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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어로 보는 IT

킨들

아마존의 전자책 단말기, 단말기를 넘어 생태계로 브랜드를 확장하다

킨들 제품군. 전자책 단말기 킨들과 태블릿PC 킨들파이어까지.

2004년 10월, 그레그 제어(Gregg Zehr)는 미국 팔로알토에 사무실을 하나 차렸다. 사무실은 아주 조촐했다. 이제 갓 모습을 갖춘 그레그 제어의 팀은 다른 회사처럼 그럴듯하게 입주할 건물을 찾을 처지가 안 됐다. 이들이 둥지를 튼 곳은 팔로알토 법학도서관. 팀의 이름은 ‘랩 126’이었다.1) 이들은 나중에 세상을 놀래키는 브랜드를 하나 선보이게 된다. 바로, 전자책 시장을 만든 ‘킨들’이다.

킨들은 아마존의 전자책 전용 단말기의 이름이자, 전자책 서점의 이름이기도 하다. 세상에 나온 지 6년째, 킨들은 전자책 단말기 브랜드에서 ‘아마존 생태계’를 대표하는 열쇳말로 확장하는 중이다.

비밀리에 시작한 킨들 개발

‘랩126’은 아마존의 자회사다. 2007년 11월19일 킨들을 공개한 뒤 아마존의 디지털 콘텐츠 플랫폼을 만들어 왔다. 이 회사는 지금도 존재한다. 킨들을 공개할 무렵, 팔로알토에서 애플 본사가 있는 쿠퍼티노로 이사했다.2)

초기 랩126을 이끈 사람이 그레그 제어다. 그는 초기 스마트폰으로 불리는 팜PDA를 만든 팜원과 애플에서 기기 개발자로 근무했다. 그는 팜원과 애플에서 개발자를 영입해 랩 126을 설립하고 킨들을 개발했다.3)

랩126은 킨들이 나오기 전까지 3년 동안 비밀리에 운영됐다. 홈페이지에는 ‘세상을 놀라게 할 통합 소비자 제품’을 만든다는 글귀만 달랑 떠 있을 뿐이다. 아마존의 자회사라는 사실도 알리지 않았다.

눈썰미 있는 사람이라면 이름만 보고도 아마존과 관련 있는 곳이란 걸 알아챘을지 모른다. 126이 아마존 로고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아마존의 로고는 영문 ‘amazon’과 이 단어에 있는 a과 z을 잇는 화살표로 구성됐다. 1은 영어 알파벳의 첫 글자인 ‘a’, 26은 26번째 글자인 ‘z’를 뜻한다.

아마존 로고에서 화살표로 이어진 a, z와 킨들을 만든 랩 126의 이름은 통한다.

랩126과 아마존은 2007년 11월 19일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하는 데 성공했다. 이날 전자책 단말기 ‘킨들’(흔히 ‘1세대 킨들’이라고 부른다)을 공개했는데, 판매를 시작한 지 5시간30분 만에 준비한 물량을 모두 팔아치웠다.

책보다 편한 전자책

2007년에 나온 아마존의 첫 킨들과 2013년에 나온 킨들 페이퍼화이트.

킨들이 첫 전자책 단말기는 아니다. 킨들이 나오기 10여 년 전부터 다양한 전자책 단말기가 시장에 나와있었다. ‘사이북’, ‘로켓북’, ‘소프트북’, ‘에브리북’, ‘마이크로소프트 리더’, ‘소니 리더’ 등이다. 그렇지만 성공 사례로 꼽을 만한 제품은 없었다.

그러다 2007넌 아마존이 킨들을 내놓으며 시장이 바뀌었다. 1세대 킨들은 디자인 면에서는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미국의 IT 온라인 미디어 테크크런치는 ‘추하다’라고 평가했을 정도다.4) 하지만 킨들은 이전의 전자책 단말기와 달랐다.5)

킨들은 무선통신 기능을 지원해 사용자가 전자책을 내려받을 때 단말기를 컴퓨터에 연결해야 하는 수고를 덜었다. 책 1권을 내려받는 데도 1분을 넘지 않도록 했다. 이때 인터넷 사용료는 모두 아마존이 부담했다. 3세대 킨들부터는 3G와 와이파이 버전으로 나뉘어 출시됐다.

