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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교육개혁엔 ‘불도저’는 없다

일본 교육계가 신년 벽두부터 부산하다. 교육체질을 근본적으로 뜯어고치기 위함이다.

일본의 교육이 문제가 된 지는 상당히 오래됐다. 창의력을 중시하겠다며 실시한 이른바 ‘여유교육’이 학습능력 저하, 주쿠(塾·학원)비대화 등의 부작용을 낳고 있는 데다 학교 폭력 등 청소년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초점은 공교육 정상화 쪽으로 움직이고 있다. 전후체제 탈피를 선언했던 아베 신조 전 총리는 교육 문제 해결을 위해 명망가들을 중심으로 한 교육재생회의를 설치했다. 지난해에는 패전후 처음으로 교육헌법으로 불리는 교육기본법도 손질했다.

아베의 뒤를 이은 후쿠다 야스오 총리도 교육개혁에 적극적이다. 후쿠다 정권은 현재 구체적인 교육개혁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 나오고 있는 개혁안의 줄기는 ▲학습능력 향상을 위한 수업시간 늘리기 ▲교원능력 향상을 위한 교원 면허제 갱신 ▲초·중·고·대학의 6·3·3·4제 탄력적 운영 ▲도덕교육 강화 등이다. 대학들도 국제 경쟁력 강화를 위해 공동 학부·공동 대학원 설치 움직임도 나오고 있다.

다만 일본의 이같은 교육개혁은 지나치게 느리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끊임없는 토론과 검증 과정을 거치고 있다. 아베 정권 때 만들어진 교육재생회의는 현재도 활동을 계속하면서 지속적으로 보고서를 내고 있다. 후쿠다 총리는 이들 보고서를 바탕으로 다시 민간과 정부 전문가들이 참여한 사무국을 만들어 정책의 현실성 여부를 따지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 진영이 대학입시를 대교협에 일임하는 등 교육체계의 전면 전환을 예고했다. 자율화가 되면 교육문제는 해결된다는 논리다. 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한 진중한 논의는 좀체 보이지 않는다.

교육이 백년대계로 불리는 것은 신중에 신중을 기하라는 뜻일 게다. 불도저식 개혁에 벌써부터 우려가 나오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박용채 도쿄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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