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얼굴을 한 사회주의를 살피는
▣ 유현산 기자 bretolt@hani.co.kr
쿠바는 어떤 나라일까. 지구 반대편에 사는 우리는 종종 이 섬나라에 대한 일면적인 이야기들을 들어왔다. 그러나 일면적인 진실은 거짓이다. 쿠바에 대한 이야기들은 모두 사회주의라는 의문부호에 붙들려 있다. 그것이 보트피플이든, 카스트로 독재든, 무상의료·무상교육이든, 아바나항의 멋진 풍경과 의 낭만적인 노래든 간에. 쿠바는 어떤 나라일까.
소설가 유재현씨가 에 이어 쿠바 여행기 (그린비 펴냄)을 펴냈다. 그는 쿠바를 동서로 횡단하며 삶의 풍경, 역사, 사회주의 체제의 희망을 펼쳐놓는다.
사람들은 여전히 가난하고 배급은 늘 부족하다. 거리의 악사들은 달러를 위해 연주했고 주민들은 국영창고에서 훔쳐온 분유와 부품을 팔았다. 그러나 시장과 경쟁의 수레바퀴를 매달지 않은 체제는 말레콘 방파제에서 한가로이 낮잠을 즐기는 주민들처럼 여유로웠다. 차별이 없으므로 흑인과 백인과 물라토(흑인과 백인의 혼혈)들은 그저 인간일 뿐이었다. 국내총생산(GDP)의 10%를 투자하는 무상교육과 7%를 투자하는 무상의료 시스템은 오직 공공의 목적으로 굴러갔다. 산골 분교가 속속 사라져가는 한국과 달리 쿠바에는 학생이 10명 이하인 학교가 2천여 개에 달하고 의사들의 수준은 미국에 뒤지지 않는다. 그가 본 쿠바는 ‘인간의 걸음으로 움직이는 사회’였다.
특히 90년대 소련의 몰락과 미국의 봉쇄 정책으로 시작된 유기농업은 인상적이다. 쿠바는 사탕수수를 위주로 한 대량생산 시스템을 포기하고 소와 유기질 비료를 이용한 협동농장 중심의 친환경 농업으로 전환한다. 도시의 유휴지들도 실업 상태에 놓인 국영 노동자들에게 개방했다. 농민시장이 등장하며 농산품의 가격 급등도 진정돼갔다.
그러나 90년대 위기 이후 등장한 이중경제는 새로운 도전으로 다가온다. 달러상점, 자영업자들의 등장, 암시장의 성장이 새로운 균열을 초래했다. 쿠바 혁명이 성공인가, 실패인가라는 문제의 해답은 여전히 미래에 있다.
유재현씨가 본 쿠바가 쿠바의 전부는 아닐 것이다. 그는 한국의 80년대를 맛본 지식인으로서, 강렬한 동경의 눈으로 쿠바를 관찰한다. 그리고 신자유주의에 찢긴 한국이 들으라는 것처럼 “부디 당신들의 세계를 지켜주세요”라고 외친다. 모르겠다. 쿠바 민중에 대한 체제의 억압은 없는지, 쿠바가 언제까지 봉쇄에 대항해 버틸 수 있을지, 몇 시간씩 버스를 기다리며 출퇴근하고 냉장고 배급을 기다리며 사는 것이 행복인지. 그러나 유재현씨의 쿠바는 왠지 가슴 시리게 다가온다. 그것은 ‘지금, 여기의’ 체제에서 희망을 발견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흔든다. 그래서 책을 덮고도 한참 동안 자리를 떠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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