킨들은 독자가 읽던 페이지를 기억해뒀다가 다음에 책을 다시 읽을 때 마지막으로 읽은 곳을 펼쳐줬다. 또 e잉크주식회사의 화면을 사용했다. e잉크주식회사는 다른 e잉크 화면보다 종이에 인쇄한 것 같은 효과를 더 잘 나타냈다. 아마존은 e잉크주식회사의 전자잉크 기술이 눈의 피로를 덜어준다고 봤다. 아마존은 지금도 e잉크주식회사의 화면을 쓴다.

처음 킨들을 내고 6년, 개발을 시작한 때부터 세어보면 10년 동안 아마존은 ‘책보다 편한 전자책’이라는 설계원칙을 고수했다. 조금만 읽어도 눈을 피곤하게 하는 책이라면 누가 읽겠는가. 지금도 아마존은 새 킨들을 출시할 때면 화면이 얼마나 좋아졌느냐를 가장 크게 강조한다.

기기는 최신, 콘텐츠는 베스트셀러 위주로

킨들은 2007년 세상에 나온 뒤로, 가장 앞서가는 전자책 단말기로 자리매김했다. 새 전자책 단말기를 출시하는 기업은 ‘킨들 만큼’, ‘킨들보다’라는 단어를 소개글에 꼭 넣는다. 킨들이 전자책 단말기의 기준이 돼 버린 것이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 전자책 단말기도 마찬가지다. 기기 사양이 아무리 좋더라도 일단 책을 읽을 수 있는 기기인지가 중요하다. 이점에서도 아마존은 높은 점수를 받았다.

아마존은 킨들을 처음 출시하며 뉴욕타임스가 선정한 베스트셀러와 신간목록 112권 중 103권을 전자책으로 올렸다. 베스트셀러 없는 서점은 상상하기 어렵다. 아마존은 또 전자책을 9.99달러에 팔았다. 12.99~14.99달러 선에서 팔리는 종이책보다 싸다. 사실 아마존은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전자책 가격을 낮췄다. 그러니까 출판사는 전자책을 종이책과 비슷한 값에 납품했는데 아마존이 임의로 전자책 값을 내렸다는 얘기다.

사용자가 있는 곳이면 어디든 찾아간다

킨들 앱은 다양한 기기를 지원하여, 킨들 단말기가 아니라도 구매한 전자책을 읽을 수 있다.

아마존은 킨들을 서비스하며 ‘한 번 사면 어디에서든 본다’라는 임무를 잊지 않는다. 전자책 전용 단말기를 만들었지만 이와 별도로 윈도우PC와 맥, 아이폰과 아이패드, 안드로이드, 블랙베리, 윈도우폰을 지원하는 전용 앱도 만들어 서비스한다. 그 덕분에 아마존의 킨들 사용자는 한 번 전자책을 사면, 아마존 킨들 단말기가 없어도 PC나 스마트폰, 태블릿 등 자신이 갖고 있는 기기에서 언제든 읽을 수 있다.

아마존은 앱뿐 아니라 웹앱도 만들었다. HTML5 기반으로 만든 이 앱(킨들 클라우드 리더)은 웹브라우저에서 작동한다. 킨들 단말기나 전용 앱에 있는 책갈피, 마지막으로 읽은 페이지 기억하기, 밑줄긋기, 글자크기·여백·바탕색 바꾸기 기능 등을 지원한다.

킨들, 단말기에서 서비스로

아마존은 킨들을 출시하며 작가가 아마존에서 직접 전자책을 팔 수 있는 서비스도 만들었다. ‘킨들 다이렉트 퍼블리싱(Kindle Direct Publishing)’이다. 줄여서 ‘KDP’라고 부른다. KDP는 글로벌 플랫폼이다. 영어, 독일어, 프랑스어, 스페인어, 포르투갈어, 이탈리아어, 일본어로 된 책을 받는다. 책을 받을 때 가격을 따지지 않는데, 책을 팔면 책값의 70%를 작가에게 준다.

‘킨들 월드’는 2013년 6월 시작한 서비스다. 저작권자와 협상한 드라마나 책, 게임, 영화, 음악을 소재로 한 팬픽을 작가에게 받아서 파는 게 특징이다. 팬픽을 1권에 0.99~3.99달러 사이에 팔고 책값의 35%를 작가에게 인세로 준다. 인세가 적은 까닭은 원저작자에게 저작권료를 지급하기 때문이다. 분량이 적은 짧은 팬픽은 1달러 미만으로 팔고 책값의 20%를 인세로 준다.

아마존은 종이책 독자에게 전자책을 덤으로 주는 서비스도 만들었다. ‘킨들 매치북’이다. 킨들 매치북은 이름대로 종이책과 전자책을 맞춘다. 독자가 산 종이책이 전자책으로도 나와 있으면 그 독자에게는 전자책을 정가보다 더 싸게 파는 서비스다.

