르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그중에서도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 가능성이 “중국 투자자들이 잠을 이루지 못는 가장 큰 이유가 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매로우 애널리스트는 투자자 심리가 “이전에 본 적 없는 수준”에 달해서 “중국 증시 상황이 악화되면 결국 바닥을 치고 다시 개선될 것이라는 기존의 내러티브가 어느 정도 붕괴됐다”고 지적했습니다. 아울러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으면 “현재 주식시장의 고통은 상당 기간 지속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닉 매로우와 인터뷰는 지난 2월 15일 화상으로 진행됐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영상을 통해 확인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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