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의 추억 소환하는 최정의 도전, 문학은 외야부터 매진···“옛날처럼 잠자리채 가져가면 안 돼요”[스경x이슈]

김은진 기자 2024. 4. 17.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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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엽(당시 삼성)이 아시아 단일시즌 최다 기록인 56홈런에 도전하던 2003년 9월29일 잠실 삼성-LG전에서 홈런 공을 잡기 위해 각종 그물채를 든 팬들이 외야를 꽉 채우고 있다.



이승엽(당시 삼성)이 56홈런을 치고 아시아 홈런왕에 등극한 2003년 야구장에는 잠자리채가 등장했다. 일본의 오사다하루가 1964년 달성한 단일시즌 최다 홈런 기록과 동률을 이룬 이승엽의 55호 홈런은 광주 무등구장에서 나왔다. 잠자리채를 들고 외야에서 기다리던 한 남성 팬이 공을 낚아챘다.

역사적인 홈런공의 가치는 얼마나 치솟을지 모르는 법. 다음 56호 홈런이 나올 때까지, 야구장에는 여기저기서 수많은 갖가지 종류의 그물채가 등장했다. 태극기 무늬의 비닐로 만든 채도 등장했다. 야구장 앞에서 그물채를 팔기도 했다.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이후 건전하고 안전한 관람 문화를 강조하며 잠자리채를 금지하고 ‘글러브로 잡으라’로 할 정도로 당시 야구장 외야는 홈런볼 캐치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졌다.

21년 만에, 다시 치열한 경쟁이 벌어질 듯 보인다. 최정(37·SSG)이 KBO리그 통산 최다 홈런 기록을 눈앞에 두자 SSG 구단이 일찌감치 ‘교환시 혜택’을 공개했다.

SSG 최정이 지난 16일 인천 KIA전에서 9회말 통산 467호 홈런을 친 뒤 달려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보통 일반적인 홈런볼을 잡아 선수에게 돌려준 팬에게는 사인볼, 사인배트, 유니폼 등으로 사례를 한다. 대부분의 관중은 선수를 축하하며 흔쾌히 공을 돌려주지만 가치가 높은 공일수록 거부하는 사례도 종종 있다. 공이 이미 관중의 손에 들어간 이상 강제로 달라고 할 권리는 선수나 구단에게도 없다. 최근 메이저리그에서도 오타니 쇼헤이가 LA 다저스 입단 이후 처음 때린 홈런볼을 잡은 관중과 구단 사이에 진실게임이 벌어졌다. 오타니의 사인볼과 방망이, 모자를 받고 공을 건넨 이 관중이 “사실은 구단 직원들이 나를 협박했다”고 폭로한 것이다.

SSG는 이같은 사태를 미연에 방지하겠다며 홈런볼을 잡아 구단에 돌려주면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겠다며 온라인을 통해 미리 공지를 띄웠다. 그 혜택이 어마어마하다.

1인당 300만원에 상당하는 2024~2025년 라이브존 시즌권 2매, 최정 친필사인배트 및 선수단 사인 대형 로고볼, 2025년 스프링캠프 투어 참여권 2매가 주어진다. 여기에 140만원 어치의 이마트 온라인 상품권, 스타벅스 음료 1년 무료 이용권, 그리고 조선호텔 75만원 숙박권을 추가로 제공한다. 통틀어 계산하면 거의 2000만원 어치에 가깝다. 구단이 홈런공을 잡는 팬에게 부여할 혜택을 이렇게 구체적으로 준비해놓고 미리 공지하는 것도 이례적이다.

SSG가 최정의 468호 홈런공 기증시 제공할 혜택을 구단 인스타그램에 공지했다.



최정은 이 공지가 나간 뒤인 지난 16일 KIA전에서 통산 467호 홈런을 쳐 이승엽 두산 감독이 보유한 리그 통산 최다 홈런 기록과 타이를 이뤘다. 이제 신기록만 남았는데 SSG는 주중 KIA 3연전에 이어 21일까지 주말에도 LG 3연전을 인천 SSG 랜더스필드에서 홈 경기로 갖는다. 지금 페이스라면 최정의 신기록은 무난하게 홈에서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경쟁은 시작된 듯 보인다. 17일 KIA전의 입장권은 우타자 최정의 홈런 방향을 고려해 좌익수 뒤 외야석부터 팔려나갔다. SSG 구단은 “원정 팬이 공을 잡더라도 혜택은 똑같다”고 설명했다.

혹시라도 21년 만에, 추억을 떠올리며 잠자리채를 준비하고 있는 팬이 있다면 참아야 하겠다. 안타깝게도(?) 이승엽의 56호 홈런 이후 금지된 잠자리채의 야구장 반입 규제는 여전히 유효하다. 게다가 KBO가 시행하고 있는 ‘SAFE 캠페인’은 야구장 입장 관중의 소지품목을 제한하고 있다. 주류 반입 금지 외에도 소지품은 1인당 가방 1개와 쇼핑백 1개로 제한하며 가방 크기도 한도가 정해져 있다. KBO 관계자는 “잠자리채를 가져가더라도 야구장에 갖고 입장하시기 어려울 것”이라고 안내했다.

김은진 기자 muldero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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