전자책 단말기가 태블릿PC로

아마존은 킨들을 전자책 시장을 만들기 위해서만 개발하지 않았다. 킨들은 아마존이 전자책과 음악, 영화, 드라마, 게임 등 디지털 콘텐츠 시장에 뛰어드는 신호탄이었다. 킨들이 나오고 4년 뒤, 아마존은 태블릿PC ‘킨들파이어’를 공개했다.

킨들파이어를 손에 든 제프 베조스 아마존 CEO.

킨들파이어에는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아마존의 입맛대로 바꿔 만든 운영체제가 깔렸다. 아마존이 파는 전자책, 음악, 비디오를 읽고, 아마존 앱스토어에 올라온 게임을 하고, 아마존닷컴 쇼핑을 하는 용도로 만든 태블릿PC다. 웹사이트를 빼고 아마존이 파는 모든 서비스와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는 플랫폼이다.

첫 킨들파이어는 애플의 아이패드나 다른 안드로이드 기반 태블릿PC와 비교하면 조악했다. 그 대신 가격은 저렴했다. 아이패드와 안드로이드 태블릿PC 사이에서 얼마나 선전할 수 있을 지 의구심 속에 킨들파이어는 출시 한 달 만에 200만대가 팔렸다.6)

킨들파이어는 아마존이 그동안 닦은 작업을 세상에 드러내는 계기를 만들었다. 개발자 관계와 운영체제, 웹브라우저, 앱스토어, 광고, 결제, 각종 콘텐츠 스토어와 쇼핑몰 등 아마존이 지금껏 만든 결과물로 구성됐기 때문이다.

아마존 태블릿PC ‘킨들파이어’.

킨들파이어용 웹브라우저 ‘실크’

아마존은 킨들파이어를 출시하며 자체 개발한 웹브라우저 ‘실크’를 공개했다. 실크는 클라우드에서 작동하는 웹브라우저다. 사용자가 naver.com에 접속하려 하면, 아마존의 클라우드 서버가 naver.com의 페이지 정보를 먼저 보고 나서 사용자가 쓰는 킨들파이어에 naver.com을 띄운다. 이 방식은 킨들파이어에 있는 CPU나 메모리가 할 작업을 덜어준다. PC보다 성능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태블릿PC 환경을 고려한 장치인 셈이다.

실크의 작업 흐름도.

안드로이드에서 나온 ‘파이어OS’

아마존은 오픈소스 운영체제인 안드로이드를 뼈대로 킨들파이어를 만들었다. 그 때문에 킨들파이어는 2011년 처음 나왔을 때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2년 뒤, 아마존은 킨들파이어의 운영체제에 ‘파이어OS’란 이름을 붙였다. 안드로이드를 개조한 운영체제이지만 아마존이 독자적인 플랫폼을 만들었다고 선언하는 의미가 강하다.

아마존은 파이어OS를 2013년 9월 처음 공개하면서 이미 3.0버전까지 나왔다고 밝혔다.7) 파이어OS 3.0 버전의 이름은 ‘모히토’다. 아마존은 모히토가 안드로이드 앱을 지원하면서 HTML5로 만든 웹앱도 지원하는 걸 강점으로 내세웠다. 안드로이드4.2.2를 기반으로 했고, 테스트한 안드로이드 앱 4개 중 3개는 별도 개발을 하지 않아도 파이어OS에서 그대로 작동할 만큼 호환성도 좋다고 강조했다.

모히토는 이 밖에도 모바일게임 플랫폼 ‘게임서클’, 책을 소리 내어 읽어주기, 앱 내부결제, 고객센터로 바로 연결하는 단추, 책 커뮤니티 ‘굿리즈’ 연동 등의 기능을 품었다.

주석

1
http://www.lab126.com
2
http://www.lab126.com/welcome.htm
3
책 리처드 L. 브랜트 ‘원클릭’ 자음과모음
4
http://techcrunch.com/2007/11/18/amazon-kindle-to-debut-on-monday/
5
http://phx.corporate-ir.net/phoenix.zhtml?c=176060&p=irol-newsArticle&ID=1079388&highlight=kindle
6
http://www.zdnet.co.kr/news/news_view.asp?artice_id=20111202161542
7
http://phx.corporate-ir.net/phoenix.zhtml?c=176060&p=irol-newsArticle&ID=1857759&highlight=

발행일

발행일 : 2013. 12. 05.